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들이 나타났다. 민주노동당을 에워싸고 있다. 지지율 제3당인 공당을 압수수색하는 악어만이 아니다. 공당의 사무총장에 무람없이 체포령 내리는 악어만도 아니다. 민주노동당을 걱정하는 악어들도 곰비임비 몰려든다. 민주노동당의 ‘도덕성’이 ‘치명타’를 맞았다며 저마다 눈물을 흘린다. 생게망게한 풍경이다. 보라. <한국방송>은 민주노동당의 “도덕성 타격”을 걱정한다. ‘9시뉴스’ 앵커는 말한다. “민노당은 경찰 수사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반발하지만 속마음은 편치 않습니다. 정치개혁과 도덕성을 내세워왔다는 점에서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어 기자가 등장한다. “민노당은 4만 여 명의 자발적 당비 납부로 당을 운영하고 있다고 하지만 왜 미등록 계좌를 사용했냐는 점에서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노동자 정당으로서 기존 정치권과 차별을 선언하고 깨끗한 정치, 투명한 정치를 표방해왔다는 점에서 도덕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KBS와 조선-동아-중앙일보가 함께 흘리는 눈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사설로 “민노당 불법계좌”를 공격한다. <조선일보> 사설(민노당이 불법계좌로 받은 53억 누가 냈나)은 “누구보다 깨끗한 정당이라고 외쳐왔던 만큼 자신의 도덕성 증명을 위해서라도 ‘돈 낸 사람을 감춰주려는 명의세탁용 계좌’라는 의혹 여부는 가려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부르댄다. <동아일보> 사설은 제목부터 ‘압권’이다. “민노당, 불법이 그리도 거룩한가”제하의 사설은 “민주노동당은 당헌에서 자유 평등 해방을 최고의 가치로 내걸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해 투쟁할 뿐만 아니라 당내에 민주주의를 엄격히 적용하고 실현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선언한 이른바 진보 정당이다”이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이어 ‘도덕성’을 질타한다. “조직적인 불법행위”에 나섰다거나 “당비 외의 불법자금을 모으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중앙일보>는 이미 하루 전에 1면 기사를 통해 “민노당, 불법자금 55억 돈세탁 혐의”를 보도했다. 저들은 검찰과 달리 정치 이념과 도덕성 손상을 들먹이며 눈물을 흘린다. 그 눈물에서 악어를 떠올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악어는 먹이 앞에서 침샘과 이어진 눈이 젖어들어 ‘눈물’처럼 보인다. 민주노동당 이미지를 걱정하는 체하며 이미지에 마구 먹칠하는 자신들을 거울에 비춰보기 바란다. 악어가 보이지 않는가. 이미지 걱정하는 체하며 마녀사냥으로 이미지 먹칠 지금 민주노동당이 ‘마녀 사냥’ 당하는 출발점은 전국교직원노조의 극소수 교사와 전국공무원노조의 극소수 공무원이 낸 당비다. 이른바 “불법계좌”니 “돈세탁”이라고 악어들이 흥분하는 통장에 대해서도 민주노동당은 이미 해명했다. 선관위 등록 전부터 쓰던 통장이고, 들어온 돈이 고스란히 모두 선관위 통장으로 들어갔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이 통장을 기자들에게 보여주며 사실관계를 밝혔는데도 의혹을 침소봉대하며 “도덕성 치명타”를 걱정하는 저 악어들의 눈물은 얼마나 살천스러운가. “불법이 그리도 거룩한가”라고 묻는 <동아일보>는 유치의 극단이다. 명토박아둔다. 교사와 공무원의 정당 활동을 금지한 현행법은 이명박 정권이 언제나 내세우는 선진국 대다수 나라에선 아예 없는 후진국의 법 조항이다. 이른바 중립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교사와 공무원이 자신의 직무를 이용해 특정 정당을 선전해대는 일, ‘보수’를 자처하는 수많은 고위직 교사와 공무원들이 줄곧 해왔던 바로 그 언행이 문제라면 문제이어야 마땅하다. 일선 교사와 공무원이 직무와 무관하게 민주시민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까지 내놓고 처벌하는 일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작태다. 그럼에도 교사와 공무원이 당비 1만 원을 낸 증거를 잡겠다며 공당을 압수수색하고 사무총장 체포령을 내리고 불법이니 돈세탁으로 몰아가는 저 악어들에게 파충류 이상의 뇌를 기대하기란 과연 난망일까. 본의와 달리 악어로 ‘활약’하는 일선 기자들의 성찰을 촉구한다. 사태의 본질을 정녕 모르는가? 전국교직원노조와 전국공무원노조를 정조준 한, 민주노총과 진보정당을 겨냥한 ‘사냥’임을 꼭 일러주어야 알 수 있는가. 손석춘 2020gil@hanmail.net* 이 글은 ’손석춘의 새로운 사회’ 오마이뉴스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블로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