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최저임금법’에 대한 시장주의자들의 공격 2010년 7월 1일부터 제주도와 시지역으로 택시노동자들의 최저임금 적용이 확대되었다. 택시업체의 절대 다수가 사납금제라는 제도를 실시하면서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으로 노동자들을 내몰고 있는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택시노동자들의 숙원 사업이 작은 결실을 맺은 것이다. 의원입법을 통해 이미 2007년 12월에 공표된 법률안에는 도입의 필요성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택시업종은 지배적인 사납금제 하에서 고정적 임금이 낮아 택시노동자의 임금 수입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최저임금법 적용이 필요한 것으로 평가된다.”그런데 제도가 확대되자마자 지방의 중소도시 택시업체들이 조직적으로 이를 무력화시키려는 행동을 보이고 있다. 창원지역에서는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려는 업체가 대량해고를 실시하였고, 곧 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노동행위로 판정받았다.여기에 시장근본주의 경제학자들이 거들고 나섰다. 아니 거들고 나선 정도가 아니라 일전불사의 각오를 다지고 있는 듯하다. 널리 알려져 있다시피 이들의 논거는 택시노동자들의 임금은 시장에 의해서 결정된 적정한 임금(또는 균형 임금)이라는 것이다. ‘비숙련노동자 임금’이 시장의 수요-공급에 의해 적정하게 결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수요는 부족한데 공급이 과잉되어 있으니, 임금이 낮게 책정된 것이고 인위적으로 임금을 높이게 되면 오히려 비숙련노동자들을 대량 해고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수요독점 시장에서 최저임금과 실업률은 무관하다. 정리하면, 최저임금의 적용은 기업들의 적자를 불러 와 일자리를 줄이는 결과를 낳게 되므로 오히려 비숙련노동자들에게 불리하다는 것이다. 이들 시장근본주의 경제학자들은 최저임금 적용이 실업률을 높인다는 것은 학문적으로 확립된 사실이라고 강변한다. 하지만, 이 문제는 최근 주류경제학계 내에서도 논란에 휩싸여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문이라는 권위’를 차용하는 것은 무지의 소산이든지 아니면 노동자들을 호도하기 위한 이데올로기 공세에 불과하다.임금과 실업률 사이의 관계는 오래된 경제학의 주제 가운데 하나이다. 특히 최저임금과 실업률의 관계는 1990년대 들어 주류경제학의 본산인 미국에서 아주 논쟁적인 주제가 되었다. 현재까지도 여기에 대한 격론은 아주 민감하게 전개되고 있다. 예컨대 2006년에는 연방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싸고 경제학자들의 ‘지지 서명’과 반대 운동이라는 대립 양상까지 드러낸 바 있다.참고로 1990년대 논쟁은 일련의 실증적 연구를 둘러싸고 벌어졌다. 최저임금이 실업률에 부정적인 결과를 나타내지 않는다는 연구들이 제출된 것이다. 예컨대, 미국 전역에서 가장 높은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뉴저지 주와 바로 접경해 있으면서도 가장 낮은 최저임금이 적용되는 펜실베니아 주를 비교해 보았더니 오히려 뉴저지 주의 고용이 증가했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최저임금과 실업률 사이의 관계는 시장근본주의자들이 ‘맹신’하고 있는 바와 같이 이론적-사실은 이데올로기적-인 문제가 아니라 실증적 문제로 보아야 한다. 더구나 주류경제학 스스로가 수요독점 시장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실업률을 올리지 않는다고 본다. 즉, 수요독점 시장 모형은 완전경쟁 시장 모형과 다른 결론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노동공급이 과잉이고 노동수요는 독점적인 상황에서는 최저임금과 실업률이 무관하거나 오히려 적정수준의 최저임금이 고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본다.어려운 학문적 설명이 아니더라도 직관적으로도 이러한 결론은 충분히 납득될 만하다. 독점적인 기업이라면 어느 누가 임금을 깎아서 주지 않겠는가? 아주 적은 임금에도 일하려는 사람들이 넘쳐나는데 말이다. 이 경우에는 균형임금이 될 때까지 임금을 올린다 하더라도 기업의 수지에는 큰 타격이 없다. 기업들은 자신의 이익이 줄어드는 것일 뿐 해고를 해야 할 정도로 적자가 발생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택시업계야말로 수요독점 시장이다. 여기서 ‘수요독점’이라는 의미는 단 하나의 독점기업만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핵심적인 것은 ‘임금결정권’이 노동수요자인 기업에게 있는지의 여부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우리나라의 택시업계는 전국과 지역에 걸쳐 빠짐없이 강력한 사용자단체를 결성해 놓고 있다. 택시업계는 이미 오랫동안 사용자단체를 중심으로 서로 담합해서 저임금을 구조화시켜 왔다.이러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업계에서 관행화된 ‘유가보조금 횡령’ 문제이다. 언론에서는 일부 비도덕적인 업체나 관리자의 문제로 치부하지만, 유가보조금 횡령이 주로 임시직인 미등록 운전기사를 매개로 한다는 점, 충전소 등과 담합한다는 점을 보면 매우 구조화되어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미등록 운전기사를 매개한다는 것은 임금결정권을 갖지 못하는 공급과잉의 노동자들이 다수 존재한다는 것을 짐작케 하며, 적발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충전소와 담합한다는 것은 다수의 택시업체-충전소의 집단적 커넥션을 통해 위험을 낮추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최저임금은 ‘사회국가 원리’의 최저선 최저임금 제도는 우리나라 헌법이 지향하는 ‘사회국가 원리’로부터 직접 도출된 것이다. 인간다운 생활을 위해 노동의 권리와 함께 최저임금제를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근본주의 경제학자들이 최저임금 제도를 공격하는 것은 기실은 헌법의 질서 자체를 공격하는 것과 다름없다. 그들에게 진심을 묻고 싶다. 실은 헌법을 고치고 싶은 것이 아니냐고 *. 최저임금-실업률 관계에 대한 학계의 논쟁을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분은 이 글을 쓰는데 크게 도움받은 한국노동연구원의 ‘국제노동브리프’ 8월호를 참고하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