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65세대를 위한 경제

By | 2011-12-14T17:38:00+00:00 2011.12.14.|

이태백·삼팔육·사오정 등 세대별 경제생활 어려움을 빗댄 숱한 신조어들이 유행해 왔는데, 최근에는 55~65세대라는 신조어가 주목 받고 있다. 직장생활에서 정년이 돼 소득은 없는데 유일한 국민적 노후보장 시스템인 국민연금은 아직 받을 나이가 되지 않아 일자리와 소득이 공백상태로 있게 되는 10년간의 연령대에 속하는 세대를 지칭하는 용어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55~65세대는 곧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와 관련된다. 한국전쟁 후 출산장려 정책이 시행된 1955년 이후 1963년까지 태어난 베이비 붐 세대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15%인 712만명에 이른다. 55년생의 정년 연령인 55세는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그런데 문제는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경제생활 밖으로 쏟아지는 이들을 받아줄 사회적·경제적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정년 55세는 대단히 안정된 직장에 다니는 경우에 해당하니 실제 피부로 느끼는 은퇴는 더 일찍 시작된다. 한 설문조사 결과를 따르면 일반적으로 직장인들이 체감하는 평균 퇴직 연령은 만 48.2세라고 한다. 공기업의 경우 52.2세로 가장 높고 대기업은 47.8세, 중소·벤처 기업은 47.3세로 나타났다. 신자유주의 노동 유연화가 만들어 낸 고용불안정의 40대·50대 버전인 셈인데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는 사실상 수 년 전에 시작된 것이다. 외환위기 이전 쯤 됐다면 이들 세대는 대체로 정년 나이에 퇴임하고 퇴직금을 받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노후를 준비할 것이다. 자녀들이 성장해 취업하게 되면 일부는 자녀의 지원을 받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환경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져 버렸다. 정년은 구조조정·정리해고·명예퇴직 등으로 계속 앞당겨졌다. 퇴직금은 중간정산 된 경우도 상당히 존재하며 그 마저도 비정규직일 경우 없을 수 있다. 청년실업 문제 등이 심각해지면서 자녀들의 취업도 늦어지거나 불안정해 자녀들의 지원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거꾸로 여전히 직·간접적으로 자녀들을 책임져야 할 국면에 놓여 있다. 그런데 평균 수명은 계속 연장돼 50세가 넘어도 아직 인생은 절반쯤밖에 지나지 않았다고 느끼게 된다. 이런 상황에 진입한 세대가 인구구성이 가장 많은 베이비 붐 세대다. 상황이 더 어려운 경우도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면 부채 원리금상환에 퇴직금을 모두 소진하거나 추가적으로 부담을 안아야 한다. 자녀가 학교 졸업을 하지 못했다면 막대한 자녀 교육비 지출을 감내할 준비를 해야 한다. 더욱이 50대 이후가 되면 자신의 건강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관련 지출이 팽창하게 된다. 퇴직 후의 안락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전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과거처럼 퇴직 후 여생을 보낸다는 개념으로는 도저히 생활이 안 된다는 것은 확실하다. 때문에 요즘 유행하는 ‘후반기 인생’, ‘인생 2막 설계’라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이제 당연시 되는 분위기다. 문제는 새로운 후반기 인생 설계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있을 것이다. 아직 여기에 대한 모범 답안도, 참조 사례도 없는 실정이다. 앞 세대들은 이 같은 상황을 경험해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당 당사자들이 현실에 맞닥뜨리며 만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매체들에서는 이른바 ‘자산운용’ 방법을 예시하면서 후반기 인생 설계를 그럴듯하게 조언한다. 국민연금이나 퇴직연금 외에 별도로 55~64세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민영 연금 저축 펀드나 변액연금 보험 등을 가입해야 한다는 식이다. 발 빠른 금융회사들은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관련 금융상품을 쏟아낼 채비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물론 일부 이런 처방법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과연 인생 2막이 또 다시 수많은 민영 금융상품을 도배하는 것으로 아름답게 시작될 수 있을까. 인생 전반기를 카드상품·보험 상품·주식펀드 상품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재테크 상품으로 덧칠한 결과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산 보다는 부채를 물려 안게 됐는데, 후반기 인생도 똑같은 방식을 반복해야 할까. 또 일부에서는 노인복지 차원에서 접근하자고도 한다. 타당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 역시 포괄적인 해법은 아니다. 저출산·고령화가 당분간 상당히 지속되는 것이 확실한 조건에서, 은퇴가 시작되는 베이붐 세대를 사회 복지로 모두 포괄하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 사실 이 때문에 현재 60세로 돼 있는 국민연금의 수급 연령조차 2013년부터 5년마다 1년씩 늦춰져서 1969년 이후 출생자는 65세부터 받을 수 있게 된 형편이 아닌가.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50대 이후에도 일거리에서 손을 놓지 않고 안정적으로 노동하고 과거에 비해 적더라도 지속적인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생활을 하는 것이다. 이미 개별적으로는 그렇게 하고 있다. 퇴직금을 밑천으로 자영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그 사례다. 최근 자영업이 다시 늘어나는 추세도 이를 반영한다. 그러나 이미 포화상태인 자영업으로 뛰어드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일이다. 개별적 선택을 넘어 사회적 기획이 필요한 시점이다. 연말이 다가온다. 55~65세대의 시름이 깊어질 겨울에 이들을 위한 사회적 해법을 찾아보아야 한다.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1 개 댓글

  1. lib89 2011년 12월 15일 at 2:08 오후 - Reply

    최근 5565세대라는 말을 언론을 통해 접했습니다만…. 지적하신 대로 특히 지금 40대 중반을 거치는 분들은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는 있으면서도 어찌할 도리가 없이 벼랑끝으로 떠밀려가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들의 노후의 부담을 덜어주려면 사교육비로부터 해방시켜줘야되고, 등록금도 줄여줘야되고, 정규직 전환을 통한 퇴직(연)금의 확보하게 해야 하지 않을까요…
    현재의 국민연금 제도로는 사회적 갈등 구조가 젊은 세대와 장년 세대의 세대갈등이 심화되는 형태가 될 겁니다. 특히 지금보다 더 많은 연금 비용을 부담해야하는 젊은층이 순순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서 큰 저항에 부딪칠 수도 있구요…
    누구에게나 준비는 필요합니다만.. 사회가 받아줘야 하는 부분이 분명 존재하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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