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운 심판이다. 2010년 6월2일, 대한민국 유권자들은 자신들이 시퍼렇게 살아있음을 입증해주었다. 더구나 천안함 사태가 일어났는데도 그랬다. “다행히 천안함 사태가 바로 인천 앞바다”라며 언죽번죽 승리를 자신한 한나라당 국회부의장 이윤성 따위를 냉엄하게 심판했다. 인천의 민주시민들은 송영길 후보를 시장으로, 민주노동당 후보 2명을 구청장으로 선택했다. 그 뿐인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들을 대량학살하고 나선 이명박 정권의 만행에 대해 대한민국 유권자들은 서울시교육감과 경기도 교육감에 진보 후보의 당선으로 응답했다. 무엇보다 그 빛나는 승리는 <조선일보>를 비롯한 수구언론들의 노골적인 한나라당 편향보도와 전교조 죽이기 여론몰이 속에서 일어난 성과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민심이 천심임을 확인해준 2010년 6월2일 그래서다. 새삼 민심이 천심임을 우리 모두 확인하고 있다. 오죽하면 유들유들한 오세훈 후보마저 “무서운 민심”을 들먹였겠는가? 하지만 어떤가. 매서운 심판임은 분명하지만 현실을 직시할 때다.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를 놓쳤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시장은 특정지역의 몰표에 힘입어 오세훈이 가까스로 당선되었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심판이 미완으로 보는 이유다. 유시민 후보도 말했듯이 “2%가 부족”했다. 유시민은 “충남의 안희정, 강원의 이광재, 경남의 김두관 후보”의 승리가 “제 일처럼 기쁘다”고 덧붙였다. 비단 유시민만이 아니다. 안희정-이광재-김두관 후보의 도지사 당선은 인천시장과 충북도지사 선거가 그렇듯이 이명박 정권에 대한 또렷한 심판이다. 문제의 핵심은 그 2%가 무엇인가다. 기실 경기 북부지역의 ‘안보 불안 심리’를 고려하면 유시민은 선전했다. 민주노동당은 물론 진보신당의 도움까지 받았기에 아쉬움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부족했던 2% 이명박 정권의 만용이 극에 달했음에도 서울시와 경기도에서 한나라당이 이긴 이유에는 천안함이나 강남3구 몰표, 독과점 신문의 여론몰이가 큰 몫을 했을 터다. 그 요인을 무시하지는 말자. 하지만 그것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서울시 교육감과 경기도 교육감은 곽노현-김상곤 진보 후보가 이겼기 때문이다. 그 2%가 무엇인가를 냉철하게 짚고 벅벅이 채워가는 일, 바로 그것이 2012년을 앞둔 민주-진보세력의 과제다. 지금 그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내 생각이나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의 제안을 고집하며 쓰고 싶지 않다. 그 2%가 무엇인지 모두 마음을 열고 함께 찾아야 옳기 때문이다. 비단 한명숙과 유시민의 문제가 아니다. 당선된 송영길-안희정-이광재-김두관을 비롯해 호남과 충북의 민주당 도지사들이, 서울과 인천, 경기도의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단체장들이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성찰할 문제임을 축하의 인사로 전하고 싶다. 우리에게는 더 큰 싸움, 2012년이 다가오고 있어서다.손석춘 2020gil@hanmail.net * 이 글은 ’손석춘의 새로운 사회’ 오마이뉴스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블로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