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창을 연다. 사실을 보고 싶어서다. 진실을 나누고 싶어서다. 무릇 현대사회에서 미디어는 창이다. 우리는 신문과 방송을 통해 세상을 본다. 문제는 신문과 방송이 보여주는 창이 투명하지 않다는 데 있다. 언론이 보여주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믿을 때,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어렵다. 창이 투명하지 못할 때 사실은 비틀리고 진실은 뒤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3월 8일 민주노동당 전직 사무총장과 집행위원장이 경찰에 자진 출두했다. 그들은 출두하며 밝힌 성명에서 “매월 당원 1인당 1만원의 당비 또는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가장 깨끗하고 투명한 정당”이 민주노동당이라며 “불법 정치자금 수수로 흑색선전하고 전 현직 당 간부들에게 체포영장을 발부, 강제 소환조사하는” 공안당국에 정면으로 맞섰다. 성명은 당이 “매월 소액의 당비, 후원금을 내는 수만 명의 당원, 후원자들의 직업과 신분을 일일이 알 수도 없다”며 “당원과 후원자, 지지자들의 신상정보”를 모두 캐겠다고 나선 공안당국을 비판했다. 민주노동당 마녀사냥으로 지면을 채워왔던 언론들이 성명을 모르쇠한 것은 물론이다. 검찰과 경찰의 집요한 진보세력 탄압 여기서 검찰과 경찰이 집요하게 전국교직원노조와 전국공무원노조를 탄압하는 현실을 언론이 어떻게 보도해왔는가를 객관적으로 짚어보자. 대다수 신문과 방송은 전교조와 전공노의 일부 조합원이 민주노동당을 후원한 것은 공무원 정치활동을 금지한 법을 위반했으므로 엄벌에 처해야한다고 여론을 몰아갔다. 전형적인 ‘법대로’이다. 검찰과 경찰이 전교조-전공노 탄압은 물론, 민주노동당을 압수수색하고 당 사무총장까지 체포령을 내렸을 때도 언론은 ‘법치주의’를 내세워 옹호했다. 하지만 교사와 공무원의 정당가입을 금지하는 법은 이명박 정부가 언제나 강조하는 ‘선진국’에는 없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좋은 언론이라면 선진국에선 찾아볼 수 없는 악법의 문제점을 독자와 시청자들에게 정보 차원에서 알려주고, 국회에 의석을 가진 정당까지 압수수색하는 권력의 무모함을 견제해야 옳다. 이는 민주노동당 차원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야당의 문제이자 민주주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집권당인 한나라당 중견 의원들이 현직 교장과 교사들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사실이 민주노동당 기자회견 과정에서 증거와 함께 드러났을 때를 보자. 검찰과 경찰은 현재까지 수사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저들이 말끝마다 부르대는 ‘법대로’에 따른다면 명백한 수사대상이다. 법제처는 2005년에 공무원의 후원금 기부는 국가공무원법 위반이고, 개인에 대한 후원도 마찬가지라고 해석한 바 있다. 검찰과 경찰의 이중잣대 언론이 되레 앞장 그럼에도 검찰과 경찰의 태도는 민주노동당을 압수수색하던 서슬과 비교할 때 참으로 대조적이다. 더 큰 문제는 언론이다. 검찰과 경찰의 ‘법대로’가 이중잣대라는 사실을 비판해야 마땅한 데도 대다수 신문과 방송은 모르쇠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교장과 교사들로부터 후원금을 받았다는 사실조차 아예 보도하지 않는다. 과연 그래도 좋은가. 악법을 바꿔가는 여론 형성까지 저 몽매한 신문사들에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언론이 ‘법대로’를 주장하며 ‘멋대로’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일마저 우리가 모르쇠한다면, 한국의 민주주의는 더 뒷걸음칠 수밖에 없다. * 편집자: <한국방송대학보>에 기고한 글을 일부 수정했습니다. 손석춘 2020gil@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