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나가 되어야 한다.”이명박 대통령의 결연한 호소다. 담화문을 ‘전쟁기념관’에서 발표한 모습은 이명박 정부가 천안함 침몰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나갈 생각인지 상징적으로 드러내준다.기실 천안함 침몰과 같은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대통령이 담화문에서 주장했듯이 “한반도를 더 이상 동북아의 위험지대로 내버려둬선 안 된다”는 데도 모두 공감할 터다. “남북이 이 문제를 주도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데도, “ 한반도를 세계 평화의 새로운 터전으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데도 나 또한 적극 찬성한다.남북이 주도적으로 문제를 풀자는 데 찬성문제의 핵심은 그렇게 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이성적 논의다. 여기에는 감정을 절제하고 정교한 분석을 바탕으로 한 열린 토론이 필요하다.한 지식노동자로서는 물론, 민간 싱크탱크 책임자로서 나는 앞으로도 “남북이 주도적으로” 이 땅을 “세계 평화의 새로운 터전으로 만들어 나가”는데 대다수 평화와 통일을 갈망하는 민중과 더불어 지며리 걸어갈 것임을 밝혀둔다.그 연장선에서 담화문에 나타난 이명박 정권의 인식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가를 분명히 지적하고 싶다. 대통령은 “어떤 거센 태풍이 몰아친다 해도 우리는 잘사는 국민, 따뜻한 사회, 강한 나라를 향해 뚜벅뚜벅 우리의 길을 걸어갈 것”이라며 “우리 모두 함께 힘을 합쳐 앞으로 나아가자”고 거듭 호소했다. 좋은 말이다.하지만 그 말에 진정성이 있다면, 진정 지금 국민 모두 함께 힘을 합쳐 앞으로 나아가겠다면, 대통령 자신부터 국민을 상대로 한 편향된 이념대결에서 벗어나야 한다.단적인 보기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들에 대한 대량해직이다. 교사들이 민주노동당에 후원금을 냈다는 게 이유다. 물론 대통령은 “법대로”를 내걸 수 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 스스로 언제나 강조하는 “선진국”에서는 공무원이 자신의 공무을 수행하는 데 국한해서 정치적 중립을 강제할 따름이다. 더구나 정부와 한나라당 쪽에 서서 내놓고 정치 활동을 펴는 교사나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모르쇠한 채 전교조 소속 교사들에게만 파면과 해고의 칼을 휘두르는 살풍경은 누가 보더라도 공정하지 못하다.우리가 하나가 되는 걸 방해하는 자들의 정체이명박 대통령이 ‘중도 실용주의자’가 맞다면 스스로 냉철하게 성찰하기 바란다. 마치 파면과 해고가 당연하다는 듯이 텔레비전 카메라 앞에서 살천스레 “엄단”을 밝히는 교육과학기술부 담당 팀장의 차가운 표정과 이명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화합”은 일치하는가?천안함 침몰 초기 “서해 비극 와중”에 MBC 노조가 파업을 했다고 개탄하던 신문(중앙일보 2010년4월6일자 사설)이 “전교조는 정치를 떠나 ‘참교육’으로 돌아가라”(5월24일자 사설)며 대량 해직 사태를 언죽번죽 비호하고 나서는 모습은 과연 공정한가.듣그럽겠지만 이명박 대통령에게 명토박아 둔다. 진정 국민이 하나 되길 원한다면, 국민이 힘을 모으기를 바란다면, 선거공약이자 대통령의 지론인 ‘실용주의’를 지켜라. 전교조 대량해직은 “우리는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대통령의 진정성을 알아볼 수 있는 시금석이다.손석춘 2020gil@hanmail.net* 이 글은 ’손석춘의 새로운 사회’ 오마이뉴스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블로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