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총무원이 다부지게 나섰다. 서울 청계광장에서 1월10일 열린 ‘민생 안정과 민족문화 수호를 위한 1080배 정진’은 그 상징이다. 체감온도가 영하 20도로 칼바람 혹한이 몰아쳤지만 스님들은 죽비소리에 맞춰 흔들림 없이 절을 했다. 스님과 종무원 300여 명이 참여해 3시간 내내 얼어붙은 땅으로 몸을 던졌다. 조계종의 대정부 비판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회의적 눈길을 던지던 시민사회에서도 새롭게 종단을 바라보고 있다(앞선 칼럼 ‘불교가 더 수모당하지 않으려면’ 참고). 총무원 대변인 장적 스님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을 명토박아 “민족 문화에 대한 편향된 정책을 갖고 있다”며 그들에게 산문을 폐쇄한다고 밝혔다. 조계종이 1080배 정진의 마당으로 청계광장을 선택한 까닭도 분명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언제나 자신의 치적으로 자랑하는 청계광장에서 그에게 ‘참된 깨우침’을 주겠다는 뜻이다. 장적 스님이 강조했듯이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민주주의 후퇴”와 “한나라당의 민족문화에 대한 편향된 정책‘은 조계종의 한계와 인내를 넘어섰다. 다부진 결기는 다음날인 ‘성도재일’에 삼보일배와 신도들의 동참으로 이어졌다. 조계종 사부대중의 정당한 비판 모르쇠 문제는 조계종 사부대중의 정당한 비판에 대해 이 땅의 신문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신문대기업들이 보이는 냉소적 반응이다. <조선일보><동아일보><중앙일보>는 조계종의 산문 폐쇄와 1080배 정진, 삼보일배를 아예 보도하지 않거나 축소해서 편집했다. 특히 민주주의 후퇴나 민생에 대한 조계종의 문제 제기는 철저히 묵살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후보시절 특보가 사장 자리에 앉아있는 ‘공영방송’ 또한 소극적이거나 모르쇠다. 조계종 총무원으로선 당혹스러울 수도 있다. 기실 1080배든 삼보일배든 조계종이 지닌 문제의식을 여론화하기 위한 것이라면, 신문대기업들의 외면은 진지하게 짚어보아야 할 문제다. 왜 그들은 조계종이 제기하는 문제를 여론화하는 데 적극적이지 않을까. 아니, 더 나아가 여론화를 방해하는 걸까. 그 이유는 명확하다. 너무 또렷해서 마주보기를 두려워했을 뿐이다. ‘있는 그대로’ 여여하게 바라보자. 조계종이 애면글면 비판해 온 ‘4대강 토목사업’에 신문대기업들은 그동안 진실을 보도해오지 않았다. 문수 스님이 자신의 온 몸을 불살라 소신공양을 했을 때도 침묵했다. 결식아동 급식비를 전액 삭감하면서 대통령의 고향에 천억 원 넘는 예산을 언죽번죽 배정하는 행태에 대해서도 소극적으로만 보도해왔다. 조계종이 제기한 민주주의 후퇴에 신문대기업들의 모르쇠는 그 연장선이다. 이명박 정부는 그들에게 종합편성채널을 하나씩 주는 것으로 보답했다. 2011년이 가기 전에 우리는 <조선일보><동아일보><중앙일보>가 각각 소유한 방송 프로그램을 보게 된다. 그들이 신문시장 독과점에 이어 방송까지 진출할 때 여론이 어떻게 왜곡될 수 있는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조계종 조롱받을 때 각각 방송 선물 받아 그렇다. 조계종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으로부터 조롱받고 있을 때, 신문 대기업들은 저마다 방송 채널을 하나씩 ‘선물’받았다. 4대강 토목사업이든, 민족문화 외면이든, 서민들의 복지 예산 삭감이든, 이명박 정부의 정책에 신문대기업들이 호의적이거나 비판을 하더라도 짐짓 시늉만 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따라서 조계종 총무원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참된 깨우침을 주려면, 1080배와 같은 실천적 행동과 더불어 한국 사회의 여론을 형성해나갈 장기적 전망이 필요하다. 민주주의 후퇴와 민생의 고통에 대한 날카로운 담론과 대안 제시가 그것이다. 만일 조계종이 사회적 담론을 만들어가는 사업에서 ‘좌고우면’하거나 두루뭉술하게 접근한다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조계종 무시’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마침 212개 시민사회단체가 2011년 1월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조중동 종편 선정 취소 및 추가 특혜 반대 시민사회단체 선언문’을 발표했다. 조계종이 연대해나갈 ‘우군’은 많은 셈이다. 조롱받은 조계종이 시민사회와 더불어 저들의 냉소를 당당하게 이겨가길 기대한다. * 주간 법보신문(http://www.beopbo.com)에 기고한 칼럼을 일부 보완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