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제학과 대출규제

By | 2010-04-29T11:39:43+00:00 2010.04.29.|

예상대로 정부가 지난 23일 부동산 부양대책을 발표했다. 미분양 주책 4만가구 정부 매입과 중소건설사 유동성 지원, 그리고 비강남권 신규입주자에 대한 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 일부 완화를 골자로 한다. 올해 2월 말 현재 미분양 아파트는 11만6천가구인데, 수도권이 아닌 지방을 중심으로 4만채를 정부가 사들여 7만5천가구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것이 정부가 강조하는 방점이다. 우리 경제의 가장 민감한 이슈이기도 하고 국민들의 이해관계도 매우 높은 부동산 경기의 향방과 정부 정책은 늘 초미의 관심을 받아 왔다. 그런 만큼 같은 정책에 대해 보는 사람마다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기 일쑤다. 최근의 부동산 경기 대세 하락 진단에 대한 엇갈린 해석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우선 한 가지 짚어 둘 것이 있다. 정부가 부동산 부양대책을 내놓은 것은 부동산 경기가 상당한 침체나 위험에 빠져 있다는 신호로 읽히는데, 과연 지금이 그러한가 하는 점이다. 물론 올 들어 대부분 지역에서 부동산 상승세가 멈추는가 하면 거래량도 크게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를 부동산 경기침체기로의 진입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지난해 하반기의 이상 과열 조짐이 해소되고 안정적 국면으로 가는 과정으로 볼 수도 있다. 겨우 지난해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경기를 진정시켜 놓은지 불과 몇 달도 안 돼 반대 정책을 발표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부는 현재의 부동산 경기를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지 먼저 명확히 밝혀야 한다. 두 번째 짚어 볼 것은, 위 대책이 누구를 고려한 것인가 하는 점이다. 부동산 경기의 이해 관계자인 건설사와 대출 금융회사와 주택 수요자인 국민 가운데 정책의 초점이 어디인가 하는 점을 알아야 한다. 이번 대책은 명백히 주로 건설사 부도 방지를 위한 구제 성격이 강하다. 그런데 건설사들이 잘못된 수요 예측으로 과잉 공급한 상품(주택)을 정부가 사 주는 식으로 부실 방지를 하겠다는 것이다. 선박회사의 부실 위험이 있으면 정부가 인위적으로 선박을 구매해서 방지한 적이 있는가. 기업의 부실을 해소시키는 방법으로는 일반적이지가 않다. 세 번째로 부동산 경기를 조절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적절한 정책수단이 무엇인가 하는 점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통상적으로는 △수요와 공급 조절 △조세제도 활용 △금융 공급 규제 혹은 완화 등 세 가지 방법이 있다. 과거에는 주로 부동산 문제가 주택에 대한 수요와 공급문제로 간주됐다. 주택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커졌거나 주택 공급물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실수요든 투기적 수요든 수요는 늘 부족하다고 예측됐고 그래서 부동산 가격 안정화 정책은 공급정책이었다. 미분양 아파트가 11만채가 넘고 있는 지금도 갖가지 이유로 수요가 크다는 주장은 넘쳐나고 있다. 주로는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부동산 과세를 강화하는 정책 수단들이 동원되기 시작했고, 참여정부 시절에 종합부동산세를 포함한 과세정책이 구사됐다. 그러나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조세정책이 부동산 가격 폭등을 막지 못했는데 2006년 부동산 가격 폭등은 그 좋은 사례다. 최근에는 부동산 관련 대출, 즉 부동산 시장에 대한 금융공급이 부동산 가격 폭등에 가장 결정적 영향을 준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부동산 문제는 토지나 주택 문제가 아니라 사실 금융문제라는 것이다. 2006년 부동산 거품을 진정시킨 것도 작년 부동산 과열조짐을 막은 것도 모두 대출규제였던 것을 떠올리면 이는 진실에 매우 가깝다. 4.23조치를 접한 건설사들이 추가적으로 대출 규제완화를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보아도 이는 명확하다. 때문에 대출규제 완화는 절대 신중을 기해야 하며 현재 부동산 경기 조절보다 몇 배 중요한 가계 부채 부담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최근까지의 소득 정체와 주택가격의 지속적 상승세로 인해 일반 국민이 정상 소득으로 주택을 구매하는 것은 아무리 수요 욕구가 크다 하더라도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수요가 있으면 뭐하겠는가. 구매 능력이 없는데. 수요와 구매력의 차이를 은행이 대출로 메워 준 결과 가계는 주택을 구입한 대신 부채가 늘고, 은행은 대출상품 판매가 늘고, 건설사는 고가의 주택을 지어도 팔 수 있게 된 것이다. 결국 ’주택가격 상승→주택 구입능력 부족→대출로 구입→주택가격 상승’이라는 악순환이 지난 10년 동안 돌고 돈 것이 지금의 주택 가격이다. 일반적으로 구매자 입장에서 보면 상품의 가격이 떨어져야 반길 일이다. 그런데 주택 가격만은 예외인 것처럼 생각한다. 왜냐 하면 주택은 구매자가 아닌 보유자 입장에서, 그것도 사용하기 위한 보유가 아니라 되팔기 위한 보유, 즉 투자 자산으로 간주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마치 주식을 보유한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상당수 국민은 무주택자이거나, 주택을 가지고 있더라도 되팔아 차익을 남길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다수 국민에게 주택은 투자자산이 아니라는 소리다. 주택 가격이 떨어져도 실질적으로는 큰 손해를 보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도대체 누가 주택투자로 돈을 벌고 있는 것인가. 누가 주택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반기지 않고, 높은 주택가격에도 불구하고 이익을 보는 것인가. 주택 소유자인가 은행인가 아니면 건설사인가.김병권 bkkim21kr@saesayon.org* 매일노동뉴스 2010년 4월29일자 칼럼으로 기고한 글입니다.

   댓글을 달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