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가 나라를 태웠단다. 촛불항쟁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칭찬’에 고무되었을까. <조선일보>의 극언은 신문으로 지녀야 할 최소한의 금도마저 팽개치고 있다.이 ‘신문’은 “가짜가 진짜 몰아세웠던 광우병 정보 세상의 함정” 제하의 사설(2010년5월12일자)에서 “2년 전인 2008년 5월 대한민국 전체를 무법 상태에 몰아넣었던 광우병 동란의 진앙지”로 인터넷을 들고 당시 수십만 건의 인터넷 글 가운데 몇몇 글들을 ‘증거’삼아 다음과 같이 살천스레 단언한다.“이 쓰레기가 불쏘시개가 돼 나라를 태웠다.”촛불시민들을 내놓고 모독하는 <조선일보>어떤가. <조선일보>는 촛불시민 마녀사냥으로 앞뒤도 구분하지 못한다. 사설은 쓰레기 막말 바로 앞에서 “진보신당 당원 김모(37)씨가 그해 6월 ‘전경이 여성 시위자를 연행해 성폭행했다’는 글을 올린 곳도 인터넷 게시판이다. 익명의 누리꾼들이 이 소식을 즉각 모든 인터넷 사이트로 퍼 날랐고, 이것이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확산되면서 시위 군중을 흥분 상태로 몰아넣었다”고 썼다. 촛불이 퍼져간 게 과연 “그해 6월”이었던가. 촛불을 든 시민들이 분노했던 게 과연 전경이 여성 시위자를 연행해 성폭행했다는 게시판 글 때문일까.물론, 인터넷에 쓰레기 글도 있다. 건강한 댓글문화를 가리틀려는 조직적 움직임도 있다. <조선일보>가 틈날 때마다 써먹는 “인터넷들쥐”들도 있을 터다. 하지만 과연 저 2008년 5월의 촛불이 그 “들쥐”와 “쓰레기들”로 타올랐는가?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이 신문이 우희종 교수(서울대 수의대)와 ‘촛불소녀 한채민’의 인터뷰를 어떻게 비틀었는지도 곰비임비 드러나고 있다.더 큰 우스개는 정녕 쓰레기 같은 신문에 대해 대한민국의 최고의사결정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이 ‘칭찬’하고 나선 데 있다. 그것도 국무회의 자리에서다. 과연 그게 ‘국무’인가?‘쓰레기 신문’ 칭찬하고 나선 이명박 대통령더구나 그는 “참여했던 지식인과 의학계 인사 어느 누구도 반성하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굳이 그가 2008년 6월에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다”며 국민에게 사과했던 사실을 적시하고 싶지 않다. 그의 거짓말을 새삼 질타할 생각도 없다.다만 정말 대한민국이 걱정되어 묻는다. 과연 저런 ‘사고’를 지닌 사람이 앞으로도 3년 남짓이나 우리가 살아가는 나라의 운명을 결정해가도 괜찮은 걸까?대통령 이명박의 비극은 그의 잘못을 지적해줄 ‘참모’조차 없다는 데 있다. 남은 임기동안 어떻게든 한자리씩 더 높이가고 싶은 모리배들만 들꾀어서일까. 집권세력에서 흘러나오는 반응들을 보면 말 그대로 ‘쓰레기 발언’에 가깝다. “2008년 광우병 대란은 대한민국 체제전복 집단이 기획하고, 일부 매체가 선동하고, 인터넷이 음모의 도구로 이용되고, 거기에 야당까지 부화뇌동한 한 편의 거대한 사기극이었다”며 “광우병 세력은 청계광장에 무릎 꿇고 대국민 사죄의 촛불을 들라”고 언죽번죽 촉구한 집권당 대변인의 말이 대표적 보기다.그래서다. 지금은 <조선일보>와 이명박 정권이 ‘난형난제’라는 비판에 머물 때가 아니다. 대체 대한민국의 쓰레기는 누구인가를, 나라를 불태운 쓰레기가 누구인가를 물을 때도 아니다. ‘과거형’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은 물론 앞으로 3년, 이 나라 대한민국을 불태울 쓰레기가 누구인가를 냉철하게 짚고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물어야 할 때다. 손석춘 2020gil@hanmail.net* 이 글은 ’손석춘의 새로운 사회’ 오마이뉴스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블로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