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을 맞을 때마다 앙가슴으로 찬바람 불어오는 사람들이 많다. 떠오르는 참스승이 가물가물해서다. 대학에 자퇴서를 던진 김예슬의 선언도 기실 그 연장선이다.대학교수로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된 조전혁이 활개 치는 살풍경은 스승의 날을 맞는 한국 교육의 현실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우리 모두 지켜보았듯이 조전혁은 전교조 ‘마녀사냥’에 앞장서왔다. 스스로 ‘헌법기관’을 ‘자부’하며 사법부의 결정조차 시들방귀로 여겼다. 법원의 결정을 묵살하고 전교조 교사 명단을 공개하면서 그는 학부모가 아이들 담임이 전교조 교사인지 알 권리가 있다고 부르댔다.‘대학교수 국회의원’ 조전혁의 전교조 ‘사냥’조전혁이 법원결정을 묵살하고 전교조 명단을 전격 공개하자 신문권력들은 앞 다퉈 키워갔다. 사법질서를 내놓고 어긴 집권당 국회의원 조전혁을 더러는 노골적으로, 더러는 양비론의 외투아래 엄호했다. 되레 ‘전교조 죽이기’는 강도가 높아갔다. 엄연한 언론기관인 자신들이 들이대는 법치주의의 이중잣대는 모르쇠한 채 전교조가 이중잣대를 지닌다며 되술래잡는 꼴은 가관이다.비단 조전혁만이 아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법원의 결정을 묵살한 조전혁을 줄줄이 고무하고 찬양했다. 대한민국의 보수를 자처하는 자들이 민주주의 상식조차 지니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보여준 셈이다. 정치에 나서기 전 대학교수 조전혁이 젊은이들을 어떻게 가르쳤을까도 새삼 궁금하다.물론, 그가 ‘마녀’로 사냥해온 전교조 교사들은 명단 공개에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 가령 전교조의 한 분회 창립기념일 행사에서 ‘참교육 실천사례’를 발표한 선생님을 소개하고 싶다. 올해로 교단에 선 지 14년째인 전수영. 그는 ‘종례신문’을 지며리 발간하고 있다.종례신문 발행하며 학생들과 참교육 일궈가는 교사종례신문은 말 그대로 종례 때 학생들에게 배포하는 신문이다. 제호는 <삶 힘껏><꿈 맘껏><정 한껏>으로 돌아가며 발행한다. 전수영 선생님은 종례신문을 통해 학급운영방침을 알리고 학생들에게 도움 될 자료를 날마다 내민다. <경향신문><한겨레>는 물론 <동아일보><중앙일보>에서도 유익한 정보를 발췌한다.기실 ‘종례신문’을 발행하는 교사는 전수영만이 아니다. ‘참여소통교육모임’이나 ‘즐거운 학교’ 누리집에는 선생님들의 사랑이 듬뿍 담긴 종례신문 사례가 적지 않다. 학생들 반응은 뜨겁다. “종례신문을 통해 매일 새로운 소식을 접하고 담임선생님을 통해 인생에 대한 교훈을 매일 얻을 수 있는 것 같아 좋다. 고2 학생으로서 요즘 우리에게 공부 이외의 것을 말해주는 어른들은 별로 없기 때문”이라는 한 학생의 ‘소감 글’ 마지막 문장에서 전수영은 “눈물이 날 정도로 가슴이 많이 아팠다”고 회고했다. 학년 말에 가서는 스스로 글을 써와서 종례신문에 실어달라는 학생들이 나온단다.전수영은 적잖은 전교조 교사들이 그렇듯이 학기 초에 학부모들에게 편지를 써서 자신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교사”라고 밝힌다. 지금까지 어떤 학부모로부터도 항의 받지 않았다. 종례신문 때문에 좋아하거나 전교조라서 더 좋아하는 학부모들이 많다.<조선일보><동아일보><중앙일 보>가 틈날 때마다 마녀로 사냥해왔지만 실제 전교조를 바라보는 대다수 학부모들의 눈길에는 ‘색안경’이 없다. 전수영 선생님에게 ‘조전혁 소동’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학교 현장은 조용하다”며 “교육에 관심 있는 국회의원이 지금 할 일이 어떤 교사가 전교조냐 아니냐인가”라고 반문했다.“하루에 5시간 자면서도 많이 자는 것 아니냐며 고민”하는 고등학생들과 지금 이 순간도 애면글면 종례신문을 만들며 소통하는 ‘전교조 교사’ 전수영의 길, 그 길과 ‘대학교수 국회의원’ 조전혁의 길은 과연 우리 시대에 ‘마녀’가 누구인가를, 참스승은 누구인가를 웅변으로 가르쳐준다. 손석춘 2020gil@hanmail.net* 이 글은 ’손석춘의 새로운 사회’ 오마이뉴스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블로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