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과 고용.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부르대는 말이다. 심지어 이명박 정권도 일자리를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힐 정도다. 부자신문들조차 틈만 나면 민생을 주장한다. 물론, 이명박 정권의 민생―고용정책은 ‘언 발에 오줌누기’로 생색내기에 그친다. 부자신문의 민생 주장은 우리사회가 풀어야 할 갈등을 호도하려는 술수일 때가 대다수다. 증거가 있다. 가령 전국민고용보험제도를 보자. 민주노동당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 단상에 홍희덕 의원과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이 함께 올랐다. 민주노총의 무게를 담은 회견이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은 장기실업자는 물론, 청년실업자와 자영업인들까지 포괄하는 ‘실업부조’ 성격의 연대급여 도입을 뼈대로 한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민주노총 전국민고용보험제 발의 고용이 빙하기에 들어갔다는 말이 실감날 만큼 일자리가 위험한 상황에서 전국민고용보험제도와 그 출발점인 고용보험법 개정안은 가장 절실한 민생―고용불안 대책임에 틀림없다. 언 발을 당장 녹여줄 수 있는 방안이다. 현재의 고용보험은 한계가 또렷하다. 고용보험대상자 2,600만 명 가운데 겨우 36%만 포괄하는 수준이다. 제한적이고 선별적인 보험을 모든 국민이 누릴 수 있는 복지제도로 뿌리내리는 일은 진보와 보수를 떠나 절박한 시대적 과제다. 그럼에도 어떤가. 국민 대다수에게 절실한 민생 과제에 대해 현 단계에서 실현가능한 정책 대안을 내놓은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의 기자회견을 대다수 신문과 방송이 묵살했다. ‘전국민고용보험제도’나 ‘고용법안’이 잘 다가오지 않아서일까. 진보 매체들도 의제로 설정하는 데 인색하다. 여론 형성 가능성이 봉쇄된 셈이다. 되레 저들은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마녀 사냥’에 골몰하고 있을 뿐이다. 공당을 압수수색하고 사무총장을 체포하겠다는 이명박 정권에 대해 감시나 우려 목소리는 전혀 없는 저들에게 바로 그 당이 적실한 민생대안을 내놓은 사실을 모르쇠한다고 비판하기란 차라리 민망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적실한 민생대안은 외면한 채 집요한 마녀사냥 하지만 쓴다. 침묵하고 있으면 저들이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모를 수 있기 때문이다. 침묵하고 있으면 고용불안을 해소할 획기적 정책대안이 엄연히 있다는 사실조차 국민 대다수가 모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인터넷에 글을 써서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정보를 전할 수 있을까 짚어보면 아득하다. 하지만 다시 쓴다. 똑똑 떨어지는 낙수가 큰 바위를 쪼갠다는 믿음을 이 땅의 네티즌, ‘1인신문 기자’들과 공유해서다. 무장 고통 받고 있는 이 땅의 민중이 언젠가 힘을 모으리라고 기대해서다. 명토박아둔다. 일자리와 민생이 최대 과제라고 언죽번죽 공언하면서도 실업급여에 돈 한 푼 내지 않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전국민고용보험제’가 있음을. 정책 방향이 갈팡질팡하는 민주당에게도 권한다. ‘개혁’을 부르대는 민주당 국회의원 가운데 적어도 몇 명이라도 민주노동당 개정안을 꼼꼼히 살펴보기를. 손석춘 2020gil@hanmail.net* 편집자주/ 전국민고용보험제도의 상세한 내용은 연구보고서를 참고하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