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세력 통합에 나선 사람들도 분열됐다.”한 정당의 고위인사가 통합움직임에 불쑥 던진 말이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한 신문이 ‘분열’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아마도 2010년 8월31일 ‘복지국가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시민회의’(시민회의)와 ‘역동적 복지국가를 위한 시민정치포럼’(시민정치포럼)이 같은 시각에 출범했기에 그런 ‘오해’를 받을 수도 있을 터다. 더구나 열정이 넘치는 문성근 씨를 중심으로 ‘유쾌한 백만 민란 프로젝트-국민의 명령’(국민의 명령)이 비슷한 시기에 국민운동을 시작했다.어떤가. 세 흐름이 하나가 되어 출발하면 더 좋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러기엔 결이 조금씩 다르다.2010년 시민정치운동의 세 갈래 흐름가령 시민정치포럼은 “시민사회의 복지국가 담론의 광범위한 확산과 수용”을 강조하고 시민회의는 “진보정치 하나로”에 무게중심을 둔다. 시민정치 포럼의 이상이 대표가 “분열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사실 하나의 조직을 만들어 출범시킨 적도 없다”고 밝힌 이유가 여기 있다. 그래서다. 나는 이상이 대표가 “머지않은 장래에 서로의 성과물을 가지고 (시민회의와 시민정치포럼이)시너지를 낼 방법을 얼마든지 논의할 수도 있는 것”이라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더러는 시민회의가 기존의 두 진보정당 중심의 통합을 강조한다고 분석한다. 하지만 시민회의는 촛불을 든 시민사회를 세력화하자는 뜻에서 오히려 ‘국민의 명령’과 닮았다. 다만 국민의 명령과 시민회의가 민주당을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 다를 뿐이다. 국민의 명령은 백만 서명운동을 통해 민주당을 포함한 단일 야당을 강조했고, 시민회의는 “진보정치 하나로”를 내세웠다. 시민사회와 진보정당이 하나로 뭉칠 때 민주당의 변화도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그래서다. 나는 시민회의와 국민의 명령 또한 이상이 대표의 표현을 빌리면 “머지않은 장래에 서로의 성과물을 가지고 시너지를 낼 방법을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시민회의는 발기인대회를 열었을 뿐 아직 공식 창립대회를 열지 않은 준비위 단계다. 창립대회까지 모든 걸 열어두고 있다.‘국민의 명령’이 벌이는 서명운동과 ‘시민회의’가 벌이는 “진보정치 하나로” 서명운동은 서로 배척하는 관계가 아니다. 얼마든지 두 곳 모두에 서명할 수 있다.그래서다. 통합세력이 분열했다는 비판은 옳지 않다. 더구나 시민회의나 국민의 명령, 시민정치포럼은 모두 독자적인 정당을 만들겠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시민정치운동’이라는 새로운 시민운동 영역을 각각 개척해가고 있을 따름이다.진보대통합에 원칙이 없다는 잘못된 비난진보통합론이 마치 원칙도 없다는 듯이 비판한 <한겨레> 홍세화 기획위원의 주장도 옳지 못하다(사실 나는 이 글을 쓰며 홍세화 앞에 <한겨레>를 쓰는 게 옳은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과연 진보통합에 반대하는 게 <한겨레>의 편집방침인지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기획위원의 직책으로 민주노동당의 분열 때부터 줄곧 같은 논리를 전개해왔기에 일단 그렇게 표기한다). 시민회의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이학영 대표와 이수호 대표는 각각 군부독재 시절부터 이 땅에서 오랜 세월 또렷한 원칙을 갖고 시민운동과 노동운동의 한 길을 걸어왔다. ‘원칙 없는 진보통합’을 비난하기 전에 홍세화 기획위원이 조금은 겸손할 필요가 있다.시민정치운동이 세 갈래로 움직인다고 해서 분열이라고 비난하는 것도 물론 자유다. 다만 각각 강조점이 다른 세 흐름을 깊이 있게 살펴보길 권하고 싶다.세 흐름은 한국 정치를 이대로 둘 수는 없다는 절박감, 시민정치운동이 ‘시대정신’이라는 절실함을 공유하고 있다. 세 곳 모두 민주시민의 동참이 절박하고 절실한 상황이다.민란의 길과 통합의 길, 과연 그 길이 다를까. 아니다. 이어져있다. 손석춘 2020gil@hanmail.net* 이 글은 ’손석춘의 새로운 사회’ 오마이뉴스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블로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