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시민들이 된통 꾸중을 받았다. 사람들이 “분지적 사고”를 한단다. 다름아닌 이명박 대통령의 꾸지람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3월 5일 대구시청에서 대구·경북 업무보고를 받았다. 그 자리에서 대통령은 모두발언에 나섰다. 작심한 듯 강조했다. “대구가 분지 생각에 제한돼 있고 그 안에서 네 편 내 편 가르면 어떻게 발전 하겠느냐.”미리 밝혀두거니와 나는 흔히 말하는 ‘대구의 정서’를 모른다. 짐작만 하고 있을 따름이다. 다만 한나라당이 어떤 일을 벌이든 대구-경북지역에서 지지해온 사실만은 잘 알고 있다. 어쩌면 이명박 대통령의 훈계도 고분고분 받아들이는 게 ‘대구 정서’일지도 모른다. 대구가 분지적 사고에 제한되어 있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진단 그럼에도 쓴다. 대구 사람이 아님에도 대구에 대한 대통령의 발언을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과연 대구 사람들이 모두 ‘분지적 사고’를 한단 말인가. 더구나 대통령은 “대구·경북이 어떤 지역인데 맨날 피해의식 갖고 손해 본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부는 동의할 터다. 대통령이 시원하게 잘 말했다고 박수를 치는 사람도 있을 성싶다. 대통령도 사뭇 정직한 듯 말했다. “모처럼 왔기 때문에 아주 솔직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오해 없이 받아” 달라고 자신의 ‘진정성’을 강조했다. 좋다. 오해 없이 그의 솔직한 생각을 받아들이자. 동의할 수도 있다. 대구-경북이 “맨날 피해의식 갖고 손해 본다고 생각”한다는 나무람에 대구-경북 밖에 있는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토박아 말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구에서 잘 사는 사람들에게 그 말은 맞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상위 20퍼센트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김대중-노무현 정부 내내 ‘피해의식 갖고 손해 본다는 생각’만 한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진실과 다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내내 대구-경북만이 아니라 서울을 비롯한 모든 지역에서 상위 20퍼센트는 무장 많은 부를 축적해갔다. 반면에 국민의 80퍼센트는 어떤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고통받는 대구-경북 주민의 80퍼센트에게 한나라당은 무엇인가 대구-경북도 마찬가지다. 대구-경북의 80퍼센트 주민들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내내 부익부빈익빈에 한숨을 토했다. 문제는 80퍼센트 주민들이 그 이유를 호남정권 탓으로 착각한 데 있다. 그래서다. 대선은 물론, 총선과 지자체선거 때마다 한나라당을 밀어주었다. 마침내 지자체는 물론, 국회에 이어 청와대까지 한나라당이 장악했다. 그런데 결과는 무엇인가. 대구-경북의 80퍼센트 주민들의 삶은 과연 나아졌는가? 아니다. 되레 더 힘들어지고 있지 않은가? 바로 그 주민들에게 대통령은 살천스레 꾸짖는다. “분지적 사고를 버려라.” 과연 그래도 좋은가. 이제 대구시민들이 진실을 직시할 때다. 상위 20퍼센트는 대통령의 발언을 비호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구-경북의 80퍼센트 주민들은 자신들의 ‘묻지마 지지’가 무엇으로 돌아오고 있는가를 냉철하게 짚어볼 때 아닐까.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위기에 대해 “작년 한해는 국민이 걱정할까봐 웃으면서 다녔지만 가짜 웃음이었고 반은 제정신이 아니었다”면서 “그러나 요즘 웃음은 진짜 웃음”이라고 언죽번죽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진짜웃음”을 우리 어떻게 보아야 옳은가. 대구-경북 시민에게 묻는다. 과연 경제가 나아졌는가? 손석춘 2020gil@hanmail.net* 이 글은 ’손석춘의 새로운 사회’ 오마이뉴스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블로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