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 과도한 복지지출 때문?

By | 2010-05-27T11:51:48+00:00 2010.05.27.|

남유럽을 진원지로 한 유로화 국가들의 재정위기와 유로화 불안정성이 일시적인 국면을 넘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위기가 가장 심각한 그리스에 대해 무려 1천100억유로라는 거액을 앞으로 3년 동안 지원하는가 하면 유럽연합과 국제통화기금(IMF)이 긴급 구제기금을 7천500억유로나 조성하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태는 쉽게 진정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스페인이 부실에 빠진 지역 저축은행을 국유화한 데 이어 추가로 4개 저축은행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이 임박했다는 소식이 보도되고 있다. 그리스와는 차원이 다른 세계 9위 경제권인 스페인마저 위기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모양새다. 한편 천안함 사태로 남북관계가 긴장일로를 걷자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증시가 폭락했다. 천안함이 한반도 군사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금융위기를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부각되는 상황까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유럽 재정위기가 단기적으로 해소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사실 올해 초 세계 경제를 다시 불안 국면으로 만들 가능성이 있는 요인으로서 미국의 상업 모기지 부실 우려, 유럽의 재정위기 가능성, 그리고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자산거품 우려가 지목된 바 있다. 이 가운데 하나인 유럽의 재정위기가 현실화된 것이다. 유럽 재정위기의 원인 진단을 둘러싸고 다양한 해석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유럽 정부들의 과도한 공공지출과 복지제도가 재정위기의 원인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과연 유럽의 공공부문 비대화와 복지제도가 경제위기 속에서 그나마 사회안전망 역할을 한 것이 아니라 위기를 키우는 데 일조했는가. 특히 복지가 잘 발달된 북유럽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복지시스템이 취약한 남유럽에서 과도한 복지 때문에 재정위기가 발발했다는 것이 타당성이 있는가. 유럽 재정위기와 관련해 명확히 해 둘 것이 있다. 그것은 이 위기는 기본적으로 미국발 금융위기의 연장선에서 그 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또 다른 국면이라는 사실이다. 유럽위기 원인에 대해 미국발 금융위기와 다소 별개로, 유럽 자체의 구조적 문제나 개별국가의 경제체제 문제를 중심으로 진단하는 것은 문제의 핵심을 빼 버린 것이다. 남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재정위기가 현재화되고 있는 것은 이들 국가들 역시 미국식 신자유주의화로 인한 금융세계화에 편승해 부채를 늘리고 부동산 거품을 만들어 왔던 요인이 한편에서 작용하고 있다. 또한 미국이 저지른 금융위기 확산을 막고자 급격히 재정지출을 늘리면서 재정 악화를 가속화시켜 왔던 결과다. 최근 몇 년 동안 국가부채를 살펴보면, 그리스는 약 20%, 아일랜드는 무려 40% 가까이 급등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월가 투기자본들과 신용평가사들은 유럽 국가들의 재정 취약성을 이용해 그 위험성을 고의로 증폭시킴으로써 투기적 이익을 취하고 있는 행태까지 보여 주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스를 필두로 주요 유럽 국가들이 유럽의 위기와 유로 불안정성을 빌미로 월가 투기자본들의 투기 행태가 극심하다고 비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론 유럽의 이번 재정위기는 유럽 중앙은행(ECB)의 책임 아래 공동통화를 사용하면서도 재정정책은 각 국가 재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유럽연합 고유의 모순이 국가별 경제력 격차와 산업구조 격차의 누적으로 인해 확대된 측면이 있다. 미국과 중국을 축으로 한 글로벌 불균형에 비견되는 유럽 내부의 지역 불균형(European regional Imbalance)이 그것이다. 유로화라는 공동통화의 사용은 위기 초기에는 유로존내의 취약국가들로 하여금 환율안정과 물가안정을 기하는 데 도움을 줬지만, 이후에는 독자적 통화정책과 환율정책을 사용하지 못함으로써 위기를 수습하지 못하도록 했던 것이다. 덧붙일 것은 미국이 일으킨 금융위기나 유럽의 재정위기에는 명백한 공통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과도하게 누적돼 온 부채를 해소하지 못하면 다양한 형태의 위기 재발이 불가피하다는 점이 그것이다. 이번 유럽의 위기는 그동안 은행을 중심으로 민간부문에 쌓여 왔던 부채가 글로벌 금융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축소된 것이 아니라 결국 정부로 이전됐을 뿐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고 있다. 재정구조가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남유럽이 이 과정에서 타격을 받은 것이다.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한국은 국가부문 부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지는 않다. 그러나 가계부문 부채는 경제위기 수습 과정에서도 오히려 증가하면서 가처분 소득 대비 가계 부채가 145%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기업과 금융회생의 대가로 가계의 소득이 줄고 부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국민경제의 총량 부채는 줄기는 고사하고 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이런 점들을 볼 때,유럽 재정위기 확산을 보면서 ‘과도한 공공지출과 방만한 복지체계’ 때문이라는 인식은 얼마나 안이한 생각인가.김병권 bkkim21kr@saesayon.org* 매일노동뉴스 2010년 5월7일자 칼럼으로 기고한 글입니다.

1 개 댓글

  1. portoce 2010년 5월 27일 at 11:43 오후 - Reply

    미국과 한국의 이해가 잘 맞아떨어지는게 천안함 후발 대책들입니다.
    보아하니 여러 세력들이 전쟁을 원하진 않는거 같으니 속칭 “통킹만 사건”만 피하면 된다는 북한의 몸사림도 보이는 것 같긴 합니다.
    그러나 실제 실리는 이 판에서 미국이 다수를 얻고, 한국은 얻을게 별로 없는 구조로 흐를 것 같습니다. 좀 더 따져보자면 한국의 이익은 나중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자본제국주의가 수면위로 떠오르는 것 같다는 인상이 점점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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