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선물환 규제안 내용 정부는 6월 14일 자본유출입 변동 완화방안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얼마 전부터 언론을 통해 그 내용이 전해져 시장에는 이미 선 반영되었기 때문에, 발표 이후 시장의 동요는 없었다. 금융·자산 시장에서 규제안이 무덤덤하게 받아들여졌던 또 다른 이유는 그 내용이 외국자본의 유출입을 억제하는 데 그리 효과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의 확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근까지도 외국자본에 대한 규제는 절대로 안 된다는 태도로 일관하다가 규제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구체적인 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엄청난 진일보로 평가할 수 있지만 한계가 많다. 정부의 규제안은 기존의 자본자유화의 정책기조는 그대로 유지한 채 전 세계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자본의 급격한 유출입 문제만 부분적으로 손대고 있다. 규제 규모가 현재 시장의 거래량을 거의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수준이어서, “유출입 완화”란 의미가 무색하다. 그 내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외국은행 지점의 선물환포지션 한도 신설 2009년 11월부터 발표된 금융회사의 외환건전성 제고 및 감독 강화 방안에는 외국 은행 지점에 대한 규제는 빠져 있었는데, 이번에 발표된 변동성 완화방안은 규제의 범위에 외국은행 지점까지 포함하면서 몇 가지 규제의 내용을 강화하였다. 종전에는 선물과 현물의 종합포지션을 기준으로 국내은행만 자기자본대비 50퍼센트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번에는 선물환포지션을 따로 분리하여 한도를 정해 현물과 선물의 매수-매도 포지션이 상쇄됨으로써 규제가 유명무실해지는 문제를 보완하였다. 이번 규제안은 국내은행, 증권, 종금사의 경우 선물환포지션이 전달 기준 자기자본의 50퍼센트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국내은행의 경우 선물환 거래의 개념에 선물뿐만 아니라, 통화스와프,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등 통화관련 모든 파생상품이 포함된다. 외국은행 국내 지점은 한도를 자기자본 대비 250퍼센트로 정하였다. 해외사용 용도로만 외화대출 제한 지금까지는 시설자금에 대해서는 국산시설을 구매하는 경우 기업이 은행에서 외화를 대출받을 수 있었다. 원화대출로 대체가 가능한데도 외화대출을 허용함으로써 불필요한 외화수요를 유발하였고, 자본유입 확대에 기여하였다. 금융 위기와 함께 급격한 환율변동이 발생하면서, 기업의 부담 가중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앞으로는 시설자금 용도로도 국내에서 신규로 외화대출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중소 제조업의 대해서는 국내시설 자금 용도로 외화대출을 일부 허용할 수 있도록 여지를 남겼다 외환건전성 감독 강화 수출기업의 선물환 거래한도를 실물거래의 125퍼센트에서 100퍼센트로 낮추었다. 기업이 필요이상의 선물을 거래해 생기는 외화차입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다. 또한 국내은행의 외화유동성비율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단기자금을 줄이고 중장기 자금을 높이는 방향으로 유도하기로 했다. 중장기 외화자금관리 비율을 현재 90퍼센트에서 100퍼센트로 상향조정하기로 했다. 2. 외국 은행 지점의 역할과 비중 이번 규제안의 핵심은 외국 은행 지점까지 포함할 수 있게 범위를 확대했다는 것이다. 그 동안 한국 외환시장에서 외국 은행 지점의 비중이 매우 컸으나, 지금까지 그 어떤 규제책도 그들은 제외하고 있었다. 그들의 역할과 비중을 살펴보자. [그림1] 외국 외환시장의 기본 메커니즘 외환시장의 관계자들은 2000년대에 찾아온 한국 조선업의 호황이 2008년 세계금융위기와 함께 발생한 한국 외환시장의 ‘붕괴’의 한 원인이라고 말하곤 한다. 언뜻 이해가 가지 않지만, 외환시장의 기본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그들의 말뜻을 알 수 있다. 그림1을 보고 설명하자면, 조선업체 A가 수주를 하게 되면 계약금을 받고, 이후 몇 차례로 나누어 중도금과 잔금을 받는다. 계약과 배를 인도하고 최종 잔금을 받는 기간이 수년에 이르기 때문에, A기업은 그 사이 환율의 변동으로 인해 손실을 볼 가능성을 피하고 싶어 한다. 환차손을 헷지하고 싶은 기업을 상대로 은행들은 선물환 거래를 권한다. 기업A는 선물환을 매도하고, 은행은 선물환을 매수해 준다. 선물환 매수를 원하는 상대자가 있어 매수-매도가 상쇄되면 괜찮지만, 상쇄되지 않을 경우 중개자로서 은행은 자신들이 떠안을 수 있는 위험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외화 자금시장에서 차입을 한 후 현물 시장에서 매도한다. 은행은 원화로 전환된 돈을 원화자금 시장에 투자한다. 시간이 흘러 기업의 선물환 매도계약 만기가 되면, 은행은 투자한 원화자금을 회수해서 계약조건 대로 A기업에 돈을 지불하고, A기업에서 받은 외화를 가지고 외화자금시장에서 빌린 차입금을 갚는다. 2000년대의 조선업의 호황으로 기업의 선물환 매매 수요가 증폭했고, 이에 따라 외화차입 시장도 크게 확대되었다. 차입금은 대부분 단기 자금으로 이루어졌는데, 세계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외환시장을 ‘붕괴’시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6년에서 2007년까지 총외채 증가액은 1935억 달러인데, 이 가운데 50퍼센트 정도가 국내은행과 외국 은행 지점의 선물환 매매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선물환 매매에 유입된 차입금의 상당 부분을 외국 은행 지점이 담당해 왔다. [그림2] 외화 차입금 규모와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출처: 한국은행그림2는 금융위기 이전의 차입금 시장의 변화와 이 시장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낸 것이다. 2006년 1분기에 국내 외화 차입금은 857억 달러였는데,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이 2008년 3분기 차입금은 1,882억 달러로 2배 이상 규모가 커졌다. 외화차입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속적으로 높아졌다. 2004년 3분기 61퍼센트에서 2008년 3분기 85퍼센트로 24퍼센트 증가하였다. [표1] 은행의 외환거래량과 외은지점 비중(단위: 억 달러)출처: 한국은행구분20082009 2010.1/41/42/43/44/4외환거래량553.6444.6391.4444.6455.2484.8479.4국내은행288.2230.5198.1232.8236.5253.3231.2비중<52.1><51.8><50.6><52.4><52.0><52.2><48.2>외은지점265.4214.0193.3211.8218.7 231.5248.2비중<47.9><48.1><49.4><47.6><48.0><47.8><51.8>표1은 국내은행과 외국 은행 지점의 외환거래량과 그 비중을 나타낸 것이다. 다소 변화는 있지만 외국은행 지점이 외환거래량 전체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외국은행 지점은 그동안 정부의 관리대상에서 빠져있었다. 3. 정부대책의 효과?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는 일단 환영할 수 있지만, 이번 규제안이 자본유출입의 변동성을 완화하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간다. 4월말 기준 국내은행의 선물환포지션은 자기자본의 15.6퍼센트 수준이고, 외국 은행 지점의 경우에는 301.2퍼센트라고 한다(경향신문, “선물환 거래 외화대출 제한키로”, 2010.06.13). 새 규제안에 따르면 외국 은행 지점의 경우 자기자본의 50퍼센트 정도를 축소해야 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말 외국 은행 지점의 자기자본은 약 9조 원이다. 따라서 외국 은행이 축소해야 하는 선물환포지션 규모는 약 4.5조 원 가량이다. 하지만 국내은행의 경우 선물환포지션의 비율이 규제한도에 훨씬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외국 은행의 축소분이 국내은행에 의해 채워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외환시장의 변동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몇 가지 중요한 요소에 대해서는 전혀 손대지 않고 있다. 은행들이 수출기업과 맺는 선물환 거래는 1년을 초과하는 중장기적 계약이지만, 외국 은행 지점을 통해 차입하는 외화의 경우 3개월 미만의 단기 자금들이다. 따라서 외국 은행 지점의 단기채무 비중은 절대적으로 높고, 국내은행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매우 높다. 그림3을 보면, 2004년 1분기부터 2010년 1분기까지 6년 동안 국내은행의 평균 단기채무비율은 48퍼센트였던 반면, 외국 은행 지점은 93퍼센트였다. [그림3] 은행의 단기 채무 비중 출처: 한국은행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대량의 단기 차입금이 대출연장을 하지 않고 한꺼번에 유출되기 때문에 외환시장이 붕괴하고, 증권시장이 폭락하게 된다. 외국 은행 지점이 단기외채에 의존하여 영업하는 것을 개선하지 않으면, 자기자본 대비 비율로 선물환포지션 규모를 규제하는 것이 자본유출입 변동성 완화에 큰 효과가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규제안에는 증권투자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외국인들이 현재 한국 증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고, 그들의 매매 패턴에 따라 한국의 주식, 채권, 외환시장의 방향성이 결정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상식’박형준 hjpark@saesayo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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