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 기대를 가지고 맞이했던 2010년 우리 경제였지만 이어지는 불안요인으로 인해 두 달도 채 넘기기 전에 점점 더 우울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연초부터 미국의 금융규제 움직임과 중국의 긴축조치로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주가가 하락하는 경향을 보이더니 이어 그리스를 포함한 남유럽 국가재정 위기가 세계 금융시장을 불안하게 했다. EU의 그리스 지원 약속으로 위기는 잦아들었지만 문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앞의 문제들은 예측하기 조차 불확실한 요소들이었지만 거의 확정적으로 비관적 전망을 한 것은 글로벌 소비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런데 지난 23일 미국에서 소비심리 지표가 악화되면서 다시금 주가가 100포인트 이상 빠지는 등 경기불안이 재연되고 있다. 우려했던 상황들이 점점 더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2월 소비자 신뢰지수는 46을 기록했는데, 이는 1월의 56.6에 비해 큰 폭으로 추락한 것이며 전문가들의 예상치(55)에서도 상당히 벗어나는 충격적인 수치다. 미국 국민들이 여전히 경기회복을 어둡게 보고 있다는 뜻이며 당분간 미국의 소비회복이 대단히 험난할 것을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바다 건너 미국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상황은 완전히 동일하다. 24일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한국 국민의 소비심리도 1월에 비해 떨어졌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추락행진을 이어 오던 우리 국민들의 소비심리는 2009년 2분기부터 다시 오르기 시작해 9월과 10월에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부터 더 이상 개선되지 않았고, 2월에 주저앉게 된 것이다. 특히 저소득층일수록 현재의 생활형편이나 앞으로의 전망을 비관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200만원 미만 소득층에서 앞으로 생활형편이나 수입에 대한 기대가 줄어들었으며 반대로 소비지출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대답했다. 특히 소득이 300만원 미만인 경우 앞으로 가계 부채가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본 점이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전반적으로 경기를 어두운 쪽으로 전망하는 가운데 서민들이 그 정도가 심하다는 것은 앞으로 소득격차와 양극화가 이전에 비해 훨씬 심해질 것이라는 점을 예고한다. 국민들의 소비와 관련해 통계청은 최근 또 하나의 조사 자료를 발표했다. 1년에 한 번 발표하는 사교육비 조사결과다. 지난해 심각한 경기침체 속에서 소득이 감소했지만 국민들의 사교육비는 평균 3.9% 증가했다. 그런데 사교육비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점점 더 뚜렷해지는 사실이 발견된다. 저소득층은 경기침체와 소득감소로 그나마의 사교육비도 줄였지만, 고소득층은 오히려 늘린 것이다. 연봉 7천만원 이상의 고소득층은 평균 사교육비 증가율보다 두 배 이상 되는 8.4%의 사교육지출 증가율만큼을 더 썼다. 또한 비용이 적게 드는 학습지 등의 사교육은 5.6% 감소하는 대신에 고액일 가능성이 높은 개인과외는 13.8%, 그룹과외는 16.7%나 증가했다. 지방보다 서울에서 사교육비가 많이 증가한 것도 고소득층의 사교육비 증가와 관련이 깊다고 할 것이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국민들의 소비가 빠르게 회복되지 않은 한 경제 회복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예외는 없다. 비록 한국경제가 수출 의존도가 높아 내수보다는 대외경제 여건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고는 하지만 이 역시 글로벌 소비회복이 돼야 가능한 얘기다. 지난해는 전 세계적으로 세제 감면 등을 통한 정부의 소비진작책의 혜택을 입었지만 올해는 그마저 기대하기 어렵다. 어떻게 소비를 회복시킬 것인가. 소비의 원천인 소득, 특히 노동소득을 늘리는 길 외에 비법이라는 것이 따로 있을 수 없다. 자산이 없거나 있어도 보잘 것 없는 중산층 이하의 국민일수록 노동소득이 늘어나야 하는 것이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문제는 고용으로 돌아온다. 정부가 고용정책에 더 무게를 실어야 한다는 것을 재삼 확인해 주고 있는 것이다. 어느덧 이명박 정부 집권 3년차가 시작되고 있다. 어려운 경제 여건일수록 가장 중요한 정치과제는 사회통합일 것이다. 사회통합은 원천적으로 경제적 형평성에 의해서만 달성될 수 있다. 집권 2년 동안 우리 정부는 부유층과 중산층, 그리고 서민층을 아우르는 사회통합보다는 대기업과 부유층 편향적인 정책을 펴 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남은 3년 기간은 소득 양극화를 줄이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하며 이를 위해 고용창출에 더 많은 무게를 실어야 할 것이다. 김병권 bkkim21kr@saesayon.org * 매일노동뉴스 2010년 2월 25일자 칼럼으로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