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마녀사냥이 시작됐다. 포탈 전면에 “전북도지사 딸 결혼식에 민노총 집회 비난” 기사가 올라오면서였다. 네티즌들은 비난하는 댓글을 쏟아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누구에게든 결혼식은 존중받아 마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그 뿐일까? 차분히 톺아보면 네티즌들의 폭발적 비난은 ‘당연한 반응’이었다. 다른 뜻이 아니다. 포탈에 뜬 뉴스를 보자. <뉴시스>의 기자가 쓴 다음 기사는 들머리부터 기자의 주관적 가치를 또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민주노총이 김완주 전북도지사의 딸 결혼식 당일 식장에서 버스파업 해결을 촉구하며 김 지사의 지인들에게 물리적 행동을 벌여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더욱이 이번 집회는 120일 넘게 전주버스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민노총이 해당 광역단체장를 상대로 압박 카드를 내놓은 것으로 풀이되지만, 도지사 딸의 결혼식에 참석한 지인들에게 욕설과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난여론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민노총(전국공공운수노조연맹)은 9일 낮 12시부터 서울시 서초구의 한 교회 앞에서 진행된 김 지사의 딸 결혼식에서 100여 명이 집회를 열었다. 민노총은 이날 결혼식에 참석한 김호서 전북도의장과 도내 일간지 회장, 일부 하객들에게 욕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이하 생략)” 첫 기사부터 버스 노동자 비난하도록 선동 이 기사는 첫 문장부터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고 썼고 두 번째 문장에선 “비난여론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 된다”라고 썼다. 차분히 짚어보라. 선동이다. 이 기사를 포탈에서 읽은 사람들은 흥분할 수밖에 없다. 왜 전북지역 버스기사들이 전북도지사 딸의 결혼식에 와서 집회를 하기에 이르렀을까를 냉정하게 짚어볼 수 없게 한다. 칼럼이 아니라 기사인 데도 그렇다. 만일 인터넷으로 문제의 기사를 읽는 사람들이 진실을 총체적으로 안다면 지금처럼 격한 반응을 보였을까. 전북도와 전주시는 버스기사들의 정당한 파업을 처음부터 “불법”으로 규정지었다. 사법부가 ‘불법 파업’이 아니라고 판결했음에도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다. 더구나 저임금에 시달리는 중년의 버스 노동자들이 애면글면 석 달 동안 파업을 벌여도 신문과 방송이 무관심하거나 오히려 버스사업자와 전북도-전주시를 두남둔다면, 민주시민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과연 결혼식장 앞에서 집회를 열만큼 절박했던 저 가난한 버스노동자들에게 돌만 던져도 옳을까? 재벌신문 <중앙일보>는 “남의 혼사 재 뿌리는 노동운동” 제하의 사설을 내보냈다. “혼인은 인륜지대사다”로 거창하게 시작한 사설은 “불만이 있더라도 남의 혼삿날에 재 뿌릴 권리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자녀를 둔 사람이라면 남의 딸 결혼식장에 떼로 몰려가 막가파식 행패를 부리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부르댔다. 재벌언론이 버스노동자 꾸짖을 자격 있나? 사설은 이어 “노조는 이번에 금도를 한참 벗어나고 말았다. 거창한 도덕성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비윤리적 무례와 망동은 최소한의 예의마저 무시했다. 우리 노조운동이 상식 이하의 ‘떼법’에 매달리는 수준에 아직도 머물고 있다니 부끄럽다”고 결론 내렸다. 묻고 싶다. <중앙일보>는 버스노동자들의 파업을 아무런 근거도 없이 불법으로 몰아치고 대화를 거부한 저들을 얼마나 보도해왔는가. <중앙일보>가 노동자들을 비난한 표현을 빌리면 그것은 언론의 “금도를 한참 벗어난”게 아니던가. 상식 이하의 저널리즘 아니던가. 생존권 위협에 시름으로 가득한 버스노동자들을 “막가파식 행패”로 살천스레 몰아치는 재벌언론의 모습이야말로 기실 얼마나 부끄러운가. 그래서다. 마녀 사냥을 접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