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에서 경제로, 진보를 향한 경쟁지금 정치권에서는 경제 민주화 대안을 놓고 경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국민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명시하여 경제 민주화 조항이라고 부르고 있는 헌법 119조 2항은 1987년부터 있었던 헌법조항입니다. 그런데 여당이나 야당이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심지어 보수 세력이 틈만 있으면 개헌 할 때에 폐지되어야 할 1순위 대상이었던 조항이었습니다. 자유 시장 원리와 작은 정부 원리에 반한 다는 것이죠.더 나아가 그동안 노동 유연화라는 이름아래 온갖 유형의 비정규직과 저임금을 계속 확대 재생산 해왔던 지금의 노동시장에 규제의 칼을 대려는 움직임도 보입니다. 여야 할 것 없이 ‘동일가치 노동 동일 임금’이라는 원칙아래 임금차별을 해소하자고 주장하는 한편, 그동안 거리낌 없이 실행되던 정리해고 요건을 엄격히 하자는 주장도 커지고 있습니다. 급기야 보수적인 한나라당이 새로 개정되는 정강의 맨 앞자리에 ‘경제 민주화’와 ‘일자리’를 놓았다고 합니다.“2011년 복지담론을 향한 경쟁이 뜨거웠다면, 2012년은 경제 민주화를 향한 긍정적 경쟁을 기대해 봅니다.” 성장으로 일자리 더 만들자고? 그런데 한나라당을 포함하여 아직도 “경제 성장을 더 해서 일자리를 더 만들어야 한다”는 식의 논리에서 벗어나오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은 지난 10여 년 동안 양적인 일자리 창출을 정책목표로 내걸고 매년 몇 십 만 개 일자리를 만들었나 하는 실적에 매달렸습니다. 최근 이명박 정부도 일자리가 무려 40~50만개가 늘어났다고 요란하게 홍보하고 있지요. 그럼 50만개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졌는데 왜 국민들은 경제가 힘들다고 하고, 정치권도 새삼 경제 민주화를 경쟁적으로 주장할까요.만들어진 일자리 마다 급여와 근무조건이 형편없기 때문입니다. 워킹푸어가 괜히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중간 임금의 2/3이하인 저임금 근로자가 25%이상이 넘어 OECD최고라는 불명예도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것입니다. 특히 일하는 시간은 정규직보다 결코 적지 않은데 시간당 근로소득 자체가 워낙 적은 경우가 허다할 정도로 땀흘려 일해도 안 되는 일자리들이죠.나쁜 일자리? 나쁘게 만든 일자리다. 그런데 좋은 일자리는 다 어디가고 나쁜 일자리만 만들어질까요? 최근 수년 동안 사회 복지 서비스 분야에서 평균 15만개 이상씩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이는 진보에서 예견했던 것이고 바람직한 방향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일자리들은 대부분 매우 열악한데다 저임금이고 비정규직입니다. 그러면 진보운동이 당초에 열악한 일자리 창출을 주장했단 말입니까? 아니면 미래에는 나쁜 일자리밖에 창출될 것이 없는 것입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사회 복지 서비스 일자리 자체가 나쁜 일자리가 아니라, 그 일자리를 나쁜 일자리로 만드는 것이 문제입니다.사회복지 서비스 일자리는 만들기에 따라서는 최고의 고급 일자리, 안정적 일자리가 될 수도 있고 지금처럼 열악한 일자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일자리가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는 우리 사회에 10여 년 동안 노동 유연화 바람이 불고 노동에 대한 규제가 사라지면서, 극단적으로 비용절감을 위해 노동사용을 임의대로, 편의적으로 운영하면서 대부분의 일자리를 나쁘게 만들었기 때문입니다.좋은 일자리를 다른 누가 차지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의 나쁜 일자리는 모두 좋은 일자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노동 유연화라는 그럴듯한 속임수로 이윤을 위해 노동을 함부로 사용해왔던 관행들에 제동을 걸고 노동사용의 엄격한 규제와 질서를 다시 만들기 시작한다면 그 순간부터 일자리가 좋아지게 될 것입니다. 경제 민주화를 위한 핵심은 바로 ‘좋은 일자리로 바꾸기’ 입니다. “노동권을 보호하고 노동사용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길이고, 복지의 길이고, 민주화의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