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석학들의 기고 전문사이트인 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에 실린 “긴축이 경제 성장을 촉진시킬까?(Does Austerity Promote Economic Growth?)” 라는 제목의 글을 요약 소개한다. 로버트 쉴러(Robert J. Shiller)는 예일대학교의 경제학 교수이며, 조지 애커로프(George Akerlof)와 함께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s)’ 을 썼다.2008년 세계 금융위기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하여 정부의 재정위기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긴축재정을 펴야 한다는 주장과 경기침체기의 긴축재정은 소비와 투자를 줄여서 오히려 독이 될 뿐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아래 글은 이러한 논쟁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몇몇 학자들의 주장을 소개하고 있다. 그 시작은 ‘꿀벌의 우화’이다. 이 이야기는 사치와 탐욕과 이기심으로 가득찼지만 일자리가 넘쳐나고 풍요로웠던 가상의 꿀벌 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그런데 어느 날 그간의 행동을 반성한 꿀벌들이 절약하고 검소하며 도덕적인 생활을 하게 되자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들어 결국 망했다는 내용이다. 유효수요의 창출이 중요하다는 케인즈의 주장과도 유사하다.최근에는 IMF의 구하르도(Guajardo) 등의 학자들이 지난 30년 간 17개 국가를 관찰한 결과 정부의 긴축정책이 소비를 줄이고 경제를 침체시켰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긴축정쟁이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를 비판하는 주장도 소개된다. 하버드대학교의 알레시나(Alesina) 교수는 정부 적자가 감축된 후에 경제가 성장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한다. 캘리포니아대학교의 라메이(Ramey) 교수 역시 긴축정책이 경기침체를 가져온다는 주장은 잘못된 인과관계에 기반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긴축정책과 경기침체가 시기적으로 상관성이 있어 보이는 이유는 경기침체를 해소하기위해 긴축정책을 사용하기 때문이지 긴축정책을 해서 경기침체가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결론은 무엇일까? 긴축정책은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될까, 그렇지 않을까? 쉴러 교수는 과학처럼 실험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완벽한 답을 찾을 수는 없지만, 역사적 경험을 통해서 살펴볼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 유럽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의 긴축정책이 가져온 결과는 실망스러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긴축이 경제 성장을 촉진시킬까?(Does Austerity Promote Economic Growth?)2012년 1월 18일로버트 쉴러(Robert J. Shiller)프로젝트 신디케이트(Project Syndicate)네덜란드 출생의 영국 철학자이자 풍자 작가인 버나드 맨더빌(Bernard Mandeville)은 ‘꿀벌의 우화(Fable of the Bees)’ 라고도 불리는 ‘개인의 악덕, 사회의 이익(Private Vices, Publick Benefits)’이라는 책에서, 번영하던 꿀벌 사회가 갑자기 모든 과잉 지출과 과잉 소비를 멈추고 절약의 미덕을 실천했을 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그리고 있다. 땅값과 집값이 떨어지고눈부신 저택들은 그 담을테베에서처럼 놀면서 쌓은 것인데이제는 셋집으로 내놓게 생겼다….집 짓는 일거리가 다 사라지고기술자들은 일자리를 잃었다….남아있는 놈들은 검소해져서 어떻게 쓰느냐보다는 어떻게 사느냐와 씨름한다. 이런 상황은 금융위기 이후 긴축정책을 도입한 많은 선진국들의 상황과 매우 비슷해보인다. 유럽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정부의 긴축정책과 개인의 소비 감소는 세계 경제의 침체를 심화시키는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하지만 긴축정책에 관해서 맨더빌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 그의 글 만으로는 부족하다.최근 하버드대학교의 경제학자 알베르토 알레시나(lberto Alesina)는 정부의 적자 감축 노력(지출 축소와 세금 인상)이 항상 부정적 효과를 가져오는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들을 정리했다. 그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고 말했다. 정부의 적자가 급격히 감소한 후에경제가 크게 성장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으며, 아마도 긴축정책은 경기 회복의 도화선이 되어 경제의 확실성을 높여주었을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맨더빌이 제기했던 주장이 실제로 통계적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주의깊게 살펴보아야 한다.정부 적자 감축으로 인한 결과는 절대로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다. 우리는 그저 긴축정책이 경제 성장을 회복시킬 수 있는지 물어볼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인과관계가 뒤바뀌는 경우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예를 들어 앞으로의 경제 전망에서 경기가 과열되고 물가가 상승할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면, 세금 인상과 정부 지출 축소는 과열된 수요를 식히는 방안이 된다. 만약 정부가 부분적으로 경기 과열 현상을 막을 수 있다면, 긴축정책이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정부의 적자는 긴축정책이 아니라 경제 성장에 대한 주식 시장의 기대가 높아지면서 자본소득세 수입이 늘어나서 해결될 수도 있다. 정부 적자를 바라보는 방식이나 긴축정책이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야 봐야 한다. 최근 IMF의 자이메 구하르도(Jaime Guajardo), 다니엘 리(Daniel Leigh), 안드레아 페스카토리(Andrea Pescatori)는 지난 30년 간 17개 정부의 긴축정책을 연구했다. 그들의 접근법은 이전의 연구자들과 다른데, 공공부채에 주목하기보다는 정부의 의도나 관료들의 실제 발언에 주목했다. 그들은 예산 결정 연설문을 읽어보고, 경기 안정화 프로그램을 검토하고, 심지어 정부 당국자의 뉴스 인터뷰도 보았다. 그들은 정부가 세금 인상과 지출 감축을 시도한 경우만을 긴축정책으로 보았다. 왜냐하면 경기과열과 같이 단기적인 경제 상황에 대한 대책이 아니라 장기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거시건전성 정책을 긴축정책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그들은 긴축정책이 소비를 줄이고 경제를 약화시킨다는 확실한 경향을 찾아냈다. 이 결과가 맞다면 오늘날의 정치가들에게는 확실한 경고가 될 것이다.하지만 캘리포니아대학교의 발레리 라메이(Valerie Ramey)는 이를 비판한다. 라메이의 주장에 의하면 구하르도 등의 주장은 인과관계가 뒤바뀐 것일 수 있다. 즉, 경제가 이미 부채로 인해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부채를 줄이기 위해 긴축정책을 썼다는 것이다. 경제 상황이 안 좋을 때, 정부가 긴축 정책을 강화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라메이의 비판에 대해 구하르도 등은 긴축정책을 시행할 당시에 시장이 인식하고 있는 정부 부채의 심각성을 고려하려고 시도했고, 역시 비슷한 결과를 얻었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라메이가 옳을 수도 있다. 정부의 지출 감축이나 세금 인상은 경제 상황이 악화된 후에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긴축정책을 판단하는 문제에 있어서 경제학자들은 완벽히 통제된 실험을 할 수 없다. 우울증 환자의 항우울제 복용에 관한 실험의 경우 비교대상이 되는 통제그룹과 실험그룹으로 나누어 여러차례 실험을 반복한다. 하지만 국가부채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이 하나도 없지는 않다. 사람들이 긴축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지 예측할 수 있는 이론은 존재하지 않으니 역사적 경험을 살펴보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 구하르도 등의 분석 결과에 의하면 정부가 긴축정책을 선택하는 경우는 대체로 이미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경제학자들이 완벽하게 해명할 수 있는 답을 얻으려면 수십 년이 걸릴 것이다. 그리고 정치가들은 이를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이런 상황에서현재 우리가 내릴 수 있는 판단은 유럽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의 긴축정책이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 글 앞부분에 삽입된 시’투덜대는 꿀벌’의 번역은 문예출판사에서 나온 ‘꿀벌의 우화’에서 가져왔습니다.▶ 원문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