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부모들에게 학교에서 사정이 생겼으니 도시락을 싸오라고 하면 학부모들은 어떨까? 학교급식은 이제 단순히 밥을 먹는 것이 아니다. 학교급식이 전국의 초중고에 확대된 이후 학부모들은 도시락 걱정을 덜게 되었다. 더욱이 학교급식은 학생들의 교육과 건강을 책임지는 교육정책으로 자리잡았다. 학부모들은 아침마다 자녀들의 도시락을 싸야 하는 수고를 덜었고 학생들은 따뜻한 밥을 학교에서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개학과 동시에 학부모들을 황당하게 하는 일이 어떤 학교에서 발생했다. 서울 강남의 한 중학교 3월2일자 가정통신문이다. 우리학교는 기존의 위탁급식업체와의 계약이 만료 해지되어 새롭게 2010학년도 업무위탁급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학교급식 준비가 완료되어 학교급식을 알리는 별도의 학교급식 가정통신이 있을 때까지 학생들의 개별도시락을 준비할 수 있도록 적극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학교급식 개시(예정)일: 2010. 3. 22(월) -학교급식담당부서: 00중학교 예체능교육부 -학교급식 관련 문의 및 건의: 교감 및 예체능교육부장(000-0000)2010. 3. 2 00중학교장위탁급식 고집 때문에 피해보는 학생, 학부모왜 학부모들이 도시락을 쌀 수 밖에 없는지 이유를 살펴보자. 한마디로 교장선생님이 위탁급식을 계속 하고 싶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급식법 취지를 무시하고 ’전체 학생의 20% 이상이 석식을 하는 경우’를 위탁급식이 불가피한 경우로 인정하여 위탁급식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였다. 모두가 알듯이 일반 중학교는 저녁급식을 하지 않는다. 따라서 위탁급식을 고집하는 교장선생님 입장에서는 이른바 꼼수를 써야 한다. 3월 말부터 저녁때까지 방과 후 활동을 하는 학생들에게 석식을 먹여 위탁급식을 계속하려는 것이다. 그러니 3월 한 달을 어쩔 수없이 학생들에게 도시락 싸오라고 할 수 밖에 없다.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교장선생님의 이런 태도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난데없이 중학교에서 저녁급식을 한다니, 거기다가 학부모들이 바라는 직영급식을 마다하고 왜 위탁급식을 계속 하려고 하실까? ‘도시락 폭탄’으로 위탁급식을 지키려는 교장선생님의 고군분투가 애처롭게 느껴진다.학교급식법에 따르면 올해 1월20일 부터는 학교장이 책임지는 직영급식을 해야 한다. 그런데 유독 서울은 많은 교장선생님들이 불법을 버젓이 자행하고 있다. 수년동안 친환경무상급식 확대운동을 벌여온 시민단체들은 지난 1월에 학교급식법을 위반한 학교장들과 서울시교육감(대행)을 검찰에 고발했다. 불법행위를 수사해야 할 검찰은 지금 수사를 하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이 사안도 청와대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렇지 않다면 명백한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한 수사를 해야 할 것이다. 전국의 95%가 넘는 학교들은 직영급식이고 상당수는 친환경급식을 실시하고 있으며, 그리고 무상급식도 해마다 크게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인 흐름을 무시한 ’위탁급식 역주행’은 현행법 위반일 뿐만아니라 학생들 건강과 교육을 외면하는 매우 부도덕한 처사이다. 학생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최선을 다해 교직을 수행하고 있는 수많은 선생님들처럼 교장선생님들도 아이들, 학부모들 입장에서 교육급식을 수행하기를 거듭 바란다.*이 글은 오마이뉴스 등 개인블로그에도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