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가평등위원회가 2010년 1월 27일 몇 년 동안 진행해온 “국가 불평등 조사 보고서”의 최종안을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서는 1980년대 보수당 정부부터 심화되기 시작한 계층 간 불평등이 노동당 정부 하에서도 지속되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리고 종합적인 부의 불평등 정도를 측정했을 때 상위 10퍼센트가 하위 10퍼센트보다 100배 더 부유하다는 사실이 실증적으로 드러났다. 한국 사회도 1990년에 들어서면서 줄기차게 추진되어 온 신자유주의적 “개혁”으로 인해 영국과 비슷한 수준의 불평등도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의 불평등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이 우려스럽지만, 한편 국가평등위원회를 만들어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인다는 점은 “부러운” 지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국가기구가 정부와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전문가들의 협력으로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 이런 필요성을 피력하면서 가디언 지의 기사를 번역해 올린다.영국의 경제 불평등 해부 영국의 경제 불평등 해부란 제목의 보고서는 지난 30년간 영국 사회가 얼마나 더 불평등해졌는지를 조사하였다. 불평등 심화의 책임이 주로 1980년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정권을 잡았던 보수당에 있다고 보고서가 말하고 있지만, 내용의 대부분은 노동당 정부를 불편하게 만들기에 충분하였다.이 보고서의 연구자들은 여러 가지 형태의 분석방식과 자료를 이용하고 있다. 그 중 하나는 영국사회가 2007년과 2008년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의 불평등도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새롭게 발견된 사실은 상위 10퍼센트의 인구의 재산은 85만 3천 파운드로서 하위 10퍼센트의 재산 8천 8백 파운드보다 100배가 많다는 것이다. 여기에 엄청난 고소득자로 알려진 은행가나 최고 경영자들까지 포함시키면 불평등 정도는 더 커진다. 이들이 포함된 상위 1퍼센트의 부는 평균 260만 파운드 이상이다. 국가평등위원회는 여성과 평등부 장관 하먼Harriet Harman이 책임을 맡고, 런던경제대학원의 힐스 John Hills 교수의 주도로 16개월 동안 심혈을 기울여 460쪽의 보고서를 출간했다. 이 보고서는 다루고 있는 범위에 있어 지금까지 있었던 국가적 차원의 부에 관한 그 어떤 조사 평가 노력보다도 야심찬 것이었다. 보고서는 정부가 1980년대부터 심화된 빈부격차를 좁히는 데 실패했다고 결론 내린다. “최근 10년간 소득 불평등 정도가 조금은 완화되었고, 일부 지표는 더 이상 심화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지만, 1980년대에 만들어진 엄청난 불평등 심화의 흐름을 바꾸지는 못했다”고 말한다. 연구를 이끌었던 힐스 교수는 “불평등이 매우 깊숙이 뿌리박고 있어 누가 정권을 잡느냐에 상관없이 심각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 말과 함께 그는 “하지만 이제 우리는 이번 연구를 통해 그동안 정책입안자들이 가지고 있지 않던 정확한 정보를 확보했다. 이제 그들이 나서서 문제의 근원을 치유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중략>보고서가 이야기 하는 다음과 같은 핵심적 사실은 매우 우려스럽다. 가난하게 태어나거나 기득권이 없는 계층으로 태어난다면 그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이 평생 지속된다. 이러한 누적적인 불평등이 생애주기 전체를 거쳐 나타난다. 계층 간 차이는 이미 3살이 되면 학습 준비 정도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그리고 이런 결과는 학교교육 내내 누적적으로 나타날 뿐만 아니라 평생을 따라다닌다.“우리가 찾아낸 증거들은 사람들의 출신성분이 요람에서 무덤까지 모든 삶의 단계를 거쳐 우리 운명을 규정짓는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부의 불평등은 더 영향력이 컸다. 예를 들어, 돈이 많으면 학군이 좋은 지역에 집을 살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고, 그로 인해 누릴 수 있는 혜택은 교육뿐만 아니라 학교를 졸업한 이후의 삶에도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부의 수준은 50살 이후의 평균수명과도 강한 연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주었다.”<중략>연구자들은 가계를 이끌어가는 개인들이 평생 동안 모은 부를 추적하고 분석하였다. 상위 10퍼센트는 55~64세 정도의 은퇴 연령기에 이르면서 부동산과 연금을 포함하여 약 220만 파운드를 축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하위 10퍼센트는 일상적인 막노동을 하면서 8천 파운드 이하의 재산을 모았다. 하먼 장관은 보고서에서 “사회 계급 간 지속적 불평등이 영구적인 불이익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정부가 사회평등법 등 여러 가지 새로운 법을 제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경제적 불평등 문제를 전담하는 공적인 기구를 만들어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의 내용은 시민단체인 Save the Children이 얼마 전 낸 보고서의 내용과 일치한다. 여기서는 13퍼센트에 달하는 영국의 아이들이 극심한 빈곤 상태에서 살고 있고, 이미 2008년 불황이 시작되기 전에 어린이 빈곤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멈춘 상태였다고 말했다. 국가평등위원회 보고서는 위에서 언급한 내용 외에 다음과 같은 사실을 담고 있다.(1) 사회계층 간 불평등보다 계층 내 불평등이 더 심각해졌다. 지난 40년 간 심화된 불평등은 계층들 사이에서보다 계층 내에서 주로 이루어졌다. (2) 중등교육 졸업자격 시험의 성격을 가진 GCSE에서 중간 성적을 받은 영국의 백인 아이들은 소수 인종의 아이들보다 고등교육 진학률이 떨어졌다. (3)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 출신의 회교를 믿는 사람이나 흑인 기독교인은 비슷한 자격조건과 나이 직업을 가진 백인 기독교인들보다 13~21퍼센트 소득이 낮았다.(4)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을 얻었고, 고등교육 진학률과 졸업률도 높았다. 하지만 여성의 중위소득은 남성보다 21퍼센트 낮았다.hjpark@saesayon.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