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방송이 온통 세종시에 집중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 비판의 대표주자가 박근혜처럼 떠오르는 생게망게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박근혜의 한마디 한마디가 대서특필된다. 그 한마디에 담긴 의미를 설명하는 해설기사가 따라붙는다. 물론, 세종시는 비켜갈 수 없는 문제다. 실제로 이명박 정권이 작심하고 ‘행정도시 백지화’에 나섰고, 박근혜는 결기를 세우며 반대하고 있다. 어떻게 보아야 옳을까. 먼저 세종시를 둘러싼 쟁점을 분명하게 짚고 갈 필요가 있다. 수도권의 밀집과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행정도시 세종’보다 더 나은 대안이 있다면, 얼마든지 수정해도 좋다. 하지만 그런 대안도 없이 대기업에 헐값으로 ‘땅 특혜’ 주는 방식의개발은 옳지 못하다. 세종시를 둘러싼 2012 대선 이해관계의 충돌 문제는 세종시를 둘러싼 쟁점에서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적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데 있다. 세종시 원안을 백지화하려는 이명박 대통령과 ‘친이세력’의 정치적 의도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박근혜가 반발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자유선진당 또한 충청남도 지역당으로서 위상이 흔들릴 위기에 몰렸다. 바로 그렇기에 세종시가 실체 이상으로 부각되는 것을 경계해야 할 의무가 책임있는 저널리즘에 있다. <조선일보><동아일보><중앙일보>에 그런 기대를 하기는 말그대로 나무에 올라가 물고기 잡는 꼴이다. 하지만 적어도 진보 정치세력과 진보를 표방하는 언론은 냉철해야 옳다. 바로 그 점에서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의 신년연설은 주목할 만하다. “지금 우리 국민들은 일자리, 물가, 부동산으로 대표되는 최악의 민생3고에 휩싸여 있다”며 민주노동당은 민생 위기의 시대를 넘어서기 위해 “시급한 5대 과제 해결을 위해 전당적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강 대표가 밝힌 첫째 목표는 전국민고용보험제다. 강 대표의 발언을 직접 들어보자. “지금 민생안정을 위한 최대 과제는 노동자의 고용안정입니다. 사실상 실업자가 330만 명에 달하는 고용빙하기라고 합니다. 그러나 현행 고용보험법은 실업급여의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존재하여 사회안전망 구실을 못하고 있습니다. 실업부조 제도를 도입하여 실업자의 최소 생존권을 보장하고, 850만 비정규직노동자와 100만 청년실업자, 600만 자영업자에게도 고용보험 혜택이 주어져야 합니다.” 민주노동당 대표의 ‘전국민고용보험제’ 제안 묵살당에 대한 호오를 떠나서 가장 적실하고 절박한 민생 대안 아닌가. 강 대표는 이어 “대학등록금 상한제와 후불제를 통해 무상교육 확대와 반값 대학등록금을 현실화”하겠다고 밝혔다. 1인당 1년 의료비가 100만 원을 넘지 않도록 모든 진료의 건강보험화, 사회(공공임대)주택 20퍼센트 쿼터제 도입, 아동수당 지급, 기초노령연금 인상도 제시했다. 어떤가.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현실로 전환할 수 있는 정책 대안이다. 이명박 정권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우리 경제가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고 언죽번죽 자화자찬하지만 경제지표가 또렷하게 보여주듯이 일자리 불안은 심각하다. 현재 이명박 정권의 정책으로 고용 불안을 해결할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전국민고용보험제를 도입하자는 한국의 제3당 대표의 새해연설을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신문이 단 한 줄도 보도하지 않는다. 과연 그래도 좋을까. 진보정당의 정책 대안에 진보언론의 관심이 더 절실한 이유, 진보언론의 책임이 더 무거운 까닭이다. 손석춘 2020gil@hanmail.net* 이 글은 ’손석춘의 새로운 사회’ 오마이뉴스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블로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