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외환위기로 국가부도사태가 났었죠. 하지만 그 때는 재정의 위기가 아닌 일시적 외환(달러)의 부족이었죠. 일단 정부가 나서서 IMF로부터 돈을 꿔옴으로써 위기를 해결했지만, 그 와중에 여러 가지 IMF가 요구한 정책에 의해 다수의 기업들이 사라져가면서 많은 실업자를 양산했고, 또한 여러 금융기관이 정리되면서 시민들은 1차 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대마불사의 신화가 깨졌죠.2010년. 세기말의 불안을 극복하고 새로운 꿈으로 가득한 21세기가 시작된지 얼마 되지않아 벌써 2번의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국내에서는 점차 아파트의 신화가 깨지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특히, 언제나 아파트값은 오른다던 신화가 더 이상 자신의 무거워진 몸을 주체할 수없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불안에 영혼을 잠식당하는 모습이네요.바벨의 신화도 깨지는 것일까요.하지만, 부동산 거품은 이전에도 꺼진 적이 많았죠. 80년대에도 그랬고, 외환위기 이후에도 그랬고…사실 이번 거품이 꺼진다고 해도 상처와 후유증은 크겠지만, 그것이 한국 시민들의 영혼에 큰 상처를 내지는 않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주머니는 다르겠지만.정작 요즘 주목해야 할 것은 (지방) 정부의 재정파탄이 아닐까 싶습니다.중앙정부, 공기업뿐만 아니라 자치단체, 지방정부(시,도,군)의 재정적자가 갈수록 통제 불가능한 수준이 되가고 있어 보입니다. 더욱 암울한 것은 시민들의 소득이 줄어들고 있고, 사회적 보호가 필요한 시민 수가 갈수록 늘고 있는데,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는 갈수록 줄어 들고 있으며, 게다가 세수감면을 남발하고 있어 재정악화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점입니다.만일, 정말 만일에, 한국 지방 정부 중 한 곳이라도 재정파탄으로 파산에 이르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일본 훗카이도의 유바리시는 현재 파산상태입니다. 채권단이라고 할 수 있는 중앙정부가 통제하면서 빚을 갚고 있죠. 세금 증액과 각종 복지혜택을 축소해가면서. 물론, 그 와중에 많은 공무원들과 용역직원들이 해고를 당했죠.이에 대해서는 태안시대 정낙추 논설위원이 쓴 "지방정부 파산의 시대"라는 컬럼을 보면 잘 나와 있습니다. 그 글에서 정위원은 파산의 원인을 다음과 같이 적고 있습니다."과시욕에 들뜬 채 무분별한 사업확장을 일삼으며 24년을 재임한 나카다 데츠지 전 시장이 있었고, 견제와 감시기능을 포기하고 거수기 노릇에 무조건 방망이만 두드린 의회가 있었고, 내부고발을 못하고 눈치만 본 공무원들이 있었고, 마지막으로는 지방자치에 관심을 두지 않고 시장의 말만 믿은 순박한 주민들이 있었다.그런 토양에서 자란 것은 거짓과 부채덩어리였다. 수년 동안 돌려막기를 통해 특별회계를 일반회계로 전용하여 부채를 갚은 것처럼 회계조작을 하는 동안 누구 하나 ‘아니오’라는 말을 하지 않았다. 일부 의원의 소수의견은 다수에 밀려 따돌림 당하기 일쑤였고 주민들은 현실을 도외시한 채 인기영합정책을 펴는 시장에게 의구심은커녕 오히려 선거 때마다 몰표로 힘을 실어줬다.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지방자치의 전형이다. 그 결과 도서관과 시립병원 등 공공시설은 폐쇄됐고 관공서와 학교는 통폐합되어 주민들 삶의 질은 최악으로 나빠졌다."이 글을 다시 읽으면서 현재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많은 정책들 중에 4대강 사업, 온갖 개발사업, 지자체들의 행사유치, 대규모 청사건립 등등이 불안하게 떠오릅니다. 어쩌면 다수당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이 대규모 재앙으로 부메랑처럼 돌아와 지방행정 자체를 파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과연 한국사회는 정부의 파산에 대응할 물적, 심적 토대를 갖추고 있을까요? 이런 의문이 듭니다. 어쩌면 정부의 파산은 1999년 외환위기보다 더 큰 상흔을 한국 사회에 낳을지 모르겠습니다.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