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에서 대박났다”면 정말 대박인데

By | 2011-11-10T09:20:11+00:00 2011.11.10.|

남유럽 과다 채무국의 불확실성이 극에 달하고 세계경제가 확실히 둔화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는 와중인 지난 10월 우리나라 취업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0만명이 늘었다고 통계청이 발표했다. 9월에 비해 두 배나 많은 수치이며 2010년 5월 이후 최대 규모로 일자리가 늘었다. 실업률도 9년 만에 2%대로 줄었다. 지금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스페인 등이 20%의 실업률을 넘나들고 미국도 9%수준에서 좀처럼 내려오지 않는 것과 엄청나게 대조된다. 박재완 기획재정부장관이 “신세대 용어를 빌려 실감 나게 표현하자면 ‘고용 대박’”이라며 한껏 고무돼 있을 법도 하다.어찌된 일인가. 한국은 세계 경제위기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은 것인가. 아니면 주식시장 등 금융시장에서는 재정위기 영향으로 변동성이 심하지만 실물경제는 별 영향 없이 안정적으로 회복되고 있는 것인가. 물론 현재 세계경제를 보면 북미와 유럽에 비해 아시아 경제권은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고, 나은 편이다. 여전히 9%대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는 중국경제가 실물경제를 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전체 수출의 30%를 중국에 의지하는 ‘중국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여기에 삼성과 현대차 등 핵심 대기업들이 세계경제 변동의 틈새에서 선방하고 있는 요인이 추가된다. 한국의 실물경제는 중국이 흔들리거나 삼성과 현대차의 위기가 본격화되지 않는 한 진정한 위기는 아닌 것이다. 그런데 ‘50만명 고용 대박’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결코 정부가 고무되기만 할 상황이 아님을 또한 주의해야 한다. 이미 경제위기 이후 우리나라 국민들은 산업 간 큰 폭의 직장 이동을 경험하면서 여러 가지 문제를 양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2010년 이후 수출 증대와 함께 고용창출을 주도해온 제조업 일자리 감소세가 지난 10월에도 계속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30만명 가까이 늘어나던 제조업 고용이 올해 8월부터는 마이너스로 바뀌기 시작해 계속 줄어들고 있다. 지난 10월 자동차 수출이 10% 미만으로 떨어지고 내수는 감소했던 것을 기억하면 이미 제조업에서 세계 경제위기 영향권 안에 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고용에도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다. 제조업 일자리 감소는 향후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둘째로 제조업 일자리 감소와 정 반대로 일자리가 확연히 늘고 있는 분야가 있다. 산업별로 보면 도·소매업이 지속적인 감소세에서 반전돼 빠르게 늘고 있고, 지난 10월에 무려 13만 명이 늘었다. 50만명 고용 대박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이다. 종사상 지위로 보면 역시 감소세에서 반전된 자영업이 크게 늘었다. 그리고 연령별로 보면 50대 이상의 고용증가가 예년에 비해 특히 지난 10월에 두드러져 보인다. 이를 모두 합쳐서 보면 ‘50대 이상 나이에 가게 문을 열고 장사를 하는 상인들’이 다시 늘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잘 알려진 것처럼 도·소매 자영업은 지난 금융위기의 타격을 가장 많이 받은 업종이고 일자리였다. 여기에 기업형 수퍼(SSM) 등 대기업의 골목상권 무차별 진출로 인해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됐다. 때문에 채산성이 맞지 않아 적자를 보는 가계가 팽창했으며 일자리도 평균적으로 30~40만 개가 줄어들기도 했다. 그런데 이 분야에 50대 이상 계층이 다시 진입해 장사를 시작하는 이유는 뭘까. 실제 고용사정 악화가 장기화되면서 낮은 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다른 대체 방안이 없어 다시 장사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소득이 매우 낮을 것 역시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세 번째로 도·소매 자영업 말고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는 분야가 또 있다. 바로 보건·복지서비스 분야다. 최근 증가추세가 다소 주춤하지만 이 분야는 자영업과 달리 2009년 이후 10~20만명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일자리가 늘고 있는 유일한 분야다. 복지·사회서비스가 향후 일자리 창출의 주역이 될 것이라는 진보진영의 예상이 정확히 맞아 떨어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대부분 일자리가 비정규직에 소득도 매우 낮다는 점에서 열악한 자영업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에 의하면 보건 복지서비스 일자리는 최근 비정규직이 가장 많이 증가했고, 당연히 임금도 가장 많이 감소한 일자리에 속한다. 총괄적으로 요약하면 어떤 결론을 얻을 수 있을까. 일자리가 50만개 늘어난 것은 맞다. 그러나 경제위기 영향을 받으면서 제조업 일자리는 다시 줄어드는 추세고 확대될 것이다. 늘어난 일자리의 대부분은 도·소매 자영업과 보건·복지서비스 비정규직이다. 고용여건이나 임금이 매우 낮은 일자리라는 것이다. 이제 ‘고용 대박’에 들뜬 기재부가 고민해야 할 일이 명확해진다. 현실적으로 가까워오는 경제위기 영향을 최소화하고 양적인 일자리 팽창에 감춰진 일자리 질의 저하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하는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다. 이 글은 ‘매일노동뉴스’에도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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