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울아비, 쥐사냥꾼, 백련강, 횃불…짐작했겠지만 촛불 시민들이다. 나 같은 먹물들이 글줄이나 쓰고 있을 때, 그들은 2008년 촛불항쟁 이후 지금까지 촛불을 끄지 않았다.2010년 10월17일, 그들이 기륭전자에 나타났다.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단식농성하고 있는 터전을 밀어버리려는 저 ‘불도저’ 앞에서 위기를 맞고 있어서다. ‘쥐사냥꾼’을 비롯한 촛불들이 곰비임비 모인 까닭이다.서울 금천구에 자리한 기륭전자의 황량한 마당에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목숨을 건 투쟁이 지금 이 순간도 진행 중이다.비정규직 노동자들 농성장 밀어 버리려는 불도저“사람으로 태어나서 어떻게 이렇게 짐승보다 못한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단식 중인 한 여성노동자의 울분이다. 그랬다. 2005년 7월,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200여 명이 무더기 해고될 때부터 시작한 싸움은 옹근 5년을 넘어 6년째 접어들었다.1800일 넘도록 짐승보다 못한 대접을 받았다는 저 굶주린 여성노동자의 절규는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무딘 가슴을 날카롭게 파고든다.하지만 아니다.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1800여일은 결코 짐승 같지 않았다. 보라. 저들은 단식은 물론, 집단삭발과 고공농성을 줄기차게 벌여왔다.그 빛나는 1800여 일 동안 짐승이 있었다면, 그들을 살천스레 외면한 기륭전자의 경영진이다. 그들을 비호한 정치권력이다. 그들을 터무니없이 왜곡 보도한 <조선일보>다.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싸워온 정치세력이 없지는 않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단식농성에 합류해 정치권의 관심을 눈물로 호소한 바 있다.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는 취임 뒤 첫 행보를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했다. 그럼에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오늘은 왜 진보대통합이 절실한 과제인가를 웅변해준다.<복지국가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시민회의>(시민회의)도 성명을 발표하고 동참했다. 시민회의에 참여한 촛불들이 앞장섰다.촛불들이 합류하고 있는 기륭전자의 비정규직 싸움전국금속노조 기륭전자 분회(http://cafe.naver.com/kiryung)에는 촛불 시민들의 격려문이 여울여울 타오르고 있다.“나도 이제 시간이 허락하는 한 자주 가야겠습니다. 여러분은 전설입니다. 내가 촛불 시민이냐고 이제 묻지 마시길”(디아스포라).“20여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노동자의 현실은 별반 달라진 게 없다는 현실이 너무 맘 아프네요. 여전히 용역깡패가 판을 치고 , 여전히 사측의 악랄함은 계속되고. 그러나 저들의 탄압이 거세질수록 우리 노동자들의 단결된 힘이 있기에 더 강해지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루시아)“어제 문화제 때 참… 어설픈 노래로 찾아뵈었던 경인지역 대학 노래패 연합 대학생입니다. 모두들 느낀 바가 많았습니다. 작지만 마음을 모아서 함께 연대한다는 게 어떤 건지, 그 가족적인 모습이 참 가슴 따뜻해지고 좋았다고들 얘기하더라구요. 그리고 다음번엔 꼭 더 많은 친구들과 함께 하자고 마음을 모으는 자리였습니다.”(이힝)그래서가 아닐까. 1800일 동안 짐승보다 못한 대접을 받으면서도 애면글면 그들이 싸워온 까닭은. 단식 중인 그 여성노동자의 다음 말이 천둥처럼 울린다.“돈 없으면 사람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 바뀔 때까지 투쟁하겠다.”매운 결기 앞에 더없이 부끄러운 오늘이다. 새삼 촛불시민의 이름을 또박또박 옷깃을 여미며 쓰는 까닭이다.싸울아비, 쥐사냥꾼, 백련강, 횃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