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상장기업들의 주주총회가 지난달 말 대부분 종료됐다. 예년과 달리 주주총회에 올라온 안건에 대한 반대의사 표시 안건이 줄고, 사외이사도 다소 줄어든 풍경을 보며 ‘주주 이익을 최우선시하는’ 주주자본주의가 금융위기 이후 쇠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성급한 결론이 언론 지면을 장식했다. 과연 그럴까. 한국거래소에 의하면 올해 주주총회를 통해 상장기업들이 결정한 현금배당은 8조6천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15% 이상 늘어났다. 임금 동결과 삭감조치가 잇달아 시행된 가운데 사상 최악의 경제위기를 경험했던 2009년 사업실적 결과 두 자릿수가 늘어난 배당을 주주에게 안겨 주겠다고 결정했는데 주주들이 크게 반대 의안을 던질 이유가 있겠는가. 이뿐이 아니다. 그동안 그린필드 투자라고 칭송받던 외국인 투자기업들은 2009년 벌어들인 수익 가운데 3분의 2가 넘는 79%를 배당으로 돌렸다. 심지어는 순이익 규모를 넘는 금액을 배당으로 돌린 경우도 적지 않았다. 국내 상장기업들이 통상 순이익의 20% 전후를 배당으로 돌리는 것과 확연히 대조된다. 이쯤 되면 단순한 지분투자나 직접 투자나 그 투기적 성격이 크게 다르지 않다. 여전히 한국 기업사회에서 주주자본주의 경영방식은 확고한 뿌리를 가지고 있다. 주주자본주의란 무엇인가. 프랑스 경제학자 프레드릭 로르동은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주주들의 치부 욕망은 경영진의 자리보전에 대한 욕망을 자극하고, 이 욕망은 다시 높은 생산실적으로 전환하라는 명령이 돼 회사의 조직 피라미드 최정상에서부터 위계구조를 따라 거의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아래로 내려와 피라미드 최하단에 있는 노동자까지 전달되며, 심지어 피라미드를 넘어 회사의 모든 하도급업체들에게까지 전달된다. 모두들 각자 어떻게든 생산성을 높이고 이익을 내는 정도가 아니라 인위적으로 끌어올려서 주주들에게 바치는 공물로 내놓아야 한다.” 공물이란 가장 쉽게는 주주총회 후 나눠 가지는 배당금이 될 것이고, 증권시장에서 보유주식을 팔고 시세차익을 얻게 해 주도록 주가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이 될 것이다. 기업이 돈을 벌어 지분을 가지고 있는 주주에게 이익을 나눠 주는데 무엇이 문제인가. 기업의 직원인 노동자가 적정임금을 받고 기업이 더 성장할 수 있도록 투자여력을 지속시키면서 이윤의 일부를 주주에게 돌린다면 큰 이슈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주주자본주의는 기업의 장기적 성장 과정에서 발생한 이윤의 일부가 아니라 ‘인위적으로 이익을 끌어올려서 주주들에게 바쳐야 하는’ 자본주의이고, 때문에 노동자 고용에 들어가는 임금도 인적자원에 대한 적극적 투자로 간주하기보다는 ‘줄여할 비용’ 쯤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을 선호하고 정규직에 대해서도 노동강도를 극단으로까지 몰고 가는 경영행태는 여기서 나오게 된다. 2012년까지 부품원가를 30% 줄이겠다며 노동자와 납품업체를 상대로 마른수건 쥐어짜기에 나서다가 대규모 리콜사태를 겪고 있는 도요타도 주주자본주의 흉내를 내다 위기에 몰린 최신의 사례다. 2010년 들어 금융위기 이후의 새로운 체제, 즉 뉴 노멀(New Normal)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그중 과거의 주주자본주의 경영방식에 대한 반성적 성찰과 새로운 경영방식에 대한 논의도 중요 의제 가운데 하나다. 주주의 목소리만 크고 직원과 국민, 사회는 늘 뒷전이었던 주주자본주의 관행은 점점 더 과거식 표준(New Normal)이 돼 가고 있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있으며, 기업의 핵심 구성원인 직원 노동자와 함께 가는 방향에서 새로운 표준이 모색되고 있다. 지난해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 1위로 꼽힌 기업 SAS는 글로벌 경제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2009년, 이익이 다소 줄더라도 직원을 한 명도 해고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기업이다. SAS 짐 굿나잇 회장은 “기업 경쟁력의 원천은 사람이고 직원들을 대우해 주면 그만한 대가를 돌려받는다”는 원칙으로 경영을 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한국 기업들은 뉴 노멀(New Normal)에 적합한 기업으로 거듭나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인가.김병권 bkkim21kr@saesayon.org* 매일노동뉴스 2010년 4월15일자 칼럼으로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