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복지국가의 공정한 제도

By | 2012-01-06T10:04:03+00:00 2012.01.06.|

지난 호에서 밝힌대로 보편적 복지국가는 공유자원의 딜레마에 빠진다. 이기적 인간이라면 세금은 내지 않고 급여는 많이 받으려 할테니(무임승차) 결국 재정파탄이라는 ‘공유지의 비극’을 맞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공공재게임은 기여에서의 무임승차를 잘 보여준다. 5명에게 5만원씩을 나눠주고 공공계정에 자발적으로 기여하도록 해보자. 공공계정에 낸 돈은 3배로 커져서 5명에게 고르게 분배된다. 예를 들어 공공계정에 10만원이 모인다면 돈은 30만원(10×3)이 되어서 각자 6만원을 받게 되는 것이다.전체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5만원을 전부 내서 75만원(25×3)의 공공재산을 만든 뒤, 각자 15만원의 서비스를 누리는 것이다. 그런데 나만 돈을 안 내면 어떻게 될까? 내 몫은 5만원 더하기 12만원(공공재산 60만원÷5)이니 17만원을 챙길 수 있다. 이제 모두 돈을 내지 않는다면 자기 돈 5만원만 남게 될 것이다. 개인의 이익과 사회의 이익이 일치하지 않으니 사회적 딜레마다.실제로 사람들이 이렇게 행동할까? 이 게임을 열 번 반복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동안 수없이 행해진 실험의 결과는 첫 회에 기여한 돈은 전체 액수의 약 60~70%다. 그러나 게임이 반복될수록 기여는 점점 적어져서 10회에 이르면 경제학이 예측한대로 아무도 돈을 내지 않게 된다. 처음엔 기꺼이 돈을 냈던 사람들이 점점 액수를 줄이고 심지어 한푼도 내지 않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많이 냈는데 조금 내는 사람들, 심지어 한푼도 안 낸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나름대로 대응한 것이다. 즉 불공정한 행위에 대한 응징 방법이 돈 안 내는 것 외에는 없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이다. 그런데 이 응징은 그 자체가 불공정하고 자해적이기까지 하다. 돈을 많이 낸 사람, 심지어 다 낸 사람도 응징했기 때문이다.그렇다면 누가 얼마나 냈는지를 알리고, 적게 기여한 사람을 자기 돈 들여서 응징할 수 있게 하면 어떻게 될까? 예컨대 누군가 응징하고 싶을 때 내 돈 1만원을 내고 그 사람을 지적하면 그의 돈 3만원을 빼앗는 것이다. 이렇게 응징이라는 제도를 도입하면 그 다음부터 기여액은 다시 늘어난다.반대로 누군가에게 보답하고 싶다면 돈으로 보상하는 제도도 있을 수 있다. 응징보다 효과가 적긴 하지만 보상 역시 기여액을 늘리는 역할을 한다. 응징은 음의 상호성, 그리고 보상은 양의 상호성을 제도화한 것이다.반대로 사회에 무임승차자가 많은데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는다면 아무리 착한 사람이라도 세금 내는 게 아까울 것이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너무나 자주, 규칙적으로 이런 상황을 목격한다. 장관 청문회를 보면 어쩌면 하나같이 후보들은 부동산 투기를 해서 재산을 늘렸고, 아이들을 위해 전입을 하며, 몇 푼 되지도 않는 세금이나 보험료를 떼어먹었다. 재벌들이 편법 또는 불법으로 거액의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검찰은 솜방망이 처벌을 할 뿐이다.이런 사회에서는 보통 사람도 세금 회피를 당연하게 여기게 될 것이다. 이렇게 부끄러움이나 죄의식이 없는 사회에서는 사회규범이 작동하지 않는다. 제도와 함께 사회규범은 보편적 복지국가의 두 번째 존재조건이다.하여 스웨덴의 저명한 정치학자 로스슈타인(Rothstein)은 정부의 불편부당성(impartiality), 또는 정부의 질(quality)이 보편적 복지국가 성공의 핵심 요소라고 주장한다. 공정한 국가와 제도는 사람들의 신뢰와 협동을 낳아 사회적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물질적 인센티브에만 의존한다면 사회규범이 무시될 수 있는데, 이 문제는 다음 호에 다루기로 하자.이 글은 주간경향에도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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