경제가 나빠지면서 서민들이 이자가 높은 제2금융권 대출을 늘리고 카드론 사용빈도가 높아지자 최근 신용카드 대란과 서민가계 파산위험을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높다. 이런 와중에 지난해 우리나라 은행들이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고 해서 상당히 많은 언론매체에서 문제를 삼았던 적이 있다. 금융감독원 발표를 보면 지난해 은행들의 세전수익이 19조원이었다. 2010년 대비 무려 46%나 상승한 규모다. 세금 내고 대손준비금을 적립하고도 12조원이었다. 얼마나 엄청난지 실감이 나도록 비교를 해 보자. 우선 우리경제의 2010년 성장률은 6.2%인데 지난해에는 3.6%였다. 반 토막이 났다. 그런데 은행은 거꾸로 이익 신장률이 50% 가깝게 뛰어올랐다. 기업에서 이익 신장률이 이 정도면 문자 그대로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이다. 신장률뿐 아니라 이익규모 자체도 놀랍다. 지난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16조2천억원이었다. 삼성전자조차 지난해 실적은 2010년에 비해 줄었다. 어쨌든 세계적인 제조업 삼성전자의 실적은 한국의 은행들 전체 이익보다 적다. 이미 우리나라 각 은행들이 조 단위의 수익을 올리는 것은 2000년 이후 일상적인 모습이기는 하다. 괜히 비난의 화살이 쏟아진 것이 아니었다.이와 관련해 최근 국책 금융연구원에서 주목을 끌 만한 짤막한 글 하나가 발표됐다. 지난 1월28일 발표된 ‘은행의 상업성과 사회적 역할’이라는 5쪽짜리 논단이다. 논단은 다음과 같은 문제의식으로부터 시작한다. “얼마 전 언론매체에는 우리나라 은행들이 2011년에 높은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보도가 일제히 실렸다. 하지만 이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냉랭했다. … 반면에 지난 1월6일 삼성전자가 작년에 사상 최대의 매출과 이익을 올렸다는 실적을 발표하자 언론과 여론의 태도는 대부분 칭찬 일색이었다. 경제가 어려운데 은행이 높은 수익을 내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많았지만, 정반대로 그러한 상황에서 수출 대기업이 높은 수익을 올린 것은 정말 대견하고 자랑스럽다는 것이 대체적인 언론과 여론의 반응이었다.”똑같이 높은 이익을 냈는데 금융업인 은행은 비난하고 제조업인 삼성전자는 칭찬하는 상반된 태도에 대해 논단은 우선 그럴 만한 이유와 근거를 찾는다. 예를 들어 은행은 정부가 허락을 해서 특별히 자신들만 영업을 할 수 있는 규제산업이고 또 부실에 빠지면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서 살려주는 특별한 혜택을 받기 때문일 수 있다고 진단한다. 맞다. 그런 점이 분명이 있다. 또한 논단은 은행이 낮은 금리의 예금을 받아 높은 금리로 대출해서 이익을 얻는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의 장사로 큰 돈을 벌고 있고, 그것도 해외시장이 아니라 가계부채가 심각한 국내시장에서 벌어들였다는 데에 여론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 역시 맞는 얘기다. 하지만 논단은 은행들이 나름대로 신용평가를 해서 대출을 잘 선별해 이익을 얻는 과정에서 많은 노력을 들이고 있고 결코 거저 돈을 버는 것은 아니라고 항변한다. 변명이 크게 설득력 있게 들리지는 않는다. 금융연구원의 짧은 논단이 던지는 핵심 메시지는 이런 빈약한 설득력이 아니다. 정작 중요한 논지는 다른 데 있다. 바로 은행이 삼성전자와 같은 사기업과는 다르게 공기업에 준하는 수준의 ‘공공성’이 있다고 국민이 생각하고 있고 논단의 저자도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핵심 논지는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은행도 ‘사적인 주식회사’이기 때문에 주주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노력해야지 공익만을 위해 노력할 수는 없다는 것, 그래서 높은 수익을 내는 것을 한편에서 인정해야 한다는 논단 저자의 적극적인 항변 부분이다. 종합하면 은행이 공공성과 상업성을 모두 갖고 있으므로 공공성만 강조하지 말고 상업성과 조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우선 사적 기업이라고 해서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환기시키고 싶다. 이것은 지금 세계경제위기를 몰고 온 영미식 주주자본주의의 기업 경영관점일 뿐 원래 기업논리는 아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문제는, 만약 은행을 사적 기업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어떤가 하는 것이다. 은행의 성격과 본성이 공공성이라고 한다면, 굳이 사적 기업형태로 만들어 공공성과 상업성의 갈등을 고민할 필요가 있는가. 공기업으로 만들면 그런 고민은 필요 없는 것 아닌가. 민영화가 얼마 전까지 대세였다면 이제는 공기업화를 생각해 보자. 덧붙일 것이 있다. 삼성전자는 칭찬을 받고 은행이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정반대다. 지금 재벌은 개혁대상으로 지목돼 다양한 규제와 과세 논쟁이 정치권에서 치열하다. 그런데 은행도 수익규모로 말하자면 재벌그룹 10위권 반열에 들어와 있고, 모두가 지주회사 체계로 돼 있어서 계열사를 거느린 재벌들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은행지주회사는 예외로 해서 감시·감독을 하지 않기 때문에 빠져 있을 뿐이다. 은행이 사적기업과 다르게 공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도 지금 재벌개혁대상에서 빠져 있는 것, 이것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닌가. 그래서 제안한다. 은행그룹 개혁도 재벌개혁 범위에 집어넣어야 한다고.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 기고한 글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