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이 싸면 좋겠지만 너무 싸면 대학교육 질이 떨어지지 않겠냐.” 이명박 대통령의 말이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새삼 궁금했다.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대학총장들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대학총장들이 조금이라도 양심이 있다면 남세스럽지 않았을까. 뒤집어 짚어보자. 과연 한국의 대학교육 질이 낮은 게 등록금 탓인가? 총장들만이 아니라 대학교수들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자문해볼 일이다. 나는 <조선일보><동아일보><중앙일보>에 말살에쇠살인 칼럼을 기고하는 교수들을 볼 때마다 과연 저 사람이 학생들을 가르쳐도 좋을까라는 의문에 젖어든다. 그런 교수들이 서울대학에 가장 많다는 사실도 의아하다. 신문에 칼럼을 쓰기 전에 학자로서 공부를 한 자라도 더 하길 권하고 싶을 정도다. 최소한의 상식이나 균형감각도 없는 윤똑똑이들이 자신의 전공도 아닌 영역에서 사뭇 자신이 시대를 가장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는 듯이 써대는 글을 보면 역겨움을 넘어 민망스럽다. 대학교육의 질 낮은 게 등록금 탓일까? 대통령에게 한 대학생이 “등록금이 비싸다. 대통령께서 선거 나오기 전에 한나라당이 정책적으로 등록금 반값 부담 얘기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을 때도 그렇다. 학생은 대통령 말을 듣고 싶은 데 숙명여대 총장을 지낸 이경숙이 나선다.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지냈기 때문일까. 그는 “등록금 반이 아니고 가계 부담을 반으로 줄이는 거였다. 등록금 액수로 생각하는데 그것은 아니다”란다. 과연 그러한가. 백번 양보해서 그렇다고 치자. 그렇다면 가계 부담은 반으로 줄어들었는가. ‘눈 가리고 아옹’하는 행태를 대학총장을 지낸 교수가 아무런 부끄러움 없이 저지른다. 하지만 문제는 일부 대학교수들보다 다시 이명박 대통령이다. 그의 사고는 생게망게하다. “등록금 싸면 좋겠지. 그런데 너무 싸면 대학교육 질이 떨어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명토박아 말한다. “등록금 싸면 좋겠지”라고 생각한다면 등록금을 내리는 데 앞장서라. 자신이 이 나라 교육정책의 최고 의사결정권자 아닌가. 이경숙처럼 가계 부담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다. 얼마든지 예산도 가능하지 않은가. “등록금 싸면 좋겠다” 생각한다면 내려라 “너무 싸면”도 말이 되지 않는다. 너무 싸지 않다. 대학교육의 질이 떨어진다면 그것은 전혀 다른 데서 원인을 찾아야 옳다. 언제부터인가 대학은 보수 또는 수구세력의 아성으로 변해왔다. 요즘 어지간한 대학에서 진보적 사고를 하는 교수를 찾아보기 어렵다. 한 사립대학교 교수는 개탄하듯이 “교수 80퍼센트가 체제 친화적”이라고 사석에서 토로했다. 그나마 손꼽아 볼 수 있는 진보적 대학교수들도 힘을 모으려 하지 않는다. 덧셈보다 뺄셈에 능숙하다. 결국 그 뺄셈이 자신의 ‘무덤’을 파는 짓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수구적 교수들이 서로 끌어당기며 곱셈하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그래서다. 대학 강단에서 겸임교수로 6년을 강의했던 내게 가장 가슴 아픈 것은 진실에 목말라하던 젊은이들이다. 사실상 세계에서 가장 비싼 등록금에 견주어 오늘의 대학에서 학생들의 발언권은 전혀 없다. 그 앞에서 대통령은 언죽번죽 말한다. “등록금이 싸면 좋겠지만 너무 싸면 대학교육 질이 떨어지지 않겠냐.”손석춘 2020gil@hanmail.net* 이 글은 ’손석춘의 새로운 사회’ 오마이뉴스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블로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