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새로운 학교의 씨앗, 남한산 초등학교2. 남한산초 성공 모델, 전국에 전파되다3. ‘작은학교교육연대’와 혁신학교의 탄생4. 혁신학교 추진 계획 및 모형5. “학교 가지 말라는 말이 제일 무서워요”[요약문]최근 ‘산촌유학’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도심에 살던 아이들이 시골로 ‘유학’을 가는 풍경을 일컫는 말이다. 한두 달 혹은 1년 단위로 생태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단기 유학’이 아니라 아예 시골 학교로 전학 가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몇몇 학부모들은 시골 학교를 가기 위해 4살인 아이를 입학명부에 등록을 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역류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골의 작은 학교로 처음 언론의 주목을 받은 것은 남한산 초등학교다. 99년 교육부는 대대적인 농어촌학교 통폐합 정책을 추진했다. 이는 각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사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을 촉발시키는 계기가 됐다. 남한산초 역시 2000년 폐교가 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역 주민과 학부모, 몇몇 교사들의 학교 살리기 운동에 의해 남한산초는 ‘새로운 대안적 공립학교’로 거듭나게 된다. 남한산초는 오히려 ‘작은 학교’이기에 누릴 수 있는 장점을 충분히 살리는 것으로 출발했다. 전교생이 100여명 규모이기에 교사가 아이들 한명 한명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집안 형편이나 부모의 성향, 아이의 성격 특징, 학습발달 상태까지 두루 알 수 있었다. 학부모와 교사는 끊임없이 토론과 조정을 거쳐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갔다. 이러한 남한산초의 성공사례는 공교육에서 새로운 교육을 꿈꾸는 이들에게 실천적 지침이 됐다. 관료 주도의 수직·하향적인 교육개혁은 학교현장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실패했다는 공감 때문이다. 이에 남한산초 모델은 거산초, 삼우초, 상부남부초, 금성초 등으로 전파된다. 모두 소규모 학교다. 각 학교는 체험중심의 프로젝트 학습, 계절학교, 블록 수업, 다모임 등의 남한산초 모델을 기초로 지역적 조건과 구성원의 실정에 맞게 학교를 새롭게 일구어갔다. 작은 학교가 늘어나게 되면서 2005년에는 ‘작은학교교육연대’ 모임이 결성됐다. 전국적인 연대 운동으로 발전하기에 이른 것이다. 작은학교교육연대 회원들은 또 다른 지역에서 새로운 학교 만들기를 시도했고 이들 학교 간에는 네트워크도 구축됐다. 그러던 중 2007년 9월부터는 전국에 ‘교장공모제’가 시범 운영되기 시작했다. 새로운 교육을 열망하는 교사와 학부모들이 교장 선출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특히 ‘내부형 교장공모제’는 학교 개혁의 새로운 계기가 됐다. 기존의 교원 승진 경쟁 체제와 달리 교장 자격증이 없는 평교사에게도 교장 임용의 길이 열렸다. 이로 인해 교육철학과 학교운영에 대해 뜻이 같은 교장과 교사들이 주축이 돼 조현초, 홍동중, 덕양중 등 새로운 학교교육의 모델이 만들어지게 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2009년 경기도에서는 ‘혁신학교’가 새로이 생겨났다. 혁신학교는 첫 진보 교육감으로 당선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의 핵심 공약 중 하나였다. 당시 학교 현장은 이명박 정부 집권 이후 더욱 입시 위주로 내달리며 황폐화돼 가고 있었다. 혁신학교는 한 학년을 5개 반 이하, 학급당 학생 수를 25명 내외로 제한한 형태의 학교다. 교장은 공모제를 통해 임명하며 교장에게는 교사 초빙권을 보장한다. 교무보조인력, 상담전문교사, 사서교사, 보건교사를 필수적으로 배치해 교사들이 학생 교육과 상담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교육적 여건을 조성하는 것도 중시했다. 즉, 혁신학교는 ‘작은 학교’와 같은 소규모 학급 편성, ‘교장공모제를 통한 새로운 학교’와 같은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적극 활용한 형태다. 교육청에서 주도하는 만큼 기본적인 교육 여건 조성과 효율적인 학교 운영을 위한 행·재정적 지원도 대폭 늘렸다. 다시 말해 혁신학교는 시골의 작은 학교들에서 출발한 학교 단위의 혁신운동을 계승·발전시킨 새로운 학교운동인 것이다. 아직 미완성인 혁신학교의 구체적인 상은 앞으로 수년간의 경험과 시도 속에서 완성돼 갈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의 과정에서 밝혀진 학교 단위 혁신을 위한 기본 조건들은 포함된다. 구체적으로는 △‘배움과 돌봄의 공동체’라는 교육철학에 합의하는 헌신적인 교사와 교장의 유입, △교사의 자율권 보장을 통한 교육과정의 특성화·다양화, △학교 주체들의 참여와 소통, 자발적 협력에 기초한 학교운영,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배움공동체 형성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아직 혁신학교는 가야할 길이 멀다. 단기적 과제로는 교장공모제와 교사순환제 등에 대한 대안, 교육과정 및 평가에 대한 자율권 확보, 교육청의 재정지원, 학부모와 지역의 협력을 보장하는 안정적 체제 구축 등이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21세기 새로운 교육철학·방향에 대한 국민적 합의 과정과 대도시와 중등학교에서의 성공 모델 제시가 필요하다는 것 역시 남겨진 과제다. 다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남한산초 졸업생의 이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학교를 다니며 점수로 환산할 수 없는 삶에 대한 내면의 힘을 가지게 됐어요.” 아이들은 학교에서 가르쳐준 스스로 삶의 길을 찾아가는 방법을 평생 기억하는 법이다.최민선 humanelife@saesay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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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교육에 필요한 건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