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G20 공조체제 균열 캐나다 토론토에서 6월 26-27일에 걸쳐 개최된 G20정상회의가 별다른 진전 없이 그 동안 지속적으로 이야기해왔던 원칙만 재확인 한 채 막을 내렸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토론토 회의에서는 IMF와 BIS 등의 기관에서 연구한 금융안정화 방안을 바탕으로 그 기본 틀에 합의를 도출해냈어야 했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11월 서울 회의에서 세부적인 공동정책안이 발표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서 그동안 집중적으로 국제공조 정책을 추진했던 이슈들은 개별 국가의 문제로 전환되었고, 오히려 재정문제와 관련되어 이견만 부각되었다. 그 동안 중심적으로 논의되었던 이슈 중 하나인 은행세는 서울회의에서는 아예 논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미 이 달 초에 부산에서 열린 G20 실무자회의에서 은행세 문제는 각국이 알아서 하기로 이야기가 되었고, 이번에 이를 공식화 하였다. 은행의 건전성 문제의 핵심인 BIS자기자본 비율도 전반적으로 강화한다는 원칙만 확인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개별국가의 사정에 따라 결정하기로 하였다. 이와는 달리, 재정정책과 관련해 국가 별, 지역 간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 유럽 G20회원국들은 그리스, 스페인 등 남부유럽의 재정문제가 유럽 전체의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몸소 느꼈기 때문에 강도 높은 긴축정책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미국은 지속적 경기부양을 강력히 주장했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재정적자 폭을 점진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민간수요가 위축되어 있어” 경기 부양을 너무 빨리 멈추면 “과거에 실수를 범했던 것처럼 경기침체가 다시 시작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공공지출을 통한 경기 부양 정책을 지속할 필요성을 강조하였다(Reuters, 2010/06/18). 유럽의 지도자들의 생각은 완전히 달랐다. 마누엘 바로스 EU집행위원장은 “적자 감축과 부채 안정화를 위해 확실한 목표에 합의를 도출해 내야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캐머런 총리도 “재정 적자 문제에 직면한 나라들은” 신뢰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유럽의 국가들은 단지 말로서가 아니라, 이미 행동으로 재정지출 축소에 나섰다. 영국은 2015년까지 1130억 파운드의 적자를 감축하는 내용의 긴급 예산안을 발표했다(Financial Times, 2010/06/22). 독일은 6월 7일 세금 인상과 재정긴축을 통해 4년에 걸쳐 800억 유로 규모의 재정적자를 해소하는 방안을 이미 발표한 바 있다(이데일리, 2010/06/08). 2. 기본적 합의 사항들 전반적 기조 -재정적자를 2013년까지 절반으로 축소하고, 2016년까지 하향화 추세로 전환-경기 회복세를 감안하고 성장도 함께 고려 -글로벌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진국은 수출 경쟁력을 제고하고, 국내저축을 증대 -선진 흑자국은 내수촉진을 위한 구조개혁을 펼치고, 신흥 흑자국은 사회안전망과 인프라 지출 확대하며, 환율 유연성을 제고 -통화정책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 중점을 두고 운영 금융규제 -은행자본은 보통주 위주로 구성하고 자본비율을 상향 조정하되, 이행기간은 각국의 상황에 맞게 충분히 부여-금융부담금 추진은 은행세 등 구체적 형태를 규정하지 않고 각국의 상황에 맞게 추진-납세자 부담 없이 모든 유형의 금융기관을 정리할 수 있는 체계 마련-파생상품, 헤지펀드, 신용평가사 등에 대해서 투명성 및 규제·감독 강화를 위한 조치 시행 국제금융기구 개혁 -IMF의 의사결정 권한의 양을 의미하는 쿼터개혁을 서울정상회의에서 결정: 쿼터 비중 9.6퍼센트를 한국 등 과소대표된 54개국으로 이전-세계은행의 투표권도 전체 4.59퍼센트를 개도국으로 이전-개도국의 개발자금과 관련되어 있는 국제금융기구들(세계은행, 아시아개발은행, 미주개발은행)에 3500억 달러 증자 합의 환영-보다 안정적이고 복원력 있는 국제통화제도 구축 3. 근본적 한계 2008-9년에는 1930년대 대공황과 맘먹는 위기에 직면했다는 세계적 공감대 형성되어, 모두가 같은 배를 타고 있다는 정서가 강했다. 실제로 G20회원국들이 국제적 공조를 원만하게 잘 이끌었다. 물론 공조의 내용은 단순했다. 대규모 구제금융과 재정지출을 통해 신용이 경색되고 경기가 불황에 빠지는 것을 막는 것이었다. 이에 대한 대응은 신속하게 이루어졌고, 성과도 좋았다. 하지만 2010년 경기가 지표상으로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면서, 공통점은 약해지고 차이점이 더 크게 부각되기 시작했다. G20은 기존 선진국 G7(또는 러시아 포함 G8)에 신흥국 12개국과 EU 의장국을 포함시킨 것이다. 회원국들이 경제상황과 발전정도가 각기 달라 모두에게 적합한 단일안이 만들어지기 힘들다. 예를 들어, 미국의 경우 무역적자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위안화 절상을 주장하고, 신흥국들의 수출의존도를 낮추기를 원한다. 그러나 신흥국 입장에서는 그럴 경우 자국 산업과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기 때문에 좀처럼 그 안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또한 외국자본의 유출입에 따라 신흥국의 외환·금융·자산 시장의 변동성이 커져 경제 전체가 흔들리기 때문에 무역흑자를 통해 외환보유고를 높이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선진국 그룹 내부에서도 유럽과 미국의 의견차가 벌어지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유럽은 재정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문제가 심화되고 확산될 경우 유로 존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지속적 경기부양을 주장하고 있지만, 재정적자 문제에 있어 유럽 국가들보다 전혀 나은 처지에 있지 못하다. 다만 기축통화국의 이점이 있기 때문에 ‘여유’를 부릴 수 있을 뿐이다. 재정문제는 단지 회원국들이 처한 상황의 다양성 문제에 국한되진 않는다. 경제위기에 관한 주류 경제학 이론과 그에 기초한 정책방안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시장 만능주의를 설파해 왔던 학자들은 시장이 일시적으로, 또는 부분적으로 실패를 경험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전반적인 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부인해 왔다. 그러나 1930년대 대공황과 현재의 위기에서 알 수 있듯이 그들의 주장처럼 시장의 자율적 조정기능을 믿고 정책을 펼쳤다가 세계 전체가 위기에 봉착했다. 한 동안 정부의 재정지출로 민간의 소비와 투자 위축을 보조하는 케인즈주의적 방안이 해결책으로 힘을 발휘했었다. 하지만 이번 위기에는 이마저도 큰 문제에 부딪히고 만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불거지면서 드러났듯이, 국가 자체도 자본주의 시장 메커니즘에 편입되어 있기 때문에 마음대로 재정지출을 늘릴 수 없다. 국가가 재정수입을 통해 안정적으로 부채를 갚을 수 있는 능력이 시장에서 평가되고, 그에 따라 채권의 가격이 변동한다. 그리고 국가의 신용도를 지수화 하여 파생상품이 거래되고 있다. 국가신용도가 떨어지면 상대적으로 훨씬 더 비싼 값으로 채권을 팔아야 한다. 그나마 팔 수 있으면 다행이다. 시장에서 아예 사주질 않아 국가가 필요한 돈을 구하지 못할 수 있다. 게다가 국가의 신용에 문제가 생기면 투자된 외국자본이 채권, 주식, 외환시장 가릴 것 없이 한꺼번에 빠져나가 국가경제 자체가 붕괴한다. 현재 세계경제의 상황은 미국의 주장대로 경기가 회복되려면 민간의 투자심리와 소비심리가 살아날 때까지 재정지출을 줄일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세계 각국은 재정적자 폭을 줄이지 않고, 이 상태를 계속 끌고 갈 수도 없는 처지이다. 시장이 ‘가만있지 않기’ 때문이다. G20이 일괄적인 규제안을 제대로 도출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각국의 처한 상황과 이해가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21세기 자본주의 체제가 새롭게 직면한 위기에 대해 제대로 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형준 hjpark@saesay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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