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초부터 경제정책을 고용 문제를 축으로 풀어 가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히고 있어 고무적이다. 최근에는 “경제성장률뿐만 아니라 취업자수 변화 추이와 인구요인을 포괄적으로 반영하는 고용률을 경제정책의 핵심지표로 설정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실 고용상황과 크게 동떨어진 실업률 지표를 경제운용의 기본지표로 삼았던 데 비해 확실히 진일보한 것이다. 그만큼 고용상황이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당혹스런 대목이 있다. 정부가 이번 경제위기 직전인 2008년 고용률로 회복시키는 시점을 무려 6년 뒤인 2015년으로 잡고 있다는 것이고, 집권 이전인 2007년도 고용률 59.8퍼센트를 약간 상회하는 60퍼센트 고용률 달성 목표를 10년 장기과제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고용을 기준으로 우리 경제가 위기 이전으로 돌아가는 데 무려 10년이나 걸린다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올해 5퍼센트 성장은 일반 국민에게 그야말로 허망한 얘기가 된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우리 경제는 고용률을 기준으로 참여정부 2년차이던 2004~2007년 동안 줄곧 59.7~59.8퍼센트를 지켰다. 그러던 것이 이명박 정부 2년 동안 무려 1.2퍼센트나 추락해 지난해 말 기준으로 58.6퍼센트가 됐다. 그런데 정부는 올해 안에 고용률을 0.1퍼센트 포인트 올리고 60퍼센트까지 올리는 데 10년 정도를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매년 일자리가 20만 개 정도 만들어지면 고용률이 상승하지도 하락하지도 않고 현행 수준을 유지한다. 고용률을 1퍼센트 올리는 데는 추가로 약 40만개의 일자리가 필요하다. 한번 떨어진 고용률을 회복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다는 뜻이다. 그런데 정부가 고용률을 현재의 58.6퍼센트에서 60퍼센트까지 회복하는 데 10년을 잡고 있다. 지금부터 10년 동안 고용률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일자리 20만개 외에, 매년 약 5만개 정도 내외에서 더는 고용이 늘어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참여정부 마지막 3년 동안 일자리가 매년 28만~30만 개를 유지했던 것을 감안하면 현재 정부는 앞으로 10년 동안 연간 25만 개 이상 고용창출이 어렵다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것이 고용을 전략적 차원에서 검토한 것일까. 이것이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국가고용전략회의를 매달 열고 중장기 ‘국가 고용전략계획 수립’을 하겠다고 발표하고 현재의 노동부를 ‘고용노동부’로 개칭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내놓은 목표라고 할 것인가. 정부가 강조하는 ‘국가적 차원의 고용전략 수립’과 ‘10년 안에 고용률 60퍼센트 달성’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존재한다. 국가적 차원에서 고용전략이 필요하고 고용을 경제정책의 최우선에 놓는다는 진정한 의미는 무엇인가. 그것은 정부가 경제정책을 수립할 때 항상 고용창출을 우선적으로 고려한다는 뜻이다. 산업정책을 펼 때도 고용창출효과가 높은 산업을 집중 육성하며, 고용유발 효과가 높은 분야에 재정을 집중 투입하는 재정정책을 구사한다는 것이다. 고용 기여 여부에 따라 조세에 차등을 두는 조세정책을 편다는 것이며, 고용유지가 가능하도록 고용연계형 중소기업정책을 편다는 것이다. 이처럼 경제정책에서 고용 중심의 ‘전략적 사고 전환’이 일어나지 않은 채 말로만 고용을 강조하고 있으니 고용률 60퍼센트 회복이 10년 장기 과제가 되는 것이다. 녹색산업이나 4대강·세종시 사업 등은 오히려 단기과제 성격보다는 장기과제 성격이 짙다. 그러나 고용은 장기적 전략과 동시에 단기적으로도 집중적인 국가역량이 투입돼야 한다. 당장 취직해 월급을 받을 수 없다면 국민이 살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올해 11월 G20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이른바 ‘국격’을 높이는 해이자 선진국 진입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한창 준비가 바쁘다. 그러나 60퍼센트 미만의 고용률을 가지고서 선진국을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고용 후진국인 국가가 경제선진국일 수 없기 때문이다. ‘10년 안에 고용률 60퍼센트 달성 목표’를 시급히 재검토해야 하는 이유다. 덧붙일 것이 있다. 정부가 실업률이 아니라 고용률을 기준으로 경제운용목표를 잡은 것은 환영하지만 동시에 비현실적인 현재의 실업률을 보완할 수 있는 지표개발은 별개로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하고 싶다. 비공식적으로 체감실업률·실질실업률·잠재실업률 등 다양한 용어들이 사용되면서 한편에서는 300만~400만 명의 실질실업자가 있다고 주장하고 정부는 근거가 희박하다고 반박하는 상황을 지속시켜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김병권 bkkim21kr@saesayon.org * 매일노동뉴스 2010년 2월 18일자 칼럼으로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