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마음을 다스려도 도리 없다. 폭설만이 아니다. 출퇴근이 전쟁이다. 2010년 정초를 살아가는 풍경이다. 폭설이 내린지 나흘이 되었지만 불편은 가시지 않았다. 지하철, 특히 1호선은 짜증을 불러온다. 칼바람 속에 마음 졸이며 오지 않는 전철을 기다려야 한다. 그나마 들어오는 전철은 콩나물시루처럼 빼곡하다. 가까스로 타더라도 곧 멈춘다. 문이 잠기지 않는다. 시민들이 솔선해서 손으로 문을 닫는다. 부자정권, 부자언론의 ‘엘리트’들이 그 고통을 알 길이 없다. 부자정권-부자신문이 알 길 없는 지하철 고통 언론에 주어진 과제 중의 하나가 별개처럼 보이는 사안 사이에 연관성을 밝히는 일이다. 폭설로 불거진 ‘지옥철’과 이명박식 선진화, 철도노조 죽이기는 각각 별개 사안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니다. 긴밀히 연관되어 있다. 지하철 1호선을 비롯해 코레일(철도공사)이 운영하는 국철에서 고장이 많이 일어나는 이유가 있다. 국철의 전동차가 낡은 게 많기 때문만이 아니다. 낡았기에 정비하는 사람을 늘려야 마땅한 상황에 코레일 경영진이 거꾸로 가고 있어서다. 전직 경찰청장이 최고경영자로 온 코레일은 철도노동자들을 대량으로 ‘구조 조정’하겠다고 나섰다. 이명박 정권은 그것을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지금 이 순간도 독려하고 있다. 노동조합이 보기에 대량 구조조정 방침은 시민 불편을 불러올 게 분명했다. 잦은 고장은 대형사고의 신호일 수 있기에 더 그렇다. 철도노조 대량 해고 뒷받침하는 ‘이명박식 선진화’ 문제는 철도 노조가 대규모 구조조정에 반대하자 경영진이 일방적으로 단체협약을 해지한 데 있다. 바로 그래서다. 철도노조가 2009년 11월에 파업에 나선 까닭은. 그런데 어떤가. 저들은 일방적으로 단체협약 해지를 통보하는 야만을 저질러놓고도 파업하는 노동자들을 마녀 사냥했다. 그 마녀사냥에 앞장선 게 <조선일보><동아일보><중앙일보>로 상징되는 이 땅의 언론이다. 기자들 스스로 코레일 사장이 사는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 “언론 때문에 이겼다”고 아첨 또는 생색을 늘어놓는 추악한 일도 벌어졌다. 문제는 더 심각하다. 경영진이 파업을 유도해 노조를 와해시키려는 전략을 썼다고 의심할 만한 코레일 내부문건도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에 의해 공개됐다. 시민불편을 내세운 저들의 마녀사냥에 철도노조는 파업을 접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참혹했다. 파업을 접었다면 마땅히 노사화합을 해야 옳은 데도 경영진은 불과 한 달 사이에 노조 간부와 지부장을 비롯해 154명의 목을 살천스레 잘랐다. 지금도 추가 징계를 한다고 언구럭 부린다. 철도노조에 따르면 2009년 3월 노사 사이에 갈등이 불거진 뒤 징계당한 노동자가 1700명에 이른다. ‘시민 불편 책임’ 경영진에 묻는 참 신선한 소송 그래서다. 나는 철도노조가 조합원 4천538명 이름으로 공사와 허준영 사장을 상대로 49억9천만원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게 참 신선하다. 노조는 “철도공사의 부당노동행위와 부당징계, 명예훼손, 파업유도 등으로 철도 직원은 물론 가족들까지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당했다”고 소송 배경을 설명했다. 시민 불편은 또 어떤가. 물론, 경영진은 일찌감치 노조를 상대로 파업에 따른 영업 손실액 87억 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사법부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지하철 1호선을 타는 힘없는 서민들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철도노조가 손해배상소송을 낸 다음날, 2010년 1월 6일, 검찰은 파업을 스스로 풀었던 철도노조 김기태 위원장을 구속기소했다. 누가 ‘서민의 발’ 지하철을 짜증나게 만들고 있는지 ‘지옥철’에서 우리 모두 곰곰 짚어볼 때다. 손석춘 2020gil@hanmail.net* 이 글은 ‘손석춘의 새로운 사회’ 오마이뉴스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블로그 바로가기)