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 불붙고 있는 혁명의 기운이 전 세계에 ‘3차오일 쇼크’의 공포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집트의 무바라크 대통령이 실각하자마자 또 한명의 세계 최장기 권력자인 리비아의 카다피 국가원수도 위태위태하다.이집트가 서방 세계의 아프리카 통로로 기능해 온 것과는 달리 리비아는 오랜 반미, 반이스라엘 노선을 걸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구나 미국이 대통령궁을 폭격하는 등 군사적 압박을 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리비아의 카다피는 축출되기는커녕 오히려 권력기반이 강화되어 왔다. 냉전 시대 제국주의 국가들이 카다피를 축출하는 데 실패했던 것은 리비아 민중의 지지와 함께 세계 8위의 원유생산 국가라는 지위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카다피는 어느새 민중의 영웅에서 민중의 적이 되어 있고, 그의 앞날은 또다시 민중혁명의 기운과 ‘석유’에 맡겨질 전망이다. 리비아에서 민중 학살이 일어나면서 서방국가들은 하나 둘 ‘카다피의 석유’를 포기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다시 열심히 주판알이 튕겨진다.세계적인 시장전망기관으로 성장한 노무라 연구소는 발빠르게 유가가 배럴당 220달러까지 도달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배럴당 220달러는 전 세계에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을 동시에 몰고 오는 스태그플레이션을 피할 수 없게 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원유를 절대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는 감당하기 불가능한 수준의 가격이라 할 수 있다. 이 글은 최근 금융시장 플레이어들의 ‘유가 급등 시나리오’를 검토해 보고 시사점을 얻고자 한다. 1. 유가 200달러 시나리오 유가 급등 시나리오는 중동·북아프리카 산유국의 생산 감소 또는 중단으로부터 시작된다. 리비아의 일일 원유 생산량은 1.58 백만 bbl로 전 세계 원유 생산량의 약 1.8%를 차지한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 원유 수급 상황은 일일 백만 배럴 안팎에서 거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 과잉 공급과 과소 공급으로 인한 가격 급락 혹은 수요 급락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의식적 노력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리비아가 원유 생산을 중단했을 경우 수급의 불균형으로 인한 가격 상승은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과연 얼마나 올라갈 것인가? 이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다. 220달러까지 유가가 급등할 것으로 보는 일부 금융시장의 시나리오는 이번 위기가 지난 1990-91년 걸프 전쟁 경험을 대입한 것이다.당시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과 연이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유가는 전쟁 전에 비해 최고 130% 상승하였고 잉여 생산능력은 전 세계 수요의 2.3% 수준까지로 급락하였다.현 시기에 유가가 200달러를 돌파하려면 여기에 더해 몇 가지 부가적인 조건들이 시나리오에 추가되어야 한다. 부가조건이라 이라 함은 첫째, 정정불안이 리비아에서 인접 산유국인 알제리까지로 확대된다는 것과 둘째, 혼란스러운 상황이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고 최소 수 개월 이상 지속된다는 것 등을 말한다. 여기에 하나를 덧붙이자면, 세계 경제의 동반침체가 유가급등을 가로막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2008년의 경험에 비추어보자면, 전반기에 150달러 수준 가까이 치솟았던 유가는 세계경제가 동반 침체에 돌입한 하반기에 40달러 수준까지 하락한 바 있다. 2. 국제 원유 수급 불균형 전망 앞서 언급한 바대로 리비아는 일일 원유 생산량이 1.58 백만 bbl이며, 서방에 의해 그 다음으로 지목되고 있는 산유국인 알제리는 1.30 백만 bbl이다. 이들 국가가 원유 생산을 중단한다면 일차적으로 약 2.88백만 bbl의 원유 생산이 감소함으로써 시장의 불안감을 높이고, 이차적으로 OPEC의 잉여 생산능력을 감소시킴으로써 수급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따라서 향후 유가의 움직임은 1) 중동, 북아프리카의 정치적 불안이 얼마나 확대될 것인지 2) 이로 인해 실질적인 생산 감소는 얼마나 일어날 것인지 3) 생산 감소에 다른 국가들이 얼마나 이를 보충할 것인지에 결정적으로 좌우된다고 할 것이다. 공식적인 수치상으로만 보자면, 세계 최대의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잉여생산능력은 리비아와 알제리의 생산량을 합한 것을 능가한다. 사우디는 2011년 1월 현재 약 3.5 백만 bbl의 잉여 생산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그러나 사우디를 비롯한 다른 OPEC 국가들이 생산량을 늘린다 하더라도 단기적으로 유가의 급등은 피할 수 없다. 왜냐하면 생산시설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준비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사우디의 잉여 생산능력은 한 달 안에 도달할 수 있는 능력으로 평가된다. 지난 주 OECD 국가들은 비축유를 방출하는데 동의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수급상황의 악화가 유가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산유국들이 생산량을 늘리는 데 필요한 시간을 벌어주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하겠다.현재 OECD 국가들의 석유재고량은 약 50~60일 분으로 집계되고 있다. 현재 재고 수준은 최근 5년 이내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소비국들이 동조하여 재고 수준을 다소 줄이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유가 상승을 막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다. 3. 시장 시스템이 오일 쇼크를 막을 수 있을 것인가? 현재 국제 원유시장은 걸프 전쟁 당시와는 크게 달라져 있다. 1990-91년 당시는 1986년 경 OPEC의 가격통제 시스템이 붕괴되고 이른바 ‘시장결정 시스템’으로 변화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2011년 현재 ‘시장결정 시스템’에는 금융시장의 투기적 수요가 매우 강력한 가격 결정권을 행사하고 있다.2008년 유가급등 (이른바 ‘슈퍼 스파이크’)도 그 원인이 ‘원유시장의 금융 전염’이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있다. 금융위기의 혼란스런 시기를 제외하면 2003년 이후 현재까지 유가의 상승과 비상업적 포지션(non-commercial position)의 매수량은 강한 상관관계를 보인다. 비상업적 포지션이란 실물 거래가 아닌 주로 선물시장에서의 거래를 의미한다. 이 거래에는 실제 소비자, 판매자들이 헤지를 위해 참여하기도 하지만, 투자은행들이 자신들의 파생상품 판매를 위해 참여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각종 펀드들이 기축통화에 대한 대체자산 보유를 위해 참여하기도 한다. 비상업적 포지션은 실제 원유 인도분의 최소 수십 배에 달하며 현물 가의 변동을 선도하는 역할을 한다.이외에도 원유에 대한 금융투기는 이른바 장외거래(OTC)에서 집중적으로 이루어지는데 거래 행위가 당국에 보고되지 않기 때문에 그 양과 성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다만 2006년에 미국 상원 조사위원회는 석유시장의 거래의 60%를 ‘순수한 투기’로 보고한 바 있다. 4. 한국 정부는 환율을 어찌할 것인가? 한국은 현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우리의 손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정부 말대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 이외에는 없는 것일까? 국민들에게 캠페인을 펼치기에 앞서 환율정책을 면밀하게 검토하는 것이 매우 시급한 상황이다.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과 2010년 국제유가는 급등했다. 지역 불안 이전에 유가가 상승국면에 들어서 있었던 셈이다. 이 두 해 동안 WTI 가격은 각각 배럴당 34.76 달러, 12.02 달러 상승했다. 2008년 최고점과는 아직 격차가 있으나 전 세계에 인플레이션 우려를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우리나라가 유가급등의 위기감이 반감된 것은 이 기간에 원화가 강세를 띠면서 유가급등의 효과를 다소 완화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한국 정부는 더 이상의 원화 강세를 용인하기 어려워 1100원대 수준에서 환율을 묶어두는 정책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는 인플레이션 압력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를 더 피하고 싶은 것이다.자, 이제 리비아발 태풍이 몰아닥치면 어찌할 것인가? 거칠게 말해서 금융위기 이전과 비교해 보면 원화 절상의 여지는 앞으로도 약 20% 정도는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럴 경우 유가 급등의 영향을 어느 정도 차단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어쨌든 환율정책은 언제나 긍정적, 부정적 효과를 동반하게 되므로 고도의 정책적 판단과 세밀한 정책 개입이 필요하다.여기서 우리는 다시 한번 완전 개방화, 자유화된 한국 외환시장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유가 급등에 대처하기 위해서 환율정책을 펼치는 데 가장 큰 장애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환율정책과 외환통제, 그 중요성은 금융위기가 잦아든 지금에도 줄어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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