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겨레의 산이다. 하늘못, 천지는 누구나 가보고 싶은 곳이다. 분단체제를 넘어서는 통일의 상징이기도 하다. 중화인민공화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국경이 천지의 한가운데를 지나지만 백두산 최고봉은 조선에 있다. 평양에서 심지연을 거쳐 오르기 전에, 중국 연길을 통해 백두산에 처음 올랐을 때 감동이 아직도 새롭다. 당시 중국인들이 한국 관광객을 상대로 수입을 올리는 게 가슴 아팠던 기억도 스친다. 그 백두산 기슭에 중국이 핵발전소를 세운다. 850억 위안(14조4천5백억 원)을 들여 1250MW급 원자로 6기를 건설한다. ‘적송 프로젝트’다. 바닷가 아닌 백두산에 핵발전소를 짓는다? 어떤가. 백두산 지역에 핵발전소를 만들어도 과연 좋은가. 핵발전소는 대한민국에선 ‘원전’으로 불린다. 의도적으로 ‘순화’한 표현이다. 핵발전소는 핵물질의 핵분열 과정에서 전기를 얻는다. 따라서 엄청난 규모의 냉각수가 필요하다. 주로 바닷가에 핵발전소가 자리한 까닭이다. 그런데 백두산은 바닷가가 아니다. 더구나 핵발전소 부산물인 ‘핵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는 아직 답이 없다. 발전과정에서도 방사성 물질이 노출될 가능성은 언제나 있다. 백두산에 핵발전소를 짓는다는 중국의 계획은 무모하다. 백두산 생태계 오염이 불을 보듯 뻔하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중국 정부의 백두산 발전소 건설에 반대하고 나서기가 참으로 남우세스러운 상황이 되었다. 정부 차원은 물론, 대한민국의 신문과 방송도 우려의 목소리를 여론화하지 않는다. 아니, 할 수도 없다. 얼마 전 아랍에미리트(UAE)의 핵발전소를 수주했다는 발표 앞에서 신문가 방송이 흥분 했고, 그 부추김으로 국민 대다수가 환호했기 때문이다. 일방적으로 그것을 ‘차세대 성장동력’이라며 추켜세우거나, ‘원전 르네상스’를 예견하는 글들이 봇물을 이뤘다. ‘백두산 괴물’ 앞에 정부도 언론도 잠잠 유럽의 선진국들이 핵발전소 건설에 비판적이고, 특히 독일은 2020년까지 핵발전소를 폐기해 전체 전력 생산 가운데 재생에너지 비중을 47퍼센트 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는 환경운동단체의 이성적 목소리들은 묻히고 말았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이 새로운 재생에너지 연구와 개발에 곰비임비 힘 쏟는 이유는 간명하다. 핵발전소의 핵폐기물 처리 곤란 때문만이 아니다. 안전하다고 늘 강조하지만 사고가 일어날 경우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대표적 보기가 체르노빌이다. 1986년 방사능유출 사고가 일어나 20만 명이 생명을 빼앗겼다. 24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죽음의 지역’이다. 게다가 체르노빌을 흐르는 강에서는 최근 4미터가 넘는 거대 메기가 출현했다. 전문가들은 강바닥에 방사능이 남아있어 변종이 나타났다고 풀이한다. 4미터가 넘는 메기, 상상이 가는가. 한마디로 괴물이다. 그래서다. 21세기 지구에 흉측한 ‘괴물 메기’가 출현한 뜻을 우리 모두 진지하게 짚어야 할 때다. 그 연장선에서 백두산에 핵발전소를 세워도 좋은지 냉철하게 물어야 한다. 백두산 핵발전소, 그것이 괴물처럼 다가오는 오늘은 과연 과민 탓 일까. 지금 이명박 정권이 할 일은 명확하다. 핵발전소를 한국경제의 차세대 동력으로 삼겠다는 망상부터 버려야 한다. 다른 대안이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그 연장선에서 중국의 백두산 핵발전소 건설에 대해 남과 북이 공조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옳다. 하물며 남북 대화에 조건을 고집할 때는 더욱 아니다. *<법보신문>에 기고한 칼럼을 바탕으로 새로운 내용을 추가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