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KO 손실 중기지원은 상생협력의 바로미터

By | 2010-11-04T10:57:33+00:00 2010.11.04.|

상생협력의 모범사례? 얼마 전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가 이른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의 일환으로 태산LCD를 적극 지원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삼성전자가 태산LCD를 상생협력의 대표 사례로 발굴한 이유는 이 업체가 환헤지를 위한 파생상품인 KIKO에 가입해 큰 손실을 본 대표적인 업체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필자가 보기에 삼성은 아주 탁월한 선택을 하였다.무엇보다 현재 중견 중소기업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KIKO 손실에 대해 대기업이 반응을 해 준 것이다. 삼성이 한 일은 그저 물건을 사 주겠다고 했을 뿐이지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자가 어찌 고마운 마음이 들지 않겠는가?한편 삼성으로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완화된 지난 해 말 이후 정부가 적극 요구해 온 이른바 ‘상생협력’에 대해 성의를 보여주었다고 자평하고 있을 것이다. 대-중소기업간 문제의 본질은 착취구조라고 불러도 무방할 원-하청구조에 있으나 이를 해소할 의지는 전혀 없다. 끝나지 않은 KIKO문제 : 누가 고환율의 수혜자이며, 피해자인가? KIKO는 환율 변동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통화파생상품이지만 환율이 상승할 때는 오히려 2배의 손실이 발생하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이러한 내막을 잘 모르고 가입했던 중소기업들은 지난 금융위기 과정에서 치솟는 고환율 때문에 약 2조 4천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대중의 관심으로부터는 조금씩 물러났으나 여전히 KIKO 손실과 관련된 법적인 분쟁이 진행 중이다. 중소기업들은 KIKO 금융위기 이전에 은행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가입을 사실상 강요했고, 계약 내용 자체가 은행에 유리하며 이마저도 제대로 자신들에게 알리지 않은 사기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KIKO와 관련해 중요한 것은 약 85만 명의 고용과 4만 여개의 중소기업이 생존의 어려움에 처해져 있다는 사실이다. 중소기업들의 주장대로 가입 강요, 불공정한 계약과 사기성이 법적으로 인정받을 지는 예단하기 어려우나 그러한 결론 자체가 가장 중요하지는 않다는 것이다.이번 KIKO와 관련해 우리 사회가 찾아야 하는 의미는 금융위기로 인해 환율이 치솟을 때 중소기업들은 엄청난 손해를 보았고, 이 때 수출대기업들은 고환율의 엄청난 이익을, 은행들은 파생상품 판매 수익을 거두었다는 것이다. 경제적 위험은 고스란히 하층으로 향했고, 힘있는 대기업과 은행은 수익을 독점했다. 정부, KIKO 지원 대책을 하나씩 거두어 들이는 중 사실 대기업들은 정부의 상생협력 정책에 동참하겠다고 부르짖고는 있으나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거두어들인 자신의 이익은 당연한 것이라고만 여기고 있다. 정부 역시 여기에 대해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다. 더구나 금융위기 발발이 2년여 지나자 정부는 KIKO 대책으로 내어 놓았던 갖가지 중소기업 지원 정책들을 거두어 들이고 있다. 2008년 당시 정부는 이른바 ‘패스트트랙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발표하여 금융권이 중기지원을 위해 공동으로 취해야 할 지침을 제시한 바 있다. 그리고 당시 은행권에서는 476개 KIKO 손실기업에 대하여 총18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지원했다.하지만 2010년 현재 당시에 지원된 조치의 대부분이 종료되고 있으며 관련 중소기업들은 KIKO로 발생한 손실을 고스란히 책임지게 되었다. 피해 중소기업들에 대한 자금지원은 일시적인 것으로 끝나고 있으며, 결국 KIKO 결제 대금은 대출, 즉 부채로 전환되었을 뿐이다. 은행으로서는 금융상품 대금을 채무로 전환해준 것 이상의 의미는 없으며 최근에는 법적 다툼에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 대출을 회수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고 있다.정부는 그동안 제공해 왔던 신용보증을 철회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KIKO 손실 기업들은 신용도 하락에 따른 고율의 이자에 다시 노출되었다. 상생협력? 정부는 KIKO처리에서부터 모범을 보여라 사실 KIKO가 사회적 이슈가 되긴 했으나, 손실기업에 대한 실태조사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은행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법정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탓이다. 정부가 금융기관들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지 못하도록, 나아가 정부는 KIKO 손실을 이로 인해 이익을 본 대기업과 은행이 나누어질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재판의 결과가 파생상품 판매 과정에서 사기성과 불공정성이 있었음을 확증한다면 정부가 나서서 관련자를 문책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는 노력 또한 요구된다.이처럼 정부의 상생협력 정책은 중소기업에 대한 보호, 경제권력의 불균형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보이는 것이 동반되어야만 현실화될 수 있다. 하지만 KIKO 문제에서 어느새 발을 빼고 있는 정부를 보면서 ‘상생협력’이 공염불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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