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노믹스’라는 시한폭탄

By | 2011-04-22T09:55:36+00:00 2011.04.22.|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일주일 남은 재·보선은 내년의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일 테니 각 당이 사활을 거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내 눈에는 불을 향해 뛰어드는 부나방들로 보인다. 그런 면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천운을 타고 태어난 사람이다. 초기의 노무현 탓을 넘어서 이제 모든 문제는 바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할 충분한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금융위기의 수렁에서 허우적거리고 몇몇 유럽국가는 재정위기를 맞았다. 이웃 일본은 지진에 방사능 위기까지 맞았다. 전 세계가 맞고 있는 초유의 위기를 홀로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대통령을 모셨으니 우리는 그 얼마나 다행인가.그런 대통령도 현재의 물가문제에 관해선 불가항력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물가 불안의 밑바탕에는 2008년 이후 전 세계가 돈을 푼 결과, 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다는 사실이 깔려 있다. 국내 농산물 가격 역시 바깥에서 흘러들어온 구제역 바이러스 때문이니 모두 대통령 책임이라고 할 수는 없다. 또 한번 불가항력에 대해 최선을 다하는 지도자의 이미지다.금리·물가 정책 등 거품막기 급급그의 ‘성공’ 비결은 “내가 해봐서 아는” 수출과 건설이다. 미국이 지난해 6000억달러 규모의 제2차 양적완화(통화증발)를 하고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를 향해 직접 통화절상 압력을 넣어도 원화는 꿋꿋하게 고환율을 유지하고 있다. 거의 모든 주요국의 통화 가치가 올라간 가운데 달러에 대한 원화 가치는 2007년 말 대비 여전히 20% 정도(실질로는 17%가량) 낮은 상태이다. 세계의 돈이 아시아 주식과 채권을 향해 몰려들었는데도 그렇다는 것은 한국은행이 달러당 1100원 선에서 무제한 달러를 사들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연히 그 액수만큼 시중에 원화가 풀린다. 한은은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해 그 돈을 거의 다 거둬들였다(불태화 정책). 국채를 사들인 은행들은 자산이 증가했으므로 대출을 늘릴 여력이 생겼다. 그런데 대기업들에는 수출로 벌어들인 돈이 흘러넘친다. 결국 가계 대출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여러분의 휴대전화에 수시로 들어오는 ‘값싼 대출’ 메시지는 이런 거시정책의 결과이다.홈페이지 대문에 떡 하니 “물가안정-한국은행이 추구하는 최고의 가치입니다”라고 내건 한은이 그 물가 상승률이 4%를 넘나드는데도 금리를 사실상 동결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방 빼고 거의 모든 일을 “내가 해봐서 아는” 대통령이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은 건설이다. 해서 단군 이래 최대의 자연파괴를 조기에 달성하고 숨 돌릴 틈도 없이 20조원 규모로 강변에 대규모 리조트와 아파트를 건설하려는 것이다. 작금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위기를 막기 위해서도 건설사에 일감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도 중대형 아파트 위주로 미분양이 널렸는데 또 공급을 늘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더 많은 돈을 가계에 빌려줘 수요를 늘리면 된다. 따라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모든 부동산 규제를 풀어야 한다. 금융시장과 실물시장의 균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으려면 한은의 금리가 거품이 터지지 않도록 충분히 낮아야 하는 것이다.고환율 정책의 핵심은 내수부문에서 세금을 거둬 수출부문에 보조금을 주는 것이다. 달러매입과 흑자로 넘쳐나는 돈은 다시 부동산 부문에 빌려줘서 고리를 뜯는다. MB노믹스의 귀결은 수출부문과 내수부문의 양극화, 자산거품과 가계부채라는 양대 폭탄이다. 이 정부의 임기와 함께 시작된 ‘세계적 대침체(Great Recession)’라는 조건이 아니었다면 MB노믹스는 엄청난 투기거품을 일으켰을 것이고 이미 그 폭탄은 터졌을 것이다.차기 정권서 ‘펑’ 하며 터질 수도참여정부는 처음 1년 동안 국민의 정부가 떠넘긴 신용카드 위기를 막는 데 급급했다. 내년 대선의 승리는 그보다 훨씬 더 큰 규모의 핵폭탄을 인수하는 일이다. 정권이 문제가 아니다. 여야의 지도자들 모두 진정 국민을 위한다면, 그리고 차기 정권의 성공을 원한다면 당장 4대강 사업 등 모든 토목공사를 중지하고 임기 내에 자산거품 문제를 해소하라고 한목소리로 대통령에게 외쳐야 한다. 복지고 뭐고 그 다음 일이다.이 글은 경향신문에도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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