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구조 변동에 대처하고 있는가

By | 2010-06-24T13:36:07+00:00 2010.06.24.|

경제위기로 감소추세를 지속하던 고용상황이 올해부터는 적어도 외형적으로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희망근로 등 정부가 임의적으로 만든 일자리를 줄여 갔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취업자수는 이미 지난 5월 기준으로 60만명에 가까이 늘어났다. 비교시점인 지난해 5월에 22만명이 감소했던 기저효과를 감안하고, 지방선거를 앞둔 정부의 일자리 유지 정책이 있었음을 고려해도 기대 이상의 증가 폭이다. 특히 한때 370만명 수준으로 떨어졌던 제조업부문 취업자가 다시금 400만명을 돌파한 것을 보면, 민간부문의 고용동력이 살아난 것이 아닌가 하는 해석까지 가능하다. 경제위기로 크게 잘려 나갔던 우리 국민의 일자리가 다시 복원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런 탓인지 당초 올해 6월에 ‘중·장기 국가 고용전략 계획’을 발표하겠다던 정부의 다급했던 의지도 상당히 수그러들면서 느긋한 태도로 변하고 있는 조짐이다. 그런데 여기서 반드시 살펴봐야 할 이슈가 있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후 일자리 분야의 양과 질이 천차만별로 세분화된 양극화가 오랜 동안 구조화돼 있기 때문에 단순히 총량적인 일자리 개수로 고용이 회복됐는지를 판단할 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정말 외형적 숫자가 회복됐을 뿐 아니라 일자리의 내용도 최소한 복원된 것인가. 첫째로 짚어 봐야 할 것은 대기업의 고용흡수력이 늘었는지 하는 점이다. 현재의 경제위기 회복의 사실상 주역은 수출 대기업들이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라면 경제회복을 이끈 동력이 곧 일자리 창출 동력과 맞아떨어져야 하고 그럴 때 정상적이고 안정된 일자리가 정착될 수 있다. 그런데 지난 5월 전체 취업자수가 58만6천명이 늘었던 시점에서 300인 이상 대기업의 일자리는 오히려 5만2천명 줄어들었다. 결국 늘어난 일자리 전부와 대기업에서 추가적으로 줄어든 일자리를 모두를 300인 미만 중소기업에서 채웠다는 얘기다. 그 결과 300인 이상 대기업의 고용비율은 8%에도 미치지 않는다. 이들 일자리의 질이 좋을 리가 없다. 단적인 사례로 늘어난 일자리의 절반에 가까운 25만6천개는 단순 노무직이었다. 2009년과 2010년 연초마다 전경련으로 대표되는 대기업들이 고용창출을 늘리겠다고 공언해 왔던 것을 기억하면, 이들이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둘째로 주목해야 할 것은 어떤 산업영역에서 일자리 이동이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올해 5월 기준으로 경제위기 이전과 비교해 보면 일단 전체 취업자는 2년 동안 30만명이 늘었다. 매년 경제활동 가능인구가 50만명씩 늘어나는 것에 비하면 당연히 많은 숫자는 아니다.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산업 분야는 예상대로 농업과 자영업이 몰려 있는 도소매 서비스업이었다. 한국 경제성장의 주력인 제조업은 경제위기로 크게 감소했다가 그나마 최근 회복돼 5년 동안 일자리가 제자리걸음이다. 앞으로도 제조업에서 의미있는 추가 고용흡수를 기대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당연히 늘어날 것으로 기대됐던 건설업은 5년째 계속 줄어들고 있다. 민간 주택경기가 과거의 활황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아무리 공공 토목건설을 늘린다고 해도 건설업에서의 고용창출 효과는 향후 전혀 기대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어디서 일자리가 늘었는가. 공공부문과 교육·보건·복지서비스 분야다. 경제위기 이전에 87만명이던 공공부문 일자리는 현재 100만명을 넘고 있다. 정부의 임시일자리 창출정책의 효과다. 이를 제외하면 대체로 그동안 진보 쪽에서 일자리 효과가 크다고 주장한 사회서비스에서 일자리가 팽창했던 것이다. 특히 경제위기 이전에 82만명 정도이던 보건·복지 분야 취업자는 현재 110만명을 넘어서면서 급팽창하고 있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 실제로 정부의 재정은 사회서비스가 아니라 토목 건설에 집중 투입되고 있는 중이다. 자금 여력이 있는 대기업은 큰 수익모델을 기대할 수 없는 사회서비스에 거의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 결국 영세한 민간부문이 현실적 수요에 맞춰 사회서비스의 일자리를 늘리고 있다는 것이고, 열악한 근무환경을 감수하고 여기에 취업하고 있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세 번째로 주목해야 하는 것이 연령대별 취업구조의 변동이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40세 미만의 일자리가 큰 감소추세를 이어 가고 있고 반대로 50대 이상의 일자리가 대폭 늘어나고 있다. 이는 인구고령화 추세를 감안하더라도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고 경제위기로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지금도 인구가 팽창하고 있기도 하고 경제활동의 주력이기도 한 30대 일자리의 빠른 감소와 40대 일자리의 정체는 한국 고용구조의 ‘연령별 양극화’라고 하는 새로운 현상의 장기구조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대기업 고용의 지속적 감소, 영세한 사회서비스 일자리 팽창, 일자리 고령화 가속화라고 하는 내적인 고용구조 변화가 총량적인 취업자수 증가의 이면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경제성장 기여를 기준으로 한 산업지도와 고용을 기준으로 한 산업지도의 불일치를 가속화시키면서 성장의 결과를 취업자가 함께 누릴 수 없는 구조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총량적 일자리 숫자가 회복된다고 느긋할 시점이 아니다. 고용구조의 바람직한 방향의 개혁을 진지하게 준비해야 한다. 김병권 bkkim21kr@saesayon.org* 매일노동뉴스 2010년 6월25일자 칼럼으로 기고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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