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를 둘러싼 논란이 무장 커져가고 있다. 공판을 하루 앞두고 있어 더욱 그렇다. 일본 신문 <요미우리>에 따르면, 2008년 7월 당시 일본 후쿠다 총리가 독도영유권을 사실상 주장했을 때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 달라”고 했단다.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을 믿는 이유다. 청와대 대변인은 “이미 요미우리 보도 다음날 일본 정부가 공식 부인한 일을 왜 우리 쪽에서 계속 문제제기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또 “(요미우리의 서면자료는) 재판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본인들에게 유리한 진술을 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 말도 옳다. 재판을 앞두고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을 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다. 일본 발행부수 1위 <요미우리>의 “사실 보도” 주장 하지만 <요미우리>는 일본에서 발행부수가 가장 많은 대표적 ‘우파 신문’이다. <요미우리>는 대단히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발언’을 지금도 ‘사실 보도’라고 주장한다. 게다가 <요미우리>가 첨부자료로 제출한 <아사히> 지면도 이명박 대통령이 “지금은 시기가 나쁘다”라고 발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사히>는 일본 최고의 권위지다. 그래서다. 청와대에 촉구한다. 상황이 여기까지 왔다면 더는 외면할 일이 아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그동안 야당들이 <요미우리>에 정정보도를 청구하라는 요구에 대해 “정략적 의도”라고 거세게 비난했다. 한나라당 대변인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야당이 진실규명을 요구하는 자체가 선거판에서 이용하려는 의도”라며 “특히 재판 당사자인 요미우리의 입장을 가지고 논평을 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부르댔다. 하지만 안이하게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이미 네티즌 여론이 들끓고 있다. 물론,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그 여론까지 ‘정략의 눈’으로 볼 수 있다. 실제 그런 네티즌도 있을 터다. 문제는 모든 네티즌이 정략적 의도로 이 문제를 접근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방송3사와 수구신문들의 침묵이 되레 의심 키워 따라서 “야당이 진실규명을 요구하는 자체가 선거판에서 이용하려는 의도”라는 한나라당 대변인의 주장은 네티즌을 설득할 수 없다. <요미우리>에 정정보도를 요구하라는 야당의 주장을 “정략적”이라고 비난하는 청와대도 마찬가지다. 청와대는 야당만 상대하는 곳이 아니다. 꺼내기도 민망한 말이지만 스스로 “국민을 섬기는 정부”를 자처하지 않았던가. 청와대에 묻는다. <요미우리>의 ‘오만’에 대해 청와대의 통쾌한 대응을 보고 싶은 국민이 과연 ‘정략적’일까? 아니다. 일개 신문사를 상대로 국가 기관이 나서기란 쑥스럽다고 생각할 일도 결코 아니다. 더구나 국민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이 실제로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까라는 의구심이 무장 커져가고 있다. 방송 3사와 수구신문들이 독도논란을 모르쇠하고 있어 되레 의심을 키우고 있다. 정략이라고 오해할 일이 아니다. 나는 이명박 대통령이 일본 총리에게 그런 말을 할 만큼 ‘이완용스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에 권한다. ‘정략’ 또는 ‘선거용’ 타령은 그만 접어라. 당당하라. 손석춘 2020gil@hanmail.net* 이 글은 ’손석춘의 새로운 사회’ 오마이뉴스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블로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