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연합정치 모델 중에서 최근 제기되고 있는 담론 중 하나가 이른바 ‘빅텐트론’이다.


민주당·국민참여당·창조한국당 등의 자유주의 개혁세력과 진보정당·민주노동당 같은 진보 진영이 모두 하나의 정당으로 모이자는 ‘대통합론’이다.


앞장서서 빅텐트론을 주창하고 있는 김기식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은 “미국식 양당제 모델이 우리 정치가 가야할 길”이라고 주장한다.

 

결론지어 말하면 현실적으로 민주당을 빼고 통합논의가 무의미하다는 얘기다. 김기식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이신 김기식 위원장의 얘기를 중심으로 오마이뉴스의 글을 정리해 본다.

 

김 위원장은 “빵 없는 자유도 없고, 자유 없는 빵도 없다”는 말로 빅텐트론의 당위성을 설파한다.

자유주의 중도세력인 민주당과 ‘빵’으로 대표되는 진보진영의 사회경제민주주의 화두가 결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지금처럼 나뉘어 있는 야당들이 ‘복지 동맹’의 기치 아래 큰 덩어리로 한 지붕 아래 뭉치고 그 틀 안에서 서로 다른 이념의 스펙트럼을 갖고 경쟁해야 한다는 논리다.

그는 “6·2선거에서 나타난 후보단일화 같은 선거연합은 지속성도 없을 뿐더러, 집권한다고 하더라도 효율적으로 진보적 정책을 펼칠 수 없다”고 말한다.


만약 대선에서 선거연합을 통해 야권이 집권하고 그 뒤 각 정당이 공동정부에 참여한다고 하더라도, 디제이피(DJP) 연합이 1년 반 만에 깨졌던 경험에서 알 수 있듯 공고한 결합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는 “가장 확실했던 정치연합이 바로 90년 3당합당이 아닌가. 그때 만들어진 블럭이 아직도 20년 넘게 공고히 유지되고 있다”며 “당장 이뤄질 수 없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가야할 큰 방향으로 ‘하나의 야당’을 꿈꿔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 주변에서 항상 앞장서서 진보적 행동을 강조했던 그이기에 오마이뉴스에서 준비했던 그의 말과 대담을 옮겨본다.


 


 


“민주당부터 진보신당까지 한 텐트로”



 

“한국 사회의 미래 비전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미 있는 것을 조합하는 식의 선거연합을 뛰어 넘어야 한다.”


 





6·2지방선거에 대한 참여연대 김기식(44) 정책위원장의 평가는 냉정했다. 야권의 ‘선거연합’이 ‘이명박 정권 심판’이라는 성과를 얻어냈지만 한계가 있다고 밝힌 것이다. 그는 “민주당, 국민참여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이 통합된 연합정당 안에서 경쟁하고 역동성을 만들어 국민을 감동시켜야 한다”며 이른바 ‘빅텐트론’을 강조했다.


 


6·2선거 이후, 누가 한국사회를 움직일 것인가? 이 질문을 제목으로 지난 16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있었던 김기식 정책위원장의 ’10만인 클럽’ 특강(제28회)은 다소 상기된 분위기에서 시작했다.


 


이날 오후 김 위원장이 참여연대가 유엔에 보낸 ‘천안함 서한’에 항의하는 보수단체 시민에게 뺨을 맞는 사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소식을 들은 100여 명의 참가자들이 걱정을 하자 김 위원장은 “왼쪽 뺨을 맞았는데, 오른쪽 뺨은 못 내놓겠더라”고 농담을 던지며 분위기를 전환 시켰다.


 


김 위원장은 2007년 겨울, 14년 동안 쉬지 않고 달려온 참여연대 활동을 잠시 접고 미국으로 건너가 스텐포드대학의 방문연구원으로 근무를 했다. 그는 올해 1월 돌아와 참여연대의 사무처장이라는 오래된 직함 대신 정책위원장으로 복귀했다.


 


민주주의 가치와 ‘박정희 모델’의 한계를 깨우친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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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식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김기식 정책위원장은 이번 지방선거를 “이명박 정권의 오만과 독선을 심판한 국민이 승리한 선거”라고 정의했다. 그는 이번 선거가 “‘국민의 승리’가 되기까지는 국민의 뼈아픈 경험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박정희식 개발독재가 경제적 성공을 이뤄낸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동시에 (박정권에 대한 저항을 불러와) 민주주의를 태동시킨 측면이 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그 민주주의가 상당부분 이뤄짐으로써 민주주의 가치에 대한 절박성을 잊은 국민들이 이명박 대통령을 선택한 것이다. 민주주의 가치를 약간 희생하더라도 먹고사는 문제를 우선 해결하자는 것이었다.”


 


국민이 이명박 대통령을 선택하게 된 것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진행된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낸 양극화와 그로 인한 서민대중의 고통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신자유주의 10년에 걸친 양극화로 인해 국민들이 ‘개발’과 ‘성장’이라는 익숙한 곳으로 회귀 했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국민의 뼈아픈 경험’이 작용했다. 그는 “(이명박 정권이) 약간이 아니고 완전히 민주주의를 압살하는 형태로 나타나니까 ‘이건 뭐야’ 하고 (거부하는) 의사표시를 한 것이 이번 지방선거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이번 지방선거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국민들이 이명박 정권을 통해 민주주의의 가치를 깨달았을 뿐만 아니라 ‘박정희식 경제 성장 모델’의 한계도 확인했다는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은 과거와 같은 박정희식 성장모델이라고 하는 것이 강부자(강남 땅부자)들에게는 몰라도 서민들에게는 해답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이명박의 등장으로 박정희식 경제 성장 모델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국민들이 스스로 체험을 통해 얻게 됐다. 박정희식 모델이 역사적 종언을 고했다고 볼 수 있다.”


 


그는 2008년 총선까지만 해도 맹위를 떨쳤던 ‘뉴타운 개발 공약’이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찾아 볼 수 없고 ‘무상급식’과 같은 복지공약이 대두됐다는 것을 근거로 제시했다. ‘개발공약 시대’에서 ‘복지공약 시대’로 불과 2년 만에 급격한 변화가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선거연합은 승리를 위한 필요조건, 이후 승리 보장 못한다”


 


김기식 위원장은 이러한 선거평가를 바탕으로 향후 ‘한국사회를 누가 움직일 것인가’라는 물음에 답을 내놨다.


 


“과감하게 시민들의 자유를 위해 투쟁하고 비전을 보여주는 사람, 사회 경제적 영역에서 공공성 원리 하에 교육복지, 노후, 건강 등 사민주의 비전을 가지고 구체적인 정책을 만들어내는 사람 한국 사회를 이끌어 갈 것이다.”


 


김 위원장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선거연합’의 한계로 지적하는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그는 “야권의 ‘선거연합’은 승리를 위한 필요조건 일뿐”이라며 “‘참여정부’와 ‘국민의 정부’의 오류를 반복하지 않고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충분조건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이 연합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빅텐트론‘을 주장했다. 그 빅텐트 속에는 그동안 진보진영에서 함께 하길 꺼려했던 ‘민주당의 구리더십’까지도 현실정치세력임을 인정하고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 빅텐트론을 실현시키기 위해 위해 “단지 정치권에 그런 변화를 촉구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의 힘과 표를 가지고 그런 방향으로 강제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강 참가자들은 ‘빅텐트론’을 펼친 그의 구상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다음은 김기식 위원장과 참가자들이 나눈 일문일답이다.


 



– 주위 사람들을 보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야권의 단일화를 보고 투표를 한 사람들이 많다.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으로 연합을 해서 승리한 것이 아닌가. 이 흐름을 계속 가져가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나?


“앞서 말했지만 연합정치는 필요조건이다. 선거연합의 형태로 승리했지만 이후 승리를 담보해 주지는 않는다. 민주적 진전을 이뤄 내기 어렵다. 연합정당으로 가야한다. 2007년 대선에서 심판했던 민주당과 이번 지방선거에 나온 민주당이 다르다고 생각하나? 변한 것은 없다. 선거연합 이뤄지기 전의 민주당과 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 다른 당들도 뭐가 바뀌었나. 그들 속에 무슨 새로움이 있나.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명박 정권을 심판했다. 하지만 야권이 이겼다는 것 이외에 무슨 새로움을 보고 있고, 다음에도 이길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가. 하나의 큰 당을 만들어야 한다. 그 중간에 여러 세력이 일종의 한 당 안에서 헤게모니 경쟁을 하는 것이다. 미국의 민주당 대통령 중에는 매우 진보적인 대통령이 있고 덜 진보적인 대통령이 있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각 당들 간에 정책연합이라고 합의문을 만들었지만 그게 지켜질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다. 하나의 큰 연합정당 안에서 경쟁을 통해 살아남고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국민의 의사를 담아야 한다. 당내에서 해야만 당의 흐름을 바꾸는 것이다.”


 


– 그동안 진보정당의 사람들은 ‘빅텐트’를 만드는 것은 좋은데 민주당의 구시대의 리더십과는 못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의 ‘빅텐트’는 그들까지 합치자는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진보개혁세력에는 전통적 민주당을 지지하는 ‘호남유권자’,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자’, ‘진보정당 지지자’라는 세 가지 상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 상수가 각각 존재해서는 결코 한나라당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역사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를 통해서도 한계를 확인했다. 모인다고 해서 합쳐지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는 이 상수의 결합이 그냥 선거연합 방식으로 가능한가는 회의적이다.”


 


– 정치권의 러브콜이 많을 것 같은데 정치권으로 나가 볼 생각은 없나.


“2012년 총선에 출마할거냐는 질문을 미국에서 오자마자 계속 듣는데 농반진반으로 2011년 말에 다시 외유를 해야겠다고 하고 있다. 정치는 참 어렵다고 생각하고 정치를 만만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 간부가 정치를 하는 것에 부정적이지는 않다. 정치를 잘 할 수 있으면 하는 게 좋다. 그러나 정치를 하려면 권력의지는 있어야 한다. 좋은 의미의 권력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질문을 받으면서 스스로에게 아무리 질문을 해도 권력의지가 발견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