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한 해 고용상황을 통계청에서 13일 발표했다. 단순하게 결과지표를 보면 취업자는 7만 2000명 감소했고, 실업자는 이전 해에 비해 12만 명이 늘어난 88만 9000명이었다. 언론매체들은 취업자 감소가 11년 만에 최대라고 앞 다퉈 보도하고 있다. 카드대란으로 경기 충격을 받았던 2003년에도 취업자 감소가 있기는 했지만 감소 폭이 3만 명에 그쳤으니 가히 2000년대 10년을 통틀어 가장 많이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일자리를 겨우 지킨 노동자들도 협약 임금인상률 기준으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1.7퍼센트 임금인상률을 감수해야 했다. 협약 임금인상률이라는 것이 100인 이상 사업장 가운데 공식적인 임금교섭 타결 상황을 잠정집계한 것이니 영세중소기업보다는 인상률이 높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평균적으로는 이보다 훨씬 낮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다. 2009년 초에만 해도 4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던 것에 비하면 선방한 것 아닌가. 100만 실업자가 확실시된다고 걱정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우려보다 양호한 고용사정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 정부의 입장이 바로 그러하다. 물론 성장률 지표가 급격한 회복세를 보이고 수출도 빠르게 플러스로 반전되고 있는 추세만큼 고용사정이 회복세를 나타낸다고 말할 형편은 아니다. 2009년에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임시로 만든 일자리 약 30만 개로 인한 고용지표의 왜곡현상은 일단 접어 두자.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공식적인 실업률이 고용실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통계청 자신이 인정할 정도로 공인된 사실이므로, 비교적 현실에 가까운 수치를 보여 주는 고용률(취업인구 비중)을 실업률 대체 지표로 점검해 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부분 국가들이 2009년은 물론 2010년에도 10퍼센트에 육박하는 실업률을 보일 것이므로, 2009년 한국의 공식 실업률 3.6퍼센트는 그야말로 최상위권에 속한다. 그러나 고용률로 보면 2009년의 58.6퍼센트, 그리고 OECD 기준(15~64세까지) 62.4퍼센트 등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00년에 58.5퍼센트를 기록했던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한번 추락한 고용률은 성장률이 급격히 올라가듯이 그렇게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이다. 고용정보원 최근 연구에 의하면 고용률을 더 이상 떨어뜨리지 않고 지금 수준을 유지시키기 위해서만 매년 21만 명의 신규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한다. 더욱이 고용률을 1퍼센트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추가로 약 40만 개의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평가하고 있다(한국고용정보원, “40만개 일자리, 고용률 1%의 무게”, 2010.1.10). 그런데 지난해 고용률은 2008년의 59.5퍼센트에서 무려 0.9퍼센트포인트나 떨어져서 58.6퍼센트가 됐다. 이명박 정부 집권 이전과 비교하면 1.2퍼센트가 하락한 것이다. 이것은 무엇을 말해 주고 있는가. 올해부터 매년 20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고용률은 상승하지 않고 59퍼센트 미만에 머물 것이라는 뜻이다. 매년 35만 명이 신규로 노동시장에 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집권 기간 안에 고용률을 60퍼센트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매년 20만 명의 일자리 이외에 추가로 집권기간 3년 안에 50만~60만 개의 일자리를 더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정부는 2010년 고용 목표로 일자리 20만 개를 제시했다. 실현 가능한 목표인지도 의문이지만 목표대로 달성된다 하더라도 2008~2010년 집권 기간 3년 동안 만들어 낼 일자리는 27만 명에 불과하다. 이명박 정부가 공약으로 내세운 300만 개 일자리의 10분의 1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참여정부 시절 한 해 동안 만든 일자리에도 미치지 못한다. 고용률의 추락은 정확히 이를 반영해 주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올 1월부터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국가고용전략회의’를 매달 열기로 하고 6월까지 국가고용전략 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정부는 그럴듯한 구호나 비현실적 계획 말고 임기 안에 ‘고용률 60퍼센트 회복’을 국민에게 약속하고 이를 위해 매진하는 것은 어떨까. 정부에 대한 우리의 현실적 기대는 딱 거기까지다. 김병권 bkkim21kr@saesayon.org * 매일노동뉴스 2010년 1월 14일자 칼럼으로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