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생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주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상생과 동반성장이 이슈가 되고 있다. 그러나 기업과 노동자의 상생, 대기업과 영세 자영업자의 상생, 부유층과 서민의 상생이 모두 절실하다. 그만큼 우리사회가 양극화돼 있고, 그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계상황까지 왔기 때문이다.

상생이 이뤄지지 않고 양극화가 심화된다는 것은 뭔가 불공정 거래가 발생하고 있거나, 성장의 과실이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고 편중되기 때문이다. 어느 한쪽이 초과이익을 지속적으로 수취하고 다른 쪽이 그만큼 손실을 감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는 명목상 10% 정도의 성장을 이뤘다. 그런데 흔히 말하는 재벌 대기업집단은 60%가 넘는 당기순이익 증가율을 기록했다. 국민경제 구성원의 한쪽이 전체 성장을 웃도는 실적을 냈다면 구성원의 다른 쪽은 평균 성장에 미치지 못하는 성장을 했거나 아예 정체를 했다는 것을 뜻한다.

대기업집단이 국민경제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성장을 했다면 나머지 중소기업이나 자영업, 노동자들은 평균 이하밖에 성장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반가구의 소득은 지난해 5% 내외밖에 늘어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물가인상을 감안한다면 한 해 동안 가계의 수입이 거의 나아진 것이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동시에 소득 부족분을 메우느라 지난해 62조원의 가계부채가 늘어났다. 이런 식으로 경제주체 사이의 성장이 불균등하게 지속되면 결국 양극화가 심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같은 불균등 성장과 양극화는 국민경제 구성원 전체를 상생이 아니라 공멸의 길로 가게 한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대기업을 제외한 대다수 국민들의 소득이 늘지 않으면 이들이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구매력도 정체될 것이고, 그 결과는 내수시장의 정체다. 극소수 수출 대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국내시장에서 성장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실제로 수년 동안 우리 국민의 민간소비는 늘 경제성장률을 밑돌았다.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이 수출이라는 외줄에 의존해 온 것이 지난 10년의 한국경제 모습이다.



그렇다면 흔히들 말하는 소규모 개방경제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인가. 그렇지 않다. 일찍이 우리 경제의 역사에서도 지금과 상당히 다른 길을 경험했던 적이 있다. 바로 88년부터 외환위기 직전인 96년 사이 기간이다. 채 10년이 되지 않았던 이 시기는 한국 자본주의 황금기라 할 정도로 긍정적인 현상이 부각됐던 시기다. 87년 6월 항쟁과 노동자 대투쟁을 기점으로 10% 이상의 임금상승이 계속되면서 국민들의 소득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당연히 경제적 불평등도 완화됐고 그 징표로 지니계수가 낮아지게 됐다. 국민들의 순저축률도 20%를 넘었다. 불과 3%대에 불과한 지금의 저축률, 1천조원대의 부채와 확연히 비교가 된다.

물론 국민들의 소득과 저축이 매년 크게 늘어났기 때문에 기업이 생산을 하면서 부담해야 할 인건비는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다. 매출액 대비 인건비가 14%를 넘어갈 정도였다. 지금의 10% 수준에 비하면 50% 가까이 당시 기업들은 인건비 부담이 컸으니 기업경영이 악화되고 경제가 침체됐으리라고 예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당시의 대기업들은 국민들의 높은 구매력에 힘입어 내수시장에서 제품 판매를 크게 늘릴 수 있었고 이후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결정적인 발판을 만들었다. 88~96년 시기는 한국의 자동차 판매에서 수출보다 내수 판매가 훨씬 컸던 유일한 시기다. 지금 글로벌 대기업으로 우뚝 선 자동차·전자·반도체·통신 등의 기업들이 노동자 임금상승이 고공행진을 하던 그 시기에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경쟁력과 기술력을 갖추면서 도약의 기틀을 다졌던 것이다. 국민경제 전체도 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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