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제 1야당 대표로 취임 한 달을 맞았다. 민주당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곰비임비 나온다. 좋은 일이다. 하지만 취임 직후 올라가던 지지율이 제자리라는 보도 또한 줄을 잇는다. 왜 그럴까. 대표 취임 뒤 여느 정치인보다 민생 현장을 다니며 적극 발언해오지 않았던가.더구나 그는 2년 동안 칩거했던 춘천을 떠나며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시 ‘출사표’를 던진 바도 있다. 그 출사표를 읽었을 때, 나는 내심 그의 변화를 주목했다. 2007년 그가 대선 정국에 예비후보로 나섰을 때 그를 비판적으로 분석한 이유와 맞물려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그는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 찬성하고 있었다.그런데 2년 동안의 칩거에서 그는 “뼈저린 반성”을 했다고 밝혔다. 그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신자유주의 흐름 막아내지 못했다는 반성“정치에 대한 저의 성찰은 국민들의 고단한 삶에서부터 시작합니다. 가장 마음 아팠던 것은, 어느덧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승자독식의 경제, 그리고 그것과 함께 나타난 양극화 현상이었습니다. …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에서 심화되어 온 이 양극화가 국민의 삶을 파괴하고, 대한민국 공동체를 분열시켜왔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습니다. 우리는 국민총생산과 수출, 외환보유고, 국가신용등급과 같은 경제지표의 외피에 함몰되어, 내수의 불황,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위기, 비정규직 확산, 청년실업, 부동산 거품 속에서 허물어져 가는 서민과 중산층의 삶의 기반, 더 심하게는 전 방위적 파괴상황을 무책임하게 간과해왔습니다.민주세력이 이와 같은 전 방위적 파괴상황에 안일하게 대응하면서 방심하고 분열하는 동안 국민의 삶은 더욱 피폐해졌습니다. 저 자신 역시 외환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적 세계흐름 속에서 선진화 담론에만 도취되어 양극화가 우리 사회전체를 분열시키고 있다는 것을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민주주의 정치세력이 끝까지 지켰어야 할 서민과 중산층의 삶 그 자체를 깊게 인식하지 못한 것입니다.저는 민주세력의 일원으로서, 국민을 위해 일하는 정치인으로서, 대다수의 행복과 멀어져가고만 있는 역사의 흐름을 막아내지 못한 것입니다. 그것이 저의 첫 번째 뼈저린 반성입니다.”인용이 길었다. 하지만 나는 정치인 손학규가 칩거 2년을 결산하며 던진 그 성찰은 비단 손 대표만이 아니라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 참여했던 모든 정치인들의 반성문이어야 옳다고 생각한다. 손 대표 취임과 더불어 민주당은 당헌에서 ‘중도개혁주의’를 삭제하고 보편적 복지를 담았다. 그 사실을 근거로 민주당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는 일각의 진단에도 굳이 반대하고 싶지 않다.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있다. 2010년 11월3일 야당과 시민사회 인사들 688명이 국회에서 발표한 ‘한미 FTA 전면 재검토 시국선언’을 보라.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정당 차원에서 모두 동참했다. 그런데 민주당은 아니다. 국회의원 개개인 차원에서 참여했다. 물론, 당직자 전원이 불참한 국민참여당과 견주면 낫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손 대표에게 진심으로 묻고 싶다.한미 FTA 앞에서 왜 우물쭈물 하는가?왜 우물쭈물 하는가? 나는 손 대표가 스스로 자신이 쓴 ‘뼈저린 반성’문을 정독해보길 권한다. 신자유주의 양극화를 불러온 한미 FTA는 지금 특위를 구성해 갑론을박 주고받을 단계가 전혀 아니다. 이명박 정권은 더 양보를 해서라도 발효시키려고 ‘밀실 협상’을 으밀아밀 진행 중이다. 게다가 미국 의회는 공화당의 압승으로 의회 비준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모두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민주당의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외연을 넓힐 줄 도통 모른다. 자신들보다 조금만 진보적이면 아예 배제한다. 단언하거니와 그 결과는 과거에도 그랬듯이 민주당은 물론 정치인으로서 개개인의 몰락이다.듣그럽겠지만 손학규 대표가 경청하길 권한다. 올라가다 멎은 자신의 지지율과 한미 자유무역협정 앞에 망설임은 무관하지 않다. 춘천 칩거에서 나온 ‘뼈저린 반성’이 현실로 구현되길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