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생일’을 맞았다. 스물한 살이다. 하지만 교사들은 서로 축하할 수 없었다. 이명박 정권의 전교조 교사 ‘대량학살’ 때문이다. 정진후 위원장은 창립기념식 날 정부중앙청사에서 조계사까지 ‘3보 1배’를 했다.<동아일보> 기자는 “자축연 대신 단식농성, 초라한 전교조 21주년” 제하의 칼럼(5월29일자)에서 “꼿꼿한 자세로 세 발짝마다 큰절을 하는 정 위원장의 얼굴은 초췌한 기색이 역력했다”고 썼다.대량학살극에 직면한 전교조를 일러 “초라”와 “초췌”로 보도하는 젊은 기자를 보면 한국 언론의 미래가 새삼 암담하다.더 큰 문제는 학교 현장이다. ‘천안함 사태’로 남북 사이에 ‘전운’마저 감도는 상황에서도 이명박 정권은 서슴없이 교사 대량 파면과 해고에 나섰다. 학살을 발표할 시점에 대통령은 담화문을 통해 ‘하나가 되자’고 호소했다. 그래서다. “하나 되자는 대통령 호소 누가 막는가?” 제하의 칼럼(5월24일)에서 진정성이 있다면 대통령 자신부터 국민을 상대로 한 편향된 ‘이념 대결’에서 벗어나라고 촉구했다.전교조 대량학살 슬그머니 연기한 이유곧이어 교육과학기술부가 전교조 징계를 미루겠다고 발표했다. 몇몇 언론에서는 정부가 전교조 징계를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그 결과다. 적잖은 사람이 마치 이명박 정권이 ‘똘레랑스’를 베푼 듯 착각한다.과연 서슬 푸른 ‘파면의 칼’을 휘두르던 이 정권의 교육과학기술부가 개과천선한 걸까? 아니다. 교과부는 전교조 교사 169명에 대한 직위해제를 시·도 교육청 ‘자율’에 맡기겠다고 잠시 연기했을 뿐이다.교과부는 “학기 중 학생들의 학습권에 지장이 없도록 하기 위해”라는 이유를 들었다. 그럴듯한 말이다. 하지만 더 큰 이유가 있다. 이명박 정권의 독재적 행태가 자칫 ‘선거 역풍’을 불러올까 우려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언제나 전교조 사냥에 앞장선 <조선일보>조차 기사 한 구석에 “징계·직위해제 조치 연기에 대해 정부는 실무적·절차적인 이유를 들었지만, 실제로는 6·2선거에 ‘전교조 징계 역풍’이 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보도했다.그렇다. 철회가 아니다. 연기일 뿐이다. 선거를 의식한 ‘눈가리고 아웅’이다. 언론의 속셈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가령 앞서 소개한 <동아일보> ‘기자의 눈’은 “정 위원장이 밝힌 대로 전교조가 모든 해직 교사의 조합원 자격을 계속 유지한다면 다음 창립기념일은 더욱 초라해질 수밖에 없다”며 “내부에 고통의 싹이 있다면 비명만 지를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잘라내”야한다고 언구럭부린다.이명박 정권조차 선거역풍을 의식해 ‘눈 가리고 아웅’에 나선 대량학살에 교육감을 꿈꾸는 후보들 반응은 어떨까. 서울시 교육감으로 나선 대다수가 ‘찬성’했다.누가 교육감 되느냐 따라 학교에 평지풍파보도에 따르면, 이원희 후보는 “정부의 조치에 동의한다”고 환호했다. 남승희 후보는 “이번 기회에 진보 후보의 교육 자질을 검증해야 한다”고 부르댔다. 반면에 곽노현 후보는 “2008년 총선에서 현직 교사들이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하고 입당 원서를 낸 것은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며 “혐의가 확정되지도 않은 사안에 대해 기소만으로 파면·해임한 것은 이중잣대”라고 비판했다.어떤가. 서울시만이 아니다. 전국 곳곳에서 누가 교육감이 되느냐에 따라 학교 풍경이 사뭇 달라질 수 있다. ‘역풍’이 불까 두려워 슬그머니 ‘후퇴’한 이명박 정권의 ‘망나니 칼날’에 어떤 후보들이 용춤추고 있는지 냉철한 판단이 절실한 오늘이다.결코 전교조의 문제가 아니다. 교사만의 문제도 아니다. 10대들이 다니는 학교 현장에 일어날 독재의 ‘칼바람 문제’다. 저 칼날을 숨기며 눈 가리고 아웅하는 이명박 정권의 속임수, 과연 통할까.손석춘 2020gil@hanmail.net * 이 글은 ’손석춘의 새로운 사회’ 오마이뉴스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블로그 바로가기)* 교육감 선거 정책비교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보고서(http://www.saesayon.org)를 참조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