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혁명이 올해로 50주년을 맞습니다. 이 4.19혁명의 도화선이 됐던 고 김주열 열사의 장례식이, 그가 희생된 지 반세기가 지난 오늘에서야 치러졌습니다.”한국방송(KBS) 저녁 9시뉴스(4월11일)에서 진행자(앵커)가 한 말이다. 이어 취재기자가 보도한다.“이승만 정권의 부정선거에 맞선 우리나라 첫 민주화 운동, 마산 3.15 의거. 당시 거리 항쟁에 나섰다, 최루탄이 박힌 채 마산 앞바다에 떠오른 故 김주열 열사의 주검은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됐습니다. 그가 참혹한 모습으로 발견된 현장에 50년 만에 천여 명의 조문객이 모였습니다. 3.15 의거가 올해 국가기념일로 지정되면서, 당시 장례식도 없이 강제로 묻혔던 김 열사의 숭고한 넋을 오늘에야 애도하기 위해서입니다.<인터뷰> 김경자(고 김주열 열사 누나) :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게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할 뿐이에요.전북 남원 출신으로 마산상고 진학을 위해 마산을 찾았다, 닷새 만에 숨진 김 열사에게 마산시민들도 빚을 갚은 기분입니다.<인터뷰> 엄두영(마산시민 대표) : 마산시민의 한 사람으로 김주열 군한테 미안하다. 진작 나은 대접을 해줬어야…”50년 만에 국민장으로 치른 김주열 열사 장례식길게 방송보도를 인용한 이유가 있다. KBS 뉴스만 본 사람은 김주열 열사의 장례식이 이명박 정부의 결단으로 비로소 가능해졌다고, 열사의 누나가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게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할 뿐이에요”라고 말한 대목에선 대통령(또는 이명박 정부)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고 이해하기 십상이다.더구나 마산시민 대표는 “마산시민의 한 사람으로 김주열군한테 미안하다. 진작 나은 대접을 해줬어야…”라고 말했다. 그 또한 묘한 여운을 남기도록 편집되어 있다.진실은 어떤가. 물론, 김주열 열사의 장례식이 뒤늦게 치러진 데는 정부가 마산 3·15의거를 ‘국가기념일’로 지정한사실이 배경으로 깔려있다. 시민사회의 줄기찬 요구로 50돌을 맞은 마산의거를국가기념일로 한 결정은 평가할 일이다. 하지만 김주열 열사의 장례식은 이명박 정부나 경남도청, 마산시 누구도 지원하지 않았다. 김주열 열사의 누나도 마산 시민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김영만 행사준비위원장이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 따르면 3·15의거를 자랑해 온 경남도와 마산시가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했다가 최근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 재정 지원은 물론, 경남도지사와 마산시장 모두 장례식 추모사까지 외면했다. 행사준비위 쪽은 “무슨 연유인지 대충 짐작이 가지만 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 사실을 <조선일보><동아일보><중앙일보>는 당연히 외면했다.김주열 열사 장례식 지원을 누가 갑자기 막았는가결국 ‘김주열 열사 추모사업회’와 ‘4·11 민주항쟁 50주년 행사 준비위’는 장례비용 5000여만 원을 마련하려 일일주점도 열고 애면글면 성금을 모았다.50년 만의 장례식은 시민들의 성금으로 치러졌다. 명토박아 말한다. 차라리 시민들의 성금으로 치른 게 더 훌륭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벅벅이 규명해야 할 문제는 남는다. 두가지다.첫째, 왜 경남도와 마산시는 갑자기 태도를 바꾸었는가, 그 바꾸는 과정에 누가 개입했는가이다. 과연 그 ‘개입’의 논리는 무엇이었을까. “무슨 연유인지 대충 짐작이 가지만” 명쾌하게 짚고 넘어갈 문제 아닐까?둘째, 한국방송의 왜곡보도다. 물론, 한국방송은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선입견을 버리고 그 방송을 다시 보라. 누가 왜 그렇게 편집했는가를 ‘해명’해야 한다.사월혁명 50돌을 앞두고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회원들은 수유리 국립묘지를 함께 찾아 김주열 열사의 비석 앞에서 이 땅의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는 현실을 새삼 되새겼다. 열사의 50주기 장례식마저 외면하는 정권, 그 사실을 교묘히 왜곡하는 ‘국가기간방송’을 고발하는 이유도 그날의 함성과 맞닿아 있다. 혁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손석춘 2020gil@hanmail.net* 이 글은 ’손석춘의 새로운 사회’ 오마이뉴스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블로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