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만원도 이렇게 큰 돈인데 그 비싼 등록금은 어떻게…?” 지난 9일 MBC <무한도전>을 보다 마음이 뭉클해졌다. 대학가에서 머리띠 판매에 나선 유재석, 박명수가 대학생들의 텅 빈 주머니 사정에 씁쓸해하는 장면과 함께 뜬 자막 때문이다. 그들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머리띠를 만원에 판매할 계획이었으나 오히려 원가도 안 되는 비용으로 물건을 내주는 상황에 처한다. 갈수록 치솟는 등록금과 생활비만으로도 빠듯한 대학생들의 경제 사정이 여과없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10년간 두 차례의 경제위기에도 고공행진한 등록금 그렇다면 대학생들에게 등록금은 얼마나 큰 부담으로 다가올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우선, 가계소득이 해마다 얼마나 증감했는가를 등록금 인상률과 비교해보자. [그림 1]과 같이 전년대비 가계소득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0% 이하까지 뚝 떨어졌다가 2000년대 들어 회복세를 보이는 듯하더니, 2008년 경제위기로 또다시 마이너스 대에 진입한 바 있다. 20년 간 두 차례의 커다란 경제적 타격을 받은 것이다. [그림 1] 전년대비 가계소득 증감율과 대학등록금 인상률 비교 : 1991~2010 (단위 : %)* 출처 :통계청, 가구당 월평균 가계수지(도시, 2인 이상)이러한 와중에도 대학등록금은 꾸준히 인상돼 왔다. 국공립대의 경우 등록금 인상률은 90년대 중반에 10%를 넘어섰고 1997년 경제위기로 인해 잠시 주춤하다 해마다 꾸준히 인상률을 높여 2008년 경제위기 전까지 다시 10%대의 고점을 찍었다. 국공립대 등록금 인상률이 가계소득 증가율을 앞선 것은 2002년 이후부터다. 2003년부터 국공립대 등록금 자율화 조치 이후 등록금 상한제가 풀리면서 정부가 등록금 가격책정을 대학에 자율로 맡겼기 때문이다. 정부가 매년 가계의 경제상황에 따라 등록금 상한기준을 제시하던 역할을 포기하자마자 대학은 재정악화를 이유로 ‘묻지마 인상’을 실시했다. 1989년 등록금 자율화 조치가 실시된 사립대의 경우에는 90년대 초반에 이미 15% 이상의 급격한 인상률을 보였다. 1997년 경제위기 이후에는 그나마 인상폭이 줄었으나 5~10%씩 꾸준히 등록금을 인상해 왔다. 사립대 역시 국공립대와 마찬가지로 2002년 이후 등록금 인상률이 가계소득 증가율보다 높아졌다. 전반적으로 경제가 침체되는 국면에서 국민들은 허리를 조이고 있는 상황에서도 등록금은 꾸준히 오른 결과다. 결국, 대학등록금의 최고 금액은 2010년 국공립대는 1,620만원, 사립대는 1,347만원에 달했다. 2000년에 국공립대와 사립대의 최고 등록금이 각각 496만원, 655만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사립대는 두 배 이상, 국공립대는 네 배 가까이 치솟은 것이다. 직장인들의 평균 월급 241만원(2010년 4월 기준)으로는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지 오래다.[그림 2] 대학 연도별·설립별 최고·최저 등록금 추이 * 출처 : 통계청, 2010 교육통계분석자료집 그렇다면 대학생들의 생활비 부담은 어느 정도일까. 한국교육개발원의 ‘대학의 교육비와 수익률 분석 연구(2008)’ 보고서를 보면, 6개월간 지출하는 대학생의 생활비 수준은 평균 113만원, 사교육비는 57만원으로 총 169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부모님과 함께 살지 않는 경우는 생활비 지출이 더 높아 214만원이었다. 연간 400만원 이상의 생활비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보고서에서 조사한 생활비에는 기숙사나 하숙비, 교통비, 교재구입비, 학용품비 등 학교교육 활동에 참여하기 위해 개인이 필수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만 포함돼 있다. 이는 대학생들이 실제 많이 지출하고 있는 식비나 의류비, 문화생활비 등을 추가하면 더 많은 생활비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고소득층이 아니고서야 용돈이나 알바비를 아끼고 아껴 써야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무한도전>에 나온 대학생들의 빈 지갑은 결코 연출된 게 아닌 것이다. 빚 늘고 저축 줄어드는데 등록금은 오르고 고액의 대학등록금은 현재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 뿐 아니라 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앞서 살펴본 바대로 최근 가계 소득이 둔화되고 있는 환경에서, 가계는 부채를 통해 소비지출을 늘리고 있고 소비가 소득 증가율을 초과해 저축률은 줄어들고 있다. (새사연, <가계부채와 거시경제정책>, 2011.03.29)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과 가계저축률의 추세를 살펴보자. [그림 3]의 가계부채 비율을 보면, 1990년 70%였던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신용카드 버블이 발생한 2002년에 124%까지 올랐다. 미국보다 훨씬 가파르게 오르던 한국의 부채 비율 추세는 2008년 경제위기 이후에도 상승해 2010년 말 기준 155%까지 올랐다. 반면, 가계저축률은 [그림 4]에서 알 수 있듯 경제개발과 함께 꾸준히 상승했으나 IMF 외환위기를 경험하면서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다. 1998년 21.6%였던 가계저축률은 2002년에는 역사상 최저점인 0.4%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가계 부채가 큰 폭으로 빠르게 증가하는 것과 동시에 저축률은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그림 3] 한국과 미국의 가계부채 비율 비교 : 1990~2010[그림 4] 한국과 미국의 가계저축률 비교 : 1980~2010 * 출처 : 새사연, <가계부채와 거시경제정책>, 2011.03.29이와 같은 실정에서 갈수록 불어나는 대학등록금은 각 가정의 빚을 늘리고 저축을 줄이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전체 소비지출에서 교육비가 식료품 다음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그 교육비 중 사교육비를 제외한 정규교육 비용에서는 대학등록금이 가장 덩치가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정의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졌을 때 사교육비는 임의로 줄일 수 있지만 대학등록금은 개인이 마음대로 줄일 수가 없다. 얼마 전 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실태조사>가 화제가 됐다. 출생 이후부터 대학졸업까지 자녀에게 드는 양육비용이 2009년 기준 2억 6,204만원인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억’ 단위의 양육비를 보며 젊은 층은 “애 낳고 살 세상이 못 된다”며 고개를 내두르고 중·장년층은 “먹고 살기 정말 힘들다”며 혀를 끌끌 찼을 터다.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2006년과 2009년 사이, 자녀 양육비를 증가시킨 주된 요인은 무엇인가다. 자녀 양육비는 3년 만에 3천만 원이나 증가했는데, 학교급별로 따져보면 초등학생 60만원, 중학생 78만원, 고등학생 189만원이 증가한 것에 비해 대학생은 337만원으로 그 증가폭이 월등히 차이가 났다. 대학생 양육비가 급증하게 된 원인은 단연 대학등록금 인상 때문이다. 초·중등학생 교육비의 경우, 공교육비는 거의 변동이 없고 사교육비가 증가한 반면, 대학생 교육비는 사교육비는 오히려 감소했으나 공교육비에서 증가했다. 대학생에게 들어가는 양육비가 7천만 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등록금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인상된다면 몇 년 안 가 자녀를 대학에 보내려면 ‘억’ 단위의 자금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대물림되는 빚, 두고만 볼 것인가 갈수록 높아지는 부모의 양육부담은 세계 1위의 저출산 국가로서 한국의 위상을 공고히 할 뿐 아니라 부모의 노후대비도 어렵게 한다. 아니, 노후대비 자금을 마련하기는커녕 오히려 부모가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얻은 빚을 고스란히 대물림할 가능성이 크다. 고령화 사회로 급속히 진입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그에 대한 대책은 부재한 까닭이다. 대학생 본인이 지는 빚도 문제다. 높은 등록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정부가 실시하는 학자금 대출은 해가 갈수록 이용자가 늘고 있다. [그림 5]를 보면 알 수 있듯, 정부의 직접 이자지원 방식으로 이뤄지던 학자금 대출제도가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로 전환된 2005년부터 대출자 및 대출액은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2005년 29만 4,000명이었던 학자금 대출자는 2010년 76만 1,327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고 대출액 역시 3조원에 이르렀다.[그림 5] 학자금 대출자 및 대출액 추이 : 1999~2010* 2010년 통계는 기존 학자금과 든든학자금 대출 현황을 합한 결과임.학자금 대출을 받은 학생은 졸업 후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원금 상환의 고초를 겪게 된다. 이는 지난 1월, 취업포털 잡코리아에서 직장인과 구직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직장인과 구직자 각각 60.4%, 49.5%가 ‘부채가 있다’고 답했고, 빚을 지게 된 요인 중 하나로 직장인(19.2%)과 구직자(50.0%) 모두 등록금을 꼽은 것이다. 직장인은 평균 2,759만원, 직장을 아직 구하고 있는 구직자조차 천만 원이 넘는 빚을 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직장인의 1/5, 구직자의 절반은 등록금 마련을 위해 진 빚을 갚고 있다. 고교 졸업생 10명 중 8명이 대학에 진학하고, 대학을 졸업해도 겨우 절반만 취업이 되는 현실에서 이러한 등록금 문제는 학생 본인, 가정, 나아가 전 국가적 문제일 수밖에 없다. 청춘이 청춘답게 사는 사회를 위해 “자녀 교육비보다 늙은 나에게 선물을 준비하자!” 얼마 전에 본 한 금융기관의 광고다. 사교육비, 대학등록금 마련으로 노후설계는 꿈도 못 꾸는 수많은 부모의 가슴을 후벼 팔 문구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자식세대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상승할 수 있다고 믿는 부모는 50%도 채 안 된다(한국의 사회동향, 2010). 그나마 계층이동을 하기 위해서는 서열이 높은 대학에 자녀가 진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자녀가 대학 이상의 학력을 갖기 원하는 부모는 90%를 훌쩍 넘는다(한국교육종단조사, 2005). 그리고 자녀양육의 책임한계를 ‘대학 졸업 할 때까지’로 보는 부모는 50%나 된다(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실태조사, 2009). 이러한 사회에서 부모가 양육부담의 굴레를 벗어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각종 매체에서 ‘가계부채 대란’이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가계부채가 800조원에 육박했다고 한다. 대학등록금은 빚을 지는 결정적 요인은 아니지만 상당부분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등록금은 여전히 오름세고 소득은 둔화되고 있다. 빚은 또 다른 빚을 낳고, 이는 세대에 걸쳐 대물림된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등록금이 없으면 빚 내서 다녀라’는 식의 정부 정책은 부모·학생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불안한 경제, 소득양극화, 청년실업, 그리고 만연한 경쟁 이데올로기 속에서 이들이 믿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방법은 없는가. 흔히 20대 젊은이들을 ‘청춘’이라 부른다. 이들에게 장밋빛 미래를 보여줄 수 없다면 열심히 꿈을 쫓으면 실현할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줄 수 있는 사회여야 한다. 그들이 푸른 봄빛처럼 반짝이는 진정한 ‘청춘’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부풀어 오를 대로 오른 대학등록금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 하여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을 시작으로 그 출발선에 서야 한다.최민선 humanelife@saesayon.org※ PDF파일 원문에서는 그래프와 표를 포함한 본문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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