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병원 환자를 해부하다 (2)

By | 2010-05-31T16:33:28+00:00 2010.05.31.|

앞선 글에서, 내가 어느 하루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정리해 보니 9시간 진료 시간 동안 109명의 환자를 대했고, 그 중 대략 40명 정도는 자가 치료와 휴식 정도로 나을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이야기했다. 웬만하면 안 와도 될 환자들이라는 것이다. 동네병원에 종사하는 동료 의사들과 얘기를 나눠 봐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이러한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일차의료의 문제와 심각성을 실제로 보이고 싶어서였다. 의료비는 천정부지로 증가하고, 이에 따라 보험료는 계속 높여야 하고, 건강보험에서 보장해 줄 수 있는 것들은 지렁이 꿈틀대듯이 별 진척이 없다. 이러한 요인에는 병원 진료비, 약값이 주요하겠지만, 노인 인구의 증가와 신의료기술의 개발, 중증 질환 등으로 인해 들어가야 할 의료비는 결코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그렇다면 의료비 증감 요인에 결정적 작용을 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일차의료의 현장, 즉 동네병원이 있다. 거기에 하나 더 하면 동네병원과 종합병원 등과 연결되는 ‘의료전달체계’를 생각할 수 있다. 종합병원의 역할과 방향에 대해서는 다른 기회에 이야기 하도록 하고, 여기에서는 동네병원에 대해서만 언급하고자 한다.의료비 절약, 동네병원이 열쇠의료비 증감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곳이 동네병원인 이유는 단순하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곳이 바로 동네병원이고, 동네병원에서 환자들에게 건강 교육도 잘 하고, 예방 교육도 잘 하면 굳이 병원을 찾을 일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적어지면 들어야 할 약값도 적게 든다. 당연히 의료비가 팍팍 줄어들 수 있다.우리나라처럼 개인병원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환자들이 동네병원을 많이 이용하면 할수록 국가(건강보험공단)에서 각 병원에 지급되는 진료비가 많아지게 되고, 그럴수록 보험재정 누수는 커지게 된다. 아픈 사람한테 병원 가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너무 불필요한 이용이 많고, 병원에 덜 오게 할 수 있는데 그러한 시스템은 가동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말하고자 함이다.과연 그럴까? 이것이 궁금해서 동네병원이 과연 일 년에 얼마만큼의 외래 진료비를 소비할까 알아봤다.그림 1. 병원 종류별 외래 총진료비 그림. 종합병원은 전문종합병원과 일반 종합병원을 합친 수치 (그림 : 고병수. 자료출처 : 곽정숙 의원실)위 그림은 외래진료비 중 동네병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래서 정부나 건강보험공단은 동네병원을 잡지 못해서 안달이다. 이들만 잡으면 의료비가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진료 수가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고, 환자를 많이 보면 의료기관에 주는 금액을 깎고, 의사들의 의학적 판단과는 다르게 심사를 적용하면서까지 부당 진료비 청구다, 무리한 진료 내용이다 하면서 삭감을 하는데 열을 낸다. 한 푼이라도 건져내기 위함이다.동네병원 이용하는 주민들의 만족도는?이렇게 일차의료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동네병원을 이용하는 국민들은 행복하고, 신뢰를 느끼고 있을까? 세계 여러 나라의 병원 만족도를 일일이 비교하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의 병원 이용 만족도는 아주 낮다. 일차의료가 발달하고, 주치의제도를 하는 나라들은 대부분 자기들의 동네병원 의사들에 대한 만족도가 아주 높다. 다만 종합병원이나 전문의 진료 예약을 할 때 기다리는 기간이 너무 길다는 점이나 의료사고 등은 불만이지만 말이다.우리나라에서도 의사협회나 몇몇 공신력 있는 단체에서 가끔 설문조사를 할 때가 있는데 의료진이나 치료 내용에서는 그다지 나쁘지 않지만 상세한 설명, 친절함, 환자 말 들어주기 등의 내용에서는 아주 낮은 점수가 나온다.선진 외국과 우리나라의 의사들 간에 무슨 차이가 있을까? 그 이유는 의사들의 실력에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의료 체계에 있다. 아무 동네병원이나 마음대로 골라서 갈 수 있는 것은 편하고 좋은데, 정작 진료를 받게 되면 결코 3분을 넘기지 않는다. 왜 아픈지, 어디가 문제인지만 아는 데도 10분 넘게 걸려야 정상이고 그에 대한 대책과 설명을 하는 것도 긴 시간을 소요되는 게 상식적이다. 아무리 감기나 가벼운 질환일지라도 말이다.하지만 우리나라 동네병원에서는 환자가 많든, 적든 개개인에게 그다지 긴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아니 할 수가 없다. 환자들에게는 국가와 의사간에 ‘일인당 얼마’라는 수가로 정해진 딱지가 붙어있기 때문이다. 대기 환자가 많아서 그렇기도 하지만, 환자가 많지 않다 하더라도 사람마다 같은 금액이 매겨져 있기 때문에 의사들은 그다지 충분한 시간을 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물건을 팔 때 많이 팔수록 이익이 커지는 것과 똑같다.혹자는 이러한 현상이 의사들의 이기심, 혹은 돈만 밝히는 심보에서 온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부 맞는 이야기지만 실상 그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한 탓에 오해하고 있는 것이 더 많다고 생각된다. 정말 열심히 환자들과 교감하면서 진료를 하는 의사들도 많다. 장기려 박사 수준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봉사하는 분들도 많다. 문제는 환자 진료하는 것을 수익 창출의 한 방편으로 보는 이제까지의 관행이 잘못된 것이다. 언제 한번 국가나 의사협회가 공적의료를 위해 지역주민과 의사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거나 묶어주려고 노력한 적이 있는가? 단언컨대 한 번도 없다.그렇다면 바득바득 하루에 70명, 100명 환자를 진찰하지 않기 위해, 또한 경쟁이 심해져서 공휴일 진료, 야간진료까지 해야 하는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의사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30분이든, 1시간이든 귀중한 시간을 없애가면서 기다렸더니 고작 2-3분 진료를 받은 환자들이 만족스러운 진료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의료 시스템이 어떻게 되어야 할까? 무질서하고, 높아만 가는 의료비를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효율성을 높인 의료체계를 고민하는 국가로서 고려할 수 있는 의료 시스템이 있기는 할까?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한 걸까? 많은 문제가 따라온다.다음 지면을 통해 이 문제들을 정리하면서 해결 방법을 하나씩 고민해보려고 한다.고병수 bj971008@hanmail.net

1 개 댓글

  1. mix9322 2010년 6월 10일 at 7:23 오전 - Reply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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