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원내대표 안상수의 거짓말이 드러났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 안상수가 만났을 때 함께 자리했던 김영국씨가 기자회견을 통해 진실을 밝혔다. 결국 안상수는 집권당의 원내대표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을 두 번이나 했다. 권력이 종교에 외압을 행사하는 일은 독재정권 아래서나 가능한 일이다. 강압은 아니라고 주장할 지 모르지만 조계종이 “숙원사업을 상의”하기위해 만난 자리에서 봉은사 주지 자리를 들먹였다는 사실은 명백한 압력이다. 두 번째는 그 사실을 명진 스님이 밝혔음에도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몇차례나 되풀이 해 부정했다. 심지어 사태의 본질이 “종단 내부갈등”이라고 언죽번죽 부르댔다. 거짓말까지 천연덕스러운 집권당의 원내 대표 그래서다. 한 때는 ‘인권변호사’였던 안상수에게 성찰을 권한다. 지금도 그가 스스로 ‘인권변호사’였음을 자랑스럽게 밝히고 있어 더 그렇다. 두루 알다시피 안상수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담당검사였다. 그는 검사에서 물러난 뒤 자신의 삶을 다음과 같이 간추렸다. “검사직에서 물러난 후 본격적으로 인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다시는 박군처럼 반인륜적 고문으로 희생되는 비극이 없도록 하는 일 그리고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사람들이 인간으로의 존엄과 가치를 누리고 살 수 있도록 법적으로 도와주는 일, 그런 일들을 하려고 했다.” 변호사 안상수는 외국인 노동자들 인권에도 눈길을 돌렸단다. 그는 “1994년 초에 외국인 노동자 법률상담소 소장으로 위촉되어 5명의 젊은 변호사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고생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문제를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자부했다. 그가 밝힌 신념도 분명하다. 인권은 인류 보편적 가치로서 우리 국민의 인권 못지않게 다른 나라 국민의 인권도 보호해야 한다, 옳은 말이다. ‘인권변호사 안상수’ 왜 이렇게 망가졌을까 그 안상수가 왜 이렇게 망가졌을까. 그는 1996년 국회의원으로 들어가던 순간을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1996년 4·11총선에서 경기도 과천·의왕시에 신한국당 후보로 출마하여 당선됨으로써 중앙 정치무대에 본격 진출하게 되었다. 변호사에서 국회의원으로 신분만 바뀌었을 뿐 내가 해야 할 일에는 아무런 변화가 있을 수 없었다. 인권을 위해 헌신하는 것만이 나를 선택한 지역 유권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가. 한나라당이 그를 타락시킨 걸까? 아니면 스스로 권력 욕망에 눈이 먼 걸까? 인권변호사였던 기독교인 안상수가 차분히 자신을 톺아볼 때다. 미디어법을 날치기 처리한 주역, ‘좌파교육’ 때문에 성폭행범이 늘었다는 망발, 사부대중의 청정도량으로 거듭나는 봉은사를 겨눈 ‘좌파 주지’ 마녀사냥, 그 모든 게 평범한 민주시민조차 황당할 수밖에 없는 야만이다. 그래서다. 나는 안상수가 정계를 은퇴하길 진심으로 권한다. 바로 그 점에서 지금은 안상수에게 위기가 아니라 기회다. 한나라당 원내대표나 썩은 국회의 의장 꿈 따위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바로 인간 안상수다. 아깝지 않은가. “사회적 약자와 소외된 사람들이 인간으로의 존엄과 가치를 누리고 살 수 있도록 법적으로 도와주는 일”을 하려고 “결심”했던 자신이. 지금은 내 이야기가 몹시 듣그럽겠지만 충정으로 고언한다. 정계에서 은퇴하길, 그가 믿는 하느님 앞에 조용히 참회하길. 손석춘 2020gil@hanmail.net* 이 글은 ’손석춘의 새로운 사회’ 오마이뉴스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블로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