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G2는 두바이나 그리스와 달랐다. 지난해 11월 글로벌 금융시장과 한국시장을 불안하게 했던 두바이 부도 우려는 곧 잠잠해졌다. 그러나 미국 금융규제와 중국 긴축 움직임은 열흘이 넘도록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다. 2월 2일에도 중국의 모기지 금리 인상 소식에 한국의 주가는 1600선 밑으로 떨어졌다.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G2의 위상을 실감하게 된다. 문제는 미국과 중국의 조치들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집권 1년을 넘긴 오바마 정부는 정치적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서든 경제 시스템을 개혁하기 위해서든 다시 시작한 금융규제 시도를 쉽게 접고 이전으로 상황을 돌릴 것 같지 않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우려했던 중국의 자산시장 거품 조짐을 잠재우기 위한 중국의 금융 긴축 조치 역시 앞으로 기준 금리 인상까지 일련의 연속적인 대책들이 기다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금융 충격이 간단히 소멸되지 않음을 시사한다. 여기에 한국경제의 딜레마가 있다. 두 나라에 대해 기대고 있는 한국경제의 대외 의존성이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 경제의 대외 의존성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적어도 1960년대 수출 주도형 발전 모델을 시작했을 때부터 자본과 기술, 시장의 대외 의존성은 언제나 한국경제의 약점으로 지목되었다. 특히 1980년대 까지는 미국과 일본에 대한 기술과 무역 의존성이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이었다. ‘하청 경제’라는 용어가 나왔던 배경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20년, 특히 한국 경제의 신자유주의화가 가속화되면서 대외 의존적 구조의 양상도 바뀌기 시작한다. 상품시장과 자본시장 양 쪽에서 모두 일대 변화가 진행되었던 것이다. 먼저 상품무역 시장을 보자. 1990년까지만 해도 우리의 주력 수출 시장은 전체 수출의 1/4를 차지하는 미국이었다. 수입금액 역시 미국과 일본이 절반을 차지했다. 그러나 1990년 한중 수교가 타결된 이후 상황은 급격히 바뀐다. 대 중국 수출이 급격히 늘어난 반면 대 미국 수출은 정 반대로 줄어들었고 2003년을 기점으로 역전되더니, 2009년 기준으로 미국 수출은 전체의 1/10에 불과하고 중국 수출이 이제 1/4를 차지하게 되었다. 수입의 경우 아직은 일본으로 부터의 수입이 15퍼센트를 차지하지만 중국산 수입이 이미 16.8퍼센트를 넘어선 반면 미국산 수입은 1/10 밑으로 줄었다. 수출과 수입 모든 측면에서 중국시장이 갖는 영향력이 압도적으로 커진 것이다. 올해 1월에는 대 중국 수출이 30퍼센트 가까이 오를 정도다. 중국 경제의 향방이 우리나라 수출입과 GDP 성장률에 가장 큰 영향을 주게 된 것이다. 중국의 긴축 움직임이 한국의 수출전략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터무니없지 않은 것이다. 물론 한국의 대 중국 수출 가운데 중국 내수용이 30퍼센트에 불과하고 미국의 최대 수입국이 2009년을 기점으로 캐나다를 제치고 중국이 차지한 만큼, 중국 경제 자체보다는 미국 경제 불안이 중국의 대미 수출에 영향을 주고 이것이 한국의 대중 수출을 위축시키는 간접적 효과가 중요할 수도 있다. 그러다 하더라도 중국 자신이 점점 내수 비중을 늘리는 정책을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시장 동향이 한국 수출에 줄 영향이 매우 크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런데 또 하나의 이슈가 새로 생겼다. 과거처럼 대외 의존성이 상품 무역시장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품 무역시장 이상으로 중요한 자본시장은 현재 절대적으로 미국 자본시장에 의존되어 있다. 1992년부터 자본시장 개방이 시작되고 외환위기 이후 완전히 자유화, 개방화됨에 따라 한국경제는 자본시장 대외 의존이라고 하는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알려진 것처럼 현재 주식시장의 32퍼센트 이상이 외국인 지분, 그 가운데 절반 이상이 미국 자본이다. 미국 금융시장이 흔들리게 되면 곧바로 한국에 투자한 외국 자본에게 영향을 주고 한국 자본시장을 요동치게 만드는 구조가 확립된 것이다. 이처럼 상품 무역시장은 절대적으로 중국에 의존하고 있고, 자본시장은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G2에서 날아오는 불안 요인이 한국경제에 큰 충격을 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이런 상황은 이번 금융위기로 완화된 것이 아니라 더욱 심화되었다. 무역의 대외 의존도도 금융위기로 심화되었고 자본시장 역시 지난해 외국자본이 다시 유입되면서 악화되었다. 정 반대로 한국경제의 내수 기반이 더 취약해졌다는 것은 자명하다. 주요 대기업들은 그 동안 국내투자 보다는 해외 생산기지 확장과 해외 아웃소싱을 선호해왔고, 취약했던 국민의 소득 증가는 내수 구매력을 약화시켰기 때문이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최소한의 내수 기반 확충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 . 김병권 bkkim21kr@saesayon.org * 매일노동뉴스 2010년 2월 4일자 칼럼으로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