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의료개혁에 박수를

By | 2010-03-29T10:19:28+00:00 2010.03.29.|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10년 3월 23일 백악관에서 하원을 통과한 보건의료개혁법안에 공식 서명함으로써 미국의 전 국민 의료보험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곪아 터지기 직전인 우리의 의료문제를 넋 놓고 바라만 보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에서는부럽고, 그 용기와 노력에 하루 종일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번 시간에는 오바마 의료개혁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 미국의 의료제도에 대해살짝 맛만 보기로 하자.우리 언론이나 여기저기에서 100년만의 의료개혁이니, 미국도 이제 전 국민 건강보험 시대가 열렸다느니 하면서 관심이 많다. 전 세계 소식통들도 큰 뉴스로 전하고 있지만 남의 나라 문제인지라 말잔치만 무성하고 금새 잠잠해지고 있다. 이제는 조용히 미국의 의료제도가 어땠는지, 오바마의 보건의료개혁법안의 문제는 어떤 것인지, 그 법안은 어떤 문제를 남기고 있는지, 미국의 노력을 보면서 우리에게 귀감이 되는 점들을곱씹어보면서 정리할 필요가 있겠다.왜 100년만의 의료개혁일까?미국도 독일이나 영국 등과 같은 유럽의 여러 나라들처럼 일찍 의료보장 제도에 대해서 논의를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언론들은 100년만의 의료개혁이라는 논거로 1912년 루스벨트 대통령선거 당시 공약을 들고 있지만 사실은 미국에서 진보 운동이 활발히 벌어졌던1901년 당시사회당(Socialist Party) 창립대회에서 전 국민 의료보장을 실시할 것을 주장했던 것이 문헌상 최초의 기록이다. 이후 사회당은 1904년, 1908년, 1912년 연이은 대통령 선거 때마다 공약으로 발표했었다. 이것은 1883년 독일을 필두로 해서 북유럽과 1898년 프랑스, 1908년 영국, 1914년 이탈리아 등 사회보험을 논의하고 도입했던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1901년 미국에서 의제화 되었던 의료보장의 노력은 그다지 뒤처지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미국의 역사에서 위대하다고 일컬어지는 대통령 중 한 명인 루즈벨트라는 인물이 1912년 대통령 선거에서 공약으로 들고 나왔기 때문에 오바마도 100년 전의 노력을 이제야 결실 맺게 됐다고 하는 것이다. 사실대로 따지면 미국의 사회당이 맨 처음 주장한 것인데. ‘일등만 기억하는더러운 세상’이기 때문에 110년 전에 주장한 사회당은 묻히고, 그보다 10년이 지나 주장한 루스벨트의 말이 기억되는 것이다. 루스벨트라는 이름을 가진 미국 대통령은 두 명 있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Theodore Roosevelt, 1901~1909 미국의 제 26대 대통령)와 프랭클린 루스벨트(Franklin Delano Roosevelt, 1933~1945 미국의 제 32대 대통령)이다. 이번에 오바마가 자신의 의료개혁은 100년 전 루스벨트의 노력에 맞닿아있다고 얘기한 인물은 흔히 ‘태디’라는 애칭으로 불렸던 시어도어 루스벨트를 말한다.그는 공화당 소속으로 재선을 하였으나 내부 불화로 뛰쳐나와 진보당(Progressive Party)을 창당하는데 19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전 국민 의료보장을 공약으로 채택하였다. 하지만 공화당의 W.H.태프트(W.H. Taft)에게 짐으로써 그의 의료개혁 노력은 이후 100년 동안 표류를 하게 된다. 여기서 잠깐 태프트라고 하면 뭔가 기억나는 게 있을 것이다. 바로 우리가 역사에서 배운 ‘카쓰라-태프트 밀약’이라고 해서 필리핀은 미국이, 조선은 일본이 통치해도 좋다고 자기들끼리 인정해주는 상호 보장을 한 것을 말하는데 이 조약에 서명한 장본인이 미국 27대 대통령 ‘태프트’이다. 갑자기 역겨워지지만 이 내용은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요점이 아니므로 넘어가자.‘전 국민 건강보험’ 없이 미국은 어떻게 했을까?마이클 무어 감독의 ‘식코(Sicko)’ 이후에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미국 의료 현실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 영화는 미국의 일차의료가 건실하지 못하다는 것과 전국민건강보험 제도가 없어 생기는 문제를 꼬집는 내용이기 때문에 마치 영화만 보면 미국의 의료제도가 형편없는 줄 알게 되는 오류가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미국의 의료제도를 간단히 짚고 넘어가 보자.미국은 유럽과 비슷한 시기에 의료보장을 의제로 떠올렸지만 공화당을 비롯한 보수 정치인, 보험회사들의 끈질긴 노력(?)에 힘입어 번번이 제도화에는실패를 하게 된다. 유럽은 그 당시 정치적 세를 지녔던 좌파 정당들이 큰 역할을 한 반면 미국에서는 좌파 정당의 힘이 미약했기 때문에 진보적인 의료보장 제도가 시행될 수 없었다. 여기에 노동조합들이 대부분 전 국민 의료보장을 반대하고 나온 것도 큰 이유가 된다. 노동조합의 이름으로 자기들이 속한 노동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에서 전 국민이 골고루 혜택을 누린다는 것은 노동조합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이라 반대하게 된 것이다. 지금으로 보면 어이없기 짝이 없는 생각이지만 미국의 노동조합의 역사를 보면 이해할 것이다.더 재미있는 것은 미국 의사협회의 반응이다. 경제가 어려워서 환자들이 아파도 병원에 오지 못하다 보니 의사들의 수입은 급속도로 줄고, 안전적 진료수입을 위해서는 건강보험 제도를 찬성해야 했다. 물론 진보적 의사들의 노력도 있었고, 건강보험을 통해 국민들의 보건의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좋다는 의사들의 인식도 크게 작용을 했다. 하지만 1917년 러시아의 사회주의 혁명 성공으로 진보운동에 대한 부정적 인식과 제 1차 세계대전을 주도한 독일에서 시작한 의료보장 제도라는 이미지는 미국으로 하여금 의료보장에 대한 어떠한 노력도 헛수고로 만들고 만다. 의사협회도 내부의 반대와 보수적 분위기에 휩싸여 결국 전 국민 건강보험에 대해서는 반대 측에 서게 된다. 이후로도 계속… 1930년대 대공황 시기, 1940년대 트루먼 대통령 당시처럼 전 국민 건강보험에 대한 노력들은 계속 되었다. 그러한 노력들은 그다지 힘을 받지 못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케네디를 비롯한 민주당 정부와 진보운동의 노력으로 1965년 ‘메디케어(Medicare)’와 ‘메디케이드(Medicaid)’라는 미국식 의료보장 제도가 탄생한다.메디케어는 65세 이상의 노인들에 대한 의료보장을 내용으로 하는 우리나라의 사회보험 방식이다. 보험료를 내고 정부 지원과 합쳐서 의료 지원을 하는 것이다. 메디케이드는 빈공층에 대한 의료보장인데 우리나라의 의료급여제도를 떠올리면 비슷할 것이다. 이 두 가지 제도는 후진국형 의료보장 제도를 가진 미국에 그나마 희망이었는데 그 보장 범위가 협소하고, 본인부담률, 의료 사각지대가 크다는 점에서 문제를 많이 내포하고 있다.이 두 제도가 미국의 공적 건강보험 체계를 떠받치고 있는 형태인데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너무 복잡하고, 중요한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여기서 자세히 말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그나마 진전된 의료제도인데 이 제도가 고착화되고 당연시 되면서 미국의 공적 건강보험은 더 이상의 발전을 못하는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메디케어와 메데게이트가 있으니 국가로서는 최대한 잘 하고 있는 것 아니냐, 나머지는 자유롭게 민간보험회사를 통해서 해결하면 되지 않겠느냐’ 이러한 생각 때문에 미국의 공적 건강보험은 정체하게 된다.2004년 통계로 보면 메디케어에 미국 전 인구의 13.7%, 메디케이드에 12.4% 정도가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현역군인과 재향군인에 대한 국가 보장을 합한다 하더라도 국가에서 보장하는 건강보험은 고작 27% 내외이다. 결국 이에 해당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미국 국민들은 보험회사들에 의해서 운영되는 민간건강보험에 가입해야 하는데 역시 2004년 기준으로 전체 미국 노동자의 61%(전 국민 기준이 아님)를 포괄하고 있다. 미국은 대부분 회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보험회사와 계약한 건강보험을 가입하고 있으므로 노동자가 얼마나 가입하고 있는가를 통계로 잡게 되는데 이나마 전체 노동자가 아니라는 것이 문제이다. 결국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군인, 민간보험 합한다 하더라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얘기한 것처럼 “현재 미국 국민 65% 정도의 건강보험 가입 수준을 95% 정도로 끌어 올리겠다”라고 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현재 미국 전 국민의 65% 정도만 건강보험 혜택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 나머지 35%는? 바로 그들이 의료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다. 아파도 병원비가 비싸서 병원을 못가고, 보험 가입을 하고 싶어도 가입 조건이 까다롭고 엄청나게 보험료가 비싸서 가입을 못하는 중산층과 자영업자들, 저소득층들이다. 그들의 수가 5400만 명 정도 된다고 한다. 오바마의 이번 건강보험개혁 내용에는 그들 가운데 3200만 명 정도가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민간건강보험에 쉽게 가입하게 하고, 보험료도 정부에서 지원을 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나머지 건강보험이 없는 사람들은 안타깝지만 다음 기회를 노려야 한다. 글로벌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비록 미국의 얘기지만 오바마의 노력에 박수를 칠만 하지 않는가? 물론 이 건강보험 개혁이 한계를 지니고 있고, 또 다른 어려움을 잉태하고 있다손 치더라도 어렵사리 이루어낸 성과와 그 노력이 우리가 귀감으로 삼을만하지 않는가?* 두번째 이야기로’오바마 의료개혁의 영향력과 과제’ 글이 이어집니다.고병수 bj971008@hanmail.net

1 개 댓글

  1. hsuji2 2010년 3월 31일 at 9:54 오후 - Reply

    식코를 보고 얼마나 분노했던지….고병수님 미국 의료 서비스 체제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들, 감사합니다.^^

    다음 글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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